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사극이 가진 힘을 환시시켜준 KBS1 ‘정도전’이 연장없이 50회로 막을 내리게 됐다. ‘정도전’의 남은 이야기는 이제 10회. 과연 10회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있는 것일까.

지난 39회에서 정몽주(임호)가 죽음으로 퇴장했다. 50회 예고편에는 마침내 용상에 앉은 이성계(유동근)가 등장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475년 고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침내 조선의 태양이 밝았다. 이성계와 정도전이 그토록 염원하던 대업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미리 예고된대로, ‘정도전’의 끝은 정도전의 죽음이다. 정도전은 조선 왕위 계승 문제를 두고 이성계의 다섯 번째 아들, 이방원()과 대립한다. 그 역시 정몽주처럼 이방원의 칼 끝에서 숨을 멎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도전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역사도 꽤 드라마틱하다. 조선이 건국된 것은 1392년, 정도전이 숨진 해는 1398년이니 남은 10회 속에 6년의 시간이 압축된다.

고려의 혁명가였던 정도전은 조선 건국 이후 개국공신으로서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 것일까. 그는 조선의 기틀, 더 나아가 오늘날 서울의 기틀을 마련한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 고려의 흔적을 지우려 했던 과정에서 유교적 이상이 서울 곳곳에 자리잡도록 했다.

조선 최고 법전 경국대전의 효시, 조선경국전을 지은 것도 그다. 그가 그토록이나 꿈꿨던 임금과 신하가 조화를 이루는 요순시대를 건설하기 위한 지도를 그려나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방원과 마찰을 빚었다. 이방원은 철저한 왕권강화를 주창한 이였다. 급기야 이방원은 자신이 아닌 방석이 세자로 책봉되자 분노했다. 정몽주를 죽이면서까지 아버지를 왕위에 올린 그의 마음 속에 왕좌를 향한 야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도전은 방석의 스승으로 임명됐다.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눈엣가시였다.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난다. 그 즈음 정도전 측에서도 이방원을 향한 시선이 심상치않았다. 결국 이방원이 먼저 나섰고, 이를 계기로 조선의 정세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 외에도 드라마는 그간의 행보를 이어 인물간의 세세한 감정선을 복원할 것이다. 특히 왕위에 올랐지만 이인임(박영규)의 저주대로 편치않은 나날을 보낼 이성계, 즉 유동근의 연기는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충신 정몽주를 잃은 절절한 마음이 이미 40회에서 드러나 보는 이를 울렸다. 야욕으로 가득한 이방원의 눈빛을 더욱 거세어질 전망이다. 아직은 이성계 뒤에서 자신의 야망을 감추고 있던 그의 본색도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일 것이다. 무엇보다 혁명가 정도전이 보여줄 카리스마가 남았다. 마침내 오래 품은 꿈을 이뤄낸 이 정치가는 남은 10회 안에서 얼마나 활활 불타오를 것인가.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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