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표적’과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는 같은 영화다. 이미 여러 차례 알려졌다시피, ‘표적’은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했다. 영화의 시작은 놀랄 만큼 똑같다. 이 외에도 두 영화는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그렇다고 느낌과 분위기까지 똑같은 건 아니다. ‘표적’이 여훈(류승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포인트 블랭크’는 ‘표적’에서 태준(이진욱)에 해당하는 사무엘(질 를르슈)이 중심이다. 이처럼 시선이 달라지면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감시자들’은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해 흥행에 성공했다. ‘감시자들’과 ‘천공의 눈’ 역시 인물 구성과 설정, 이야기의 흐름 등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여기에 ‘감시자들’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원작 이상의 재미를 확보했다. ‘표적’ 역시 ‘감시자들’의 성공을 눈 여겨 보고, 많은 부분 대입하지 않았을까. ‘감시자들’처럼 ‘표적’도 원작의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등장인물들을 좀 더 풍성하게 살리면서 재미를 더하고자 했던 것 같다. 절반은 성공이고, 절반은 실패다.

‘표적’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에게 쫓기던 여훈(류승룡)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후송되고, 여훈의 담당의인 태준(이진욱)은 그 날 이후 갑작스런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된다. 만삭의 아내 희주(조여정)를 납치한 괴한은 태준에게 여훈을 빼내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그러면서 태준과 여훈은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중부서 경감 영주(김성령)와 광수대 경감 송반장(유준상)이 쫓는다. ‘포인트 블랭크’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만들어진 인물 없이 그대로 옮겨 간다. 사무엘의 직업이 의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인 것을 제외한다면.

# ‘표적’과 ‘포인트 블랭크’의 차이, 극 중 인물이 달라졌어요.


영화 ‘표적’(위), ‘포인트 블랭크’ 스틸 이미지.

두 영화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누가 이야기를 끌고 가느냐에 있다. ‘포인트 블랭크’가 철저하게 사무엘의 입장에서 진행된다면, ‘표적’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여훈에게 시선이 쏠린다. 여훈은 같은 역할인 위고(로쉬디 젬)와 달리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 반면 태준은 사무엘에 비해 소극적으고, 연약하게 그려진다. 사무엘은 악당들과 제법 치고 받는다. 이 같은 차이는 결말에서 두드러진다. ‘포인트 블랭크’의 경우 사무엘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만삭의 아내를 구해낸다. 위고는 조력자 역할에 그친다. 반면 ‘표적’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은 여훈이다. 태준은 오직 만삭의 아내를 찾는데 집중한다.


또 ‘표적’은 ‘포인트 블랭크’가 가볍게 넘겼던 캐릭터까지 꼼꼼하게 힘을 줬다. 사실 ‘포인트 블랭크’는 사무엘과 위고를 제외하곤, 그다지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 덕분에 ‘포인트 블랭크’에서 별 존재감 없었던 인물이 ‘표적’에서 상당한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중부서 경감 영주(김성령), 열혈 형사 수진(조은지), 광역수사대 경감 송반장(유준상) 등이 그렇다. 김성령의 액션, 영주와 수진의 콤비 등은 영화 초반부의 볼거리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울 뿐. 또 여훈의 동생 성훈(진구) 역시 눈길을 끄는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송반장 역의 유준상이 펼치는 악역 연기도 신선하다. 확실히 원작과 다른 맛이다. 다만, 과도한 욕심은 산만함을 불렀고, 이야기의 흐름을 어지럽게 했다.

많은 캐릭터를 꼼꼼히 챙겼다는 점이 꼭 장점만은 아니다. 이로 인해 파생된 단점도 분명하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끼어들면서 분위기가 산만해졌다. 또 ‘표적’의 마지막은 여훈의 영웅 만들기에 가깝다. 물론 영웅 만들기 자체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여훈의 행동에 타당성과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여훈은 원맨쇼를 펼치고 있지만, 이에 동조하기 어려운 게 함정이다. 또 ‘포인트 블랭크’도 그렇지만, ‘표적’ 역시 반전과 음모의 실체는 허약한 편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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