영화 ‘킹메이커’에서 원칙주의자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으로 분한 조지 클루니

조지 클루니. ‘세계 최고의 섹시남’ 리스트에 가장 자주 호출되는 남자이자,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이며, 광고업계가 모시기 전쟁을 벌이는 스타인 동시에 할리우드라는 꿈의 공장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감독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또 하나. 정치 사회적 이슈가 있는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할리우드 대표 폴리테이너. 그러니까, 조지 클루니의 섹시함은 탄탄한 몸매와 백 만 불짜리 미소에만 있지 않다는 말씀. 뇌 주름에 자리한 섹시함이야말로 대중이 조지 클루니에게 열광하는 이유이고, 정치계가 그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조지 클루니가 백악관으로? 지난 31일 국내 언론매체들은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의 보도를 인용, “조지 클루니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은 이유는 조지 클루니를 둘러싼 정계진출설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조지 클루니는 정치계 진출 및 대통령 출마를 부추기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고, 그때마다 “정치판을 보세요. 거기에 무슨 매력이 있나요?”라는 말로 루머에 선을 그었다.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치계 진출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그가 스크린 밖에서 보여주는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워싱턴 주재 수단 대사관 앞에서 학살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될 때, “전 브래드 피트이에요!”라고 외친 것은 유명한 일화. 수갑이 채워진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이 섹시한 남자의 말 한마디는 백마디 말보다 강력했다. 조지 클루니가 연행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수단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사람들은 수단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수단 정부에 항의하다가 체포된 조지 클루니. (사진출처. AP통신)

조지 클루니의 사회적 참여는 9.11 테러 참사 당시, 대규모 모금 운동을 이끌며 시작됐다. 2003년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결정을 비판했다가 보수진영한테서 “배신자”란 거친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조지 클루니의 정치적 행보는더욱 과감해졌다.

2004년 방송 앵커 출신인 아버지 닉 클루니와 연방 의회 선거캠프에 참여한 클루니는 아프리카 빈민 구호 활동 단체인 ‘더 원’(The One)의 대변인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에는 G8 정상 회담장으로 날아가 아프리카 빈민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호소했다.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돈 치들과 함께 ‘낫 온 아워 워치(Not On Our Watch)’라는 자선단체를 꾸려 수단 인권문제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으며 자신이 직접 촬영한 수단 내전에 관한 4분짜리 영상물을 워싱턴DC의 연방의회에서 상영, ‘미스터 수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수단의 인권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그를 두고 ‘배우로서의 생명은 끝장’이라고 거들먹거렸지만 결과는 달랐다. 노벨총회는 조지 클루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고, UN은 그를 세계평화사절단으로 임명했다. 그와 동시에 조지 클루니를 타블로이드 신문 가십란보다 정치사회 주요 면에서 발견하는 횟수도 늘었다. ‘할리우드 바람둥이’는 어느새 ‘평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났고, 이것은 배우 조지 클루니의 커리어를 보다 빛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이 그의 안목에 신뢰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UN 평화사절단 활동중인 조지 클루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는 영화 안에서도 울림이 강한다. 연출가로도 활동 중인 조지 클루니는 작품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논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래서 그의 필모그래피엔 ‘오션스’ 시리즈와 같은 오락 영화도 있지만, 사회문제에 총구를 겨냥한 영화도 즐비하다.

감독 데뷔작 ‘컨페션’에서 조지 클루니는 미디어의 허구와 현실을 풍자했다. 매카시즘에 맞섰던 CBS의 앵커 데이비드 머로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두 번째 연출작 ‘굿나잇 앤 굿럭’에서는 언론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시리아나’와 글로벌 기업의 횡포를 그린 ‘마이클 클레이튼’에서는 도덕적 신념에 지키고자 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유능한 선거 홍보관의 관계를 그린 ‘킹메이커’를 통해 정치세계를 비판했고, 연극 ‘8’에서는 브래드 피트와 함께 동성결혼 금지법의 비합리성과 반인권적인 면모를 낱낱이 파헤치기도 했다.

물론, ‘스타 조지 클루니의 삶’과 ‘행동가 조지 클루니의 삶’ 사이의 괴리를 마뜩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는 “초국적 기업의 반윤리적 행태를 다룬 ‘마이클 클레이튼’을 제작하면서, 네슬레 커피 광고모델로 나서는 이유가 뭐냐”는 식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조지 클루니 자신은 시위 현장과 파티장, 할리우드와 백악관을 오가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오히려 그 점에 주목하고, 이용한다. 중요한 사안들이 가십에 의해 쉽게 가려진다는 것을 잘 아는 조지 클루니는, 자신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스타이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그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다. 스타로서 이슈에 대해 언급하는 것, 그것이 조지 클루니가 생각하는 진정한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인 것이다.

메이저 영화와 인디 영화를 오가는 조지 클루니

이러한 그의 과거를 돌아볼 때 “조지 클루니가 2016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해당 뉴스를 보면, 대선 출마 선언보다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뉘앙스가 더 강하기에 번역 실수에 의한 오보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그가 정말로 장기 계획을 잡고 하원의원부터 하나하나 밟아간다면, 10년 후쯤 백악관에서 세계 최고의 핸섬가이 대통령을 만나게 될지도. 정치인 조지 클루니보다 셀러브리티로서 정치에 큰 목소리를 내는 조지 클루니를 더 오래 보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어느 쪽이든 ‘뇌주름이 섹시한 이 남자’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나저나 조지 클루니가 한국에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일단 소셜테이너 금지법에 의해 MBC 출연은 어불성설. 그의 이름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방송국과 정치판을 유령처럼 떠돌지 모른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과거 여성편력을 문제 삼는 네거티브 공격으로 묻힐 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리를 내는 사람 못지않게,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우리에겐 더욱 절실해 보인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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