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때론 강력한 무기가 된다. 웃음 속에 다양한 것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 감춘 것이 조롱과 비판이라면, 웃음이야말로 처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게 만드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의 이같은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가 대표적인 정치 풍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가 싶었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행보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런 가운데, MBC ‘무한도전’의 ‘선택2014′는 현실과 정치 풍자라는 ‘웃음의 존재 가치’를 돌이키게 만드는 특집이 됐다.
시작은 ‘무한도전’ 자체의 위기를 점검하고 돌파해보고자하는 것이었다. 국민 예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동시간대 꼴찌 시청률로 줄곧 위기설이 제기돼왔고, 급기야 세월호 참사 한 가운데 멤버 리쌍 길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하차하고 말았다. 아무리 국민 예능이라지만, 과연 이번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국민 예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무게에 짓눌린 탓인지 최근에는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예민한 행보를 보여주었으며, 그 탓에 과거의 기발함을 잃어간다는 지적까지 받은 터였다. 시청률, 이미지 회복에 신선한 웃음까지 ‘무한도전’이 당면한 과제는 참 많았다. 그런 가운데 마련한 ‘선택 2014′는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에 성공하고 만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저력을 입증했다.
MBC ‘무한도전’ 개표 현장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뽑겠다’는 목적의 기획은 보면 볼 수록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존 메인MC 격인 유재석 중심 시스템을 뒤흔들어 보겠다는 발상은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설에 대한 정공법이다. 또 이를 위해 시청자들의 대대적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점은 국민 예능으로서의 위치를 확인해보려는 제작 관계자들의 의지였으며, 기어코 이끌어내고 말았다는 점이 여전한 파워를 확실히 입증했고 급기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냈다.실제 선거를 방불케하는 대대적 규모나 세심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특집에서 멤버들은 6.4 지방 선거를 심심찮게 언급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선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게 국민 예능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차세대 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에서의 정치판 풍자가 이번 특집의 백미였다. 실제 정치판에서 횡행하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어리석은 작태들이 예능의 공간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예능이라는 가상이 현실을 고발한 셈이다. 그렇게 가상 속 현실은 현실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택의 가치를 일깨웠다. 참으로 다이내믹하고 영리한 ‘선택2014′였다.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웃음은 이렇게 품격을 가진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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