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적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가진 슈퍼컴 트랜센던스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과학자 윌(조니 뎁)은 반과학단체 ‘RIFT’의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는다. 동료과학자이자 연인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시켜 그의 정신을 살려낸다. 슈퍼컴 상에서만 존재하는 윌은 자신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선의의 의도는 인류에 위협을 안긴다. 12세 이상 관람가, 15일 개봉.

10. 화려한 겉모습이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 관람지수 5


‘트랜센던스’의 겉은 화려하다. 가장 먼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름이 눈에 띈다. 다만 연출이 아니라 제작이다. 연출은 ‘메멘토’를 시작으로 ‘다크나이트’ 시리즈, ‘인셉션’까지 놀란 감독의 모든 작품을 촬영한 윌리 피스터 촬영 감독이 맡았다. 물론 오랜 기간 놀란 감독과 함께 했다고 해서 그 연출 능력까지 닮은 건 아닌 듯싶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이 주연했다. 국내 극장가를 공략하기엔 참 좋은 ‘삼각편대’ 구성이다.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화려한 겉이 곧 재미를 보장하는 건 아니었다.

트랜센던스로 이름 지어진 슈퍼컴이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태계를 어루만진다는 점은 신선하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로 업로드 시킨다는 것도 새로운 발상이다. 육신은 사라졌지만, 정신은 온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윌의 정신을 품은 슈퍼컴은 인간일까? 꽤 흥미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슈퍼컴은 또 다른 이름의 ‘신’처럼 그려지고, 인간의 욕심으로 빚어진 폐허의 지구를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리려 한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여러 영화에서 다뤄졌던 것들이다. 인간의 지적능력을 뛰어넘는, 자각능력까지 갖춘 슈퍼컴을 통해 최첨단 기술력이 지닌 양면성을 드러낸다. 인류의 편의와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은 항상 인류의 위협으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그 어떤 첨단 기술도 인간 본연의 휴머니티를 넘어설 수 없다는 막연한 희망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빤한 결말이 문제가 아니라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다.

‘트랜센던스’의 한계는 이야기의 전달에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행동과 관계, 대립과 갈등, 반과학단체 등이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만들지만, 아쉽게도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윌과 에블린 조차도 이야기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인상이다. 조니 뎁의 계속된 부진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이야기가 원활하게 흘러가는지 좀 더 고민을 했어야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화려한 이미지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간 많이 봐왔듯 영화의 완성도는 이미지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영화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정말 어려워서가 아니라 뭘 말하려는지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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