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소라가 ‘센’ 록 앨범을 냈다. 기존의 이소라 음악을 기대한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가 알던 ‘보랏빛 여신’ 이소라는 제목만 들어도 슬픈 노래를 너무나 슬프게 부를 줄 아는 가수였다. 이 세상 모든 슬픈 사랑의 대변인인 것처럼 노래해왔다. 얼마나 슬픈 사랑을 해왔기에 저렇게 절절하게 노래할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말이다. 7집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8’에 그런 슬픈 사랑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이소라에게 바랐던 것은 뭘까? 팬들은 ‘바람이 분다’와 같이 울려줄 수 있는 곡을 바랐나보다. 이소라 신보를 고대해왔다는 한 여성 팬은 “록의 퀸으로 돌아온 이소라에게 음악적 평가가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특유의 우울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실망이 클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번에도 같이 울어주길 바랬는데, 그러지 않다는 것이다. 평단의 반응도 갈리는 중이다. 음악적 완성도에 엄지를 들어주는 이가 있는 반면 감동이 모자라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이도 있다.
팬이나 평단이나 이소라에게 갖는 기대감 컸던 것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이소라만큼 목소리만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청자를 울리는 보컬리스트는 매우 드물다. 이소라의 노래는 마법의 물약과도 같았다. 거친 전장을 헤쳐 나가다 한 곡씩 꺼내들으면 체력이 회복되는 듯한 그런 음악이었다. 취향에 따라서는 ‘나 너에게만은 더 잘할게’라고 울부짖는 신곡 ‘나 Focus’를 듣고 치료를 받을 수도 있을 텐데, 반응을 살펴보니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소라는 2009년부터 ‘8’을 준비했다. 새 앨범을 작업할 동안 그녀의 심경은 어땠을까? 2012년 12월 4일 열린 단독콘서트에서 이소라는 “내 마음이 사랑과 멀어졌다. 앞으로도 (사랑이)있을 생각이 없다”며 “그냥 사는 것,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한다”라고 관객에게 말했다. 실제로 이소라의 심경이 밝지 않았던 모양이다. 신보에서 ‘나 Focus’와 ‘쳐’ 두 곡을 만든 임헌일은 “소라 누나가 ‘스트레스 받은 날 화가 난 상태에서 곡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편안한 상태 말고 불안정할 때 곡을 써달라’고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흘러’를 만든 이한철에게는 기이한 추상화를 보여주며 곡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이루어진 작업,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나온 ‘8’에는 순도 높은 록이 담겼다. 이소라는 이전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서도 록을 몇 곡 노래한 적이 있다. ‘8’은 다르다. 이전 곡들이 단순히 록 세션 위로 이소라의 노래를 얹은 정도였다면 ‘8’은 마치 자기 색이 뚜렷한 록밴드처럼 심지가 단단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소라 솔로앨범이 아니라 이소라(보컬)-임헌일(기타)-정재일(베이스)-이상민(드럼)-정지찬(건반)의 5인조 록밴드(이소라 밴드?)의 앨범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말이다.
이소라는 전곡의 작사에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드럼 패턴 등의 악기 편곡에도 관여했다. 이는 그저 록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망을 넘어서 이소라가 주체적인 아티스트로써 자신이 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강하게 반영한 것이리라. 이소라는 새 앨범에서 자신의 목소리보다 밴드 사운드가 부각되길 원했다고 한다. 정지찬은 “‘넌 날’은 원곡이 남자 키(key)라서 여성 키로 높이려 했는데 이소라가 원곡이 기타 사운드가 더 좋다면서 자신이 노래를 낮춰서 부르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소라의 이러한 음악적 노력은 팬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이소라 본인에게는 ‘좀 멈춰라 사랑아’라고 노래하는 ‘8’ 역시도 ‘사랑은 비극이어라’라고 노래했던 지난 앨범처럼 개인적인 의미로 남겠지만 말이다. 이전 앨범들이 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이소라 본인의 생각이 궁금하지만, 일체의 방송과 인터뷰를 고사했다고 하니 그저 예상해볼 뿐이다. 아마도 이소라는 오는 6월에 열리는 콘서트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속내를 들려줄 것이다. 앨범 사운드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도 궁금하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포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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