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정도전’ 29회 2013년 4월 12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앞서 위화도회군을 일으킨 뒤 최영(서인석) 장군을 제거한 이성계(유동근)와 정도전(조재현) 일파는 이성계 인척 정창군을 옹립하려 한다. 이때 지금까지 조용하던 조민수(김주영)와 이색(박지일)은 명덕태후의 수렴청정을 예로 들며 왕창을 후계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9세 어린 나이로 창왕이 왕위에 오르며 조민수가 실권을 장악한다. 뒤통수를 맞은 정도전은 조민수의 뒤에 누군가가 있음을 직감하고 이인임(박영규)을 찾아간다. 정도전은 이인임이 조카사위 하륜(이광기)을 배웅하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이인임이 배후세력임을 확신한다. 한편 정치에 회의를 느낀 이성계는 왕에게 사직 의사를 밝힌다.

리뷰
“정치라는 게 말이요. 너무 지저분하지 않슴매? 내 이 진흙탕 같은 곳에서 계속 발 담그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기가 찬 듯 한숨) 이건 뭐 진흙탕 찜통도 아니고 고려에서 제일 잘난 사람 모여 있다는 곳이 어떻게 이토록 지저분하다 말이오까. 아이야~ 아이야~ 학!” – 이성계

당장 국회에 보내 교본으로 삶아도 될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난 사람(?) 모여 있다는 곳이 어떻게 이토록 지저분하다 말입니까!”

조민수라는 꼭두각시를 내세워 도당 복귀의 속내를 드러낸 이인임, 이성계를 배신한 후 실권을 장악한 조민수, 후계자 옹립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갈등, 화합의 정치를 내세우는 정몽주와 개혁을 바라는 정도전의 동상이몽, 권문세가의 파벌싸움과 부패한 관리에 의해 버림받은 백성들… 아, 600년 전 고려 상황이 오늘날의 혼란한 현실정치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요동정벌을 둘러싼 이성계와 최영의 갈등에 집중했던 ‘정도전’은 이인임의 재등장과 함께 다시 본격 두뇌싸움을 시작했다. 역시 정치에는 정치고수가 있어야 재미있는 법. 유배당한 이후에도 복귀를 위해 애쓰는 이인임에게서 ‘정치 세계는 마약’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인임 박영규의 존재감에 가려(일부 팬들은 드라마 제목을 ‘이인임’으로 해야 했다고 주장할 정도)있던 정도전 조재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인임의 재등장과 함께 다시 생기를 부여 받았다. 이인임을 향해 “시간 날 때 유언장 하나 써두라.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날선 경고를 날리는 정도전의 모습에 활력이 넘친다.

이번 회에서 정도전은 ‘정치개혁’만이 아닌, ‘경제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밑그림을 그려낸다. 알다시피 조선은 이성계의 무력만으로 개창한 게 아니라, 토지개혁을 밀어붙이며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 세워진 나라다. 권문세족들의 토지를 몰수한 뒤, 백성의 수를 헤아려 토지를 나눠 주는 ‘계민수전’을 시행하자는 정도전의 모습에서 향후 새 왕조 건설을 위한 복선이 깔렸다.

한 배를 탔지만 정치에 대한 이념이 달라 여러 번 의견이 엇갈렸던 죽마고우 정도전과 정몽주는, 이번에도 동상이몽을 꿈꿨다. “권문세족까지 끌어안는 화합의 정치를 펼치고 싶다”는 정몽주와 “권문세족을 뿌리 뽑겠다”는 정도전과 위험한 동거가 아슬아슬하다.

수다 포인트
- “정치라는 게 말이요. 너무 지전분하지 않슴매?” 내 말이…
- 계민수전(백성의 수를 헤아려 토지를 골고루 나눠 줌)이라…대기업 삼X, 현X 보고 있나?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정도전’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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