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명민이었다는 평가는 또 나오고 말았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철저하게 김명민의 드라마다. 오로지 이익만을 좇아 달려가던 변호사 김석주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 사이에서 충돌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압권은 5회 등장한 장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자신의 과거와 가까워지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 김석주가 로펌 건물을 나와 걷는 신이 있다. 롱테이크로 이어진 이 장면 이후 김석주가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한 만큼, 이 신은 과거의 김석주와 현재의 김석주 사이에서 하는 마지막 고민의 시간인 듯 보인다. 그만큼 중요한 신이었다. 58분여 분량의 드라마에서 무려 3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 완성한 장면이다. 김명민을 향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고, 그는 신뢰에 화답하듯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였다.

1회와 3회의 간극 역시 명민좌라는 그의 명성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며 그 사이 섬세하게 차곡차곡 표현된 캐릭터 역시 그가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1회 첫 법정신을 시작으로 김명민은 의뢰인의 변호에만 매몰되어 당연한 상식이나 인간 본연의 감정을 잃은 인간을 보여주었다. 어렵고 딱딱한 법정 용어를 쏟아내는 차가운 표정 사이, 언뜻언뜻 김석주 개인의 드라마를 새긴 것은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다. 예로, 2회에서 김석주 의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정혜령의 남자친구(증인)를 심문하는 장면에서 그는 정혜령을 폭행한 것이 증인이라며 그를 몰아세운다. 지극히 김석주스러운 태도이지만, 그 사이 김석주의 허탈한 표정에서 시청자들은 김석주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세세한 표현들이 김석주를 단순한 속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대체 어떤 과거가 다크 김석주를 만든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해, 드라마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3회에서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석주가 자신에게 다가온 차영우(김상중)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그는 1~2회에서의 발성을 적절한 선에서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의 석주를 연기했다. 좀 더 내려앉아 힘을 뺀 석주로의 변신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의 변신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드라마다.



김명민이 명민좌로 불리는 이유는 김명민이라는 배우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달라붙어있다는 느낌 탓이다. 고도의 계산된 연기임에도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특히 그의 김석주가 흥미로운 것은 철저하게 힘을 준 순간과 힘을 뺀 순간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김명민’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여럿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그리고 드라마의 제왕앤서니 김이다. 강렬한 캐릭터로 거의 모든 순간 돌출되는 이들과 달리, 김석주는 강마에나 앤서니 김의 연장선상에 놓인 느낌을 주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김석주는 강마에나 앤서니 김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5회 이후, 내적 충돌에서 벗어날 김석주가 더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김명민의 철저한 계산 속에 또 다시 철저한 계산을 보여주는 제2의 김명민, 김석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돌아온 명민좌는 또 다시 자신의 명성을 증명해냈다.

.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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