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김희애
뜨거운 인기 속에 종영을 앞두고 있는 JTBC 드라마 ‘밀회’는 철저하게 오혜원의 드라마다. 캐릭터가 가진 천재성만큼의 천재적 기질로 온갖 찬사를 끌어모으는 이선재 역, 유아인은 일관된 순수함으로 드라마의 든든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 곁에 끊임없이 이그러지고 끙끙거리며 자신을 조각조각 내어 부수는 오혜원이야말로 드라마를 끌어가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젊음을 헛된 야욕으로 교환해버린 한 여성이 중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지배해온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오혜원은 곧 ‘발가벗겨지진 상류사회’라는 드라마의 전체 주제이기도 하다.

초반 김희애는 완벽했다. 우아했고 고고했다. 카메라의 시선은 그런 완벽한 그녀를 지나치게 훑어댔다. 마치 그 안에 추악함을 암시라도 하듯 말이다. 결국 그 추악함은 발각되고 만다. 김희애는 그렇게 우아하고 완벽했던 그녀가 금이 가 균열되는 과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 그 노력의 흔적들은 브라운관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김희애
김희애
그녀 스스로 즐거워 기꺼운 마음에 오혜원이 되고 있다는 세찬 열정이 함께 전해졌다. 김희애는 ‘아내의 자격’ 이후 다시 만난 안판석 PD와의 호흡을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만남”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학창시절 라면을 사먹으며 힘들게 일할 때, 그래도 재미있고 행복했던 그 기억 속 시간들을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고도 고백했다. 그 뜨거운 마음이 브라운관 바깥에서도 충분히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극중에서는 스무살 나이차, 실제로도 19세나 차이가 나는 배우 유아인과의 케미스트리를 살려낸 것도 김희애가 ‘밀회’를 통해 보여준 저력이다. 케미스트리는 배우의 외양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리드미컬한 호흡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케미스트리다. 차마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았던 두 배우의 연인 호흡은 기가 막혔던 피아노 연주신을 기점으로 설득력을 얻었고, 이후 번지듯 하나가 된 둘의 그림이 완성이 되었다. 이 그림을 그려나간 터치는 때로는 유아인이 주도했으며, 또 때로는 김희애가 이끌어나갔다. 노련한 배우들이 보여준 합이란 이런 것임을 증명했다.

김희애는 허망하게 낭비해버린 젊음의 흔적을 되찾아 이를 복구해나가는 ‘밀회’ 속 오혜원을 통해 나이를 이유로 세상이 부여한 한계를 넘어선 듯한 느낌이다. ‘밀회’ 이전 김희애가 아름다운 중견배우였다면, ‘밀회’ 이후 김희애는 배우다. 우리에게도 이런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이 행복한 그런 배우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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