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데뷔 소감이 어떤가?
지난 2월 ‘가로수 길’로 데뷔를 선언한 솔로 가수가 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날아온 쌤(SAM)이 그 주인공이다. 부푼 가슴으로 고국 땅을 밟았지만, 그는 8년이라는 연습생 생활을 견뎌야만 했다. 사기를 당할 뻔도 했고, 아이돌 연습생이 된 적도 있다. 가족이 그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쌤의 마음을 잡아준 건 음악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작곡으로 풀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만큼은 높았다. 4년을 함께한 소속사에서도 쌤의 능력을 인정하고 따로 작업실을 차려줄 정도다. 8년의 기다림은 자신만의 내공과 진정성을 쌓는 약이 됐다. 이미 쌤은 케이블채널 Mnet ‘보이스코리아 시즌1’에서 가수 신승훈의 팀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제 정식 데뷔를 선언한 쌤은 솔로가수로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인정을 받을 차례가 됐다.
쌤 : 하루하루 행복하다. 오래 준비한 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루하루 설레며 지내고 있다.
Q. 8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데뷔한 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쌤 : 데뷔 무대 끝나고 울었다. 그 무대를 하기 위해서 8년을 기다렸으니까. 무대를 딱 하고 내려오고 나니까 허무하더라. 8년 동안 겪은 정말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날 것 같다. 부모님이 한국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모님도 아직 내 데뷔를 못 믿으신다. CD를 얼마 전에 미국으로 보내드렸는데 CD를 보고, 땡쓰 투를 보고, 사인을 보시니 이제야 실감이 나신다고 하시더라.
Q. 왜 이렇게 데뷔가 오랜 걸린 것인가.
쌤 : 한국 문화를 잘 몰랐다. 어떤 식으로 이쪽 분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하나도 몰랐다. 오디션 보는 방법 조차 몰랐다. 오디션 볼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도 없었다. 모든 과정을 배워나가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안 좋은 회사도 많이 만났다. 또 미국에 있을 때는 부모님이 있고, 집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내가 있는 곳이 그냥 집이니까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도 했다.
Q. 한국은 언제 왔나?
쌤 :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왔다. 성공적인 가수가 되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 1위라는 게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기의 직업에서 베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막상 미국에서 하려니까 솔직히 동양인으로서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이왕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 한국에서부터 배우자고 생각했다. 6월에 졸업해서 6월 말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Q. 왜 가수의 길을 택했나?
쌤 :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워서 원래 음악을 좋아했었다. 음악 쪽에서도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고등학교 때 보컬을 하자고 결심을 하게 됐다.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한국 가요를 들으면서 한국 발라드도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도 록, 발라드도 있고, 랩도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 알게 된 것이다. 특히 나는 힙합이랑 R&B를 좋아해서 한국에서 힙합과 R&B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웠다고 언제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나?
쌤 :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배웠다. 항상 마이크 잡는 것을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처음 내 노래를 들은 게 중학교 1학년이었다. 시카고에 있는 노래방에 갔는데 어머니가 “니가 한국노래를 뭘 알아”라고 그러셨다. 그래서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김민종 선배님의 ‘귀천도애’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고, 비브라토가 나오고 고음이 올라가니까 어머니도 신기하셨나보더라. 그해부터 성악레슨을 시켜주셨다.
Q. 어떤 한국 가수들을 좋아했나?
쌤 : 드렁큰 타이거, 허니패밀리, 2001 대한민국, 원타임… 특히 원타임 대니에 미쳐있었다. 내가 원타임의 보컬리스트가 될 수 있다면 대니처럼 하겠다! 정말 힙합이 좋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샀던 카세트 테이프가 투팍이랑 비기 믹스테이프였다. 랩을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일단 사람이 하나만 잘해서 그걸 발전시키는 게 좋으니까… (웃음) 앞으로도 콜라보레이션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
Q. 이번 ‘가로수 길’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 담긴 건가?
쌤 : 내가 하는 팝스러운 음악과는 다르다. 나는 슬로우 템포를 좋아하는데 첫 노래인 만큼 신나고 경쾌한 것으로 시작하자고 해서 ‘가로수 길’로 데뷔하게 됐다. ‘가로수 길’은 힙합 드럼 라인에 펑키하고, 기타와 베이스 세션이 메인 포인트다. 노래는 지르는 고음이라기보다 가성의 부드러움으로 편안하게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와는 색깔이 조금 떨어진다.
Q. ‘가로수 길’이라는 제목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따온 것인가?
쌤 : 맞다. 사실 ‘가로수 길’은 나머지 가사가 이미 나와 있는데 메인 테마가 없었다. 그래서 가로수 길이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요즘 가로수 길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패션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맛있는 게 많다. 가로수 길에는 가끔 오는데 올 때마다 예쁘신 여성분들이 가로수 길이 많이 있으시더라. (웃음) 그걸 보니 ‘가로수 길 사람들 중에서도 너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노랫말이 생각이 났다.
Q. ‘가로수 길’ 제작 과정도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쌤 : 제작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다. 세션이나 녹음이나 가사부터 꼼꼼히 스태프분들과 작곡가와 나와 다 같이 앉아서 만들었다. 만들면서 배운다는 자세로 했다. 원래 빠른 노래를 어려워 했다. 어떻게 무대에서 웃는지도 몰랐었다. 1년 동안 한 곡만 녹음하고 연습하면서 많이 배웠다. 댄서들도 엄청 고생했다. 맨날 작곡가님한테 가서 이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 이야기를 했다.
Q. 이미 오랜 시간 연습생을 했는데 데뷔곡 결정되고 나서도 1년을 준비해야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나?
쌤 : 오히려 빨리 지나갔다. 해야 될 게 정말 많았다. 그냥 지나가면 앨범 퀄리티 자체가 떨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진행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면 지루했겠지만, 하루하루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과정이었다. 오랫동안 회사에 있다보니 대표님이 나를 믿고 많은 기회를 주어서 앨범 디자인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회의에 참석해서 의견을 냈다.
Q. ‘가로수 길’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라는 논란도 빚었다.
쌤 : 사실 미국 뮤직비디오로 따지면 정말 약한 수준이다. 뮤직비디오 감독님께서 내가 미국에서 자랐으니까 미국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 키스한 커플도 실제 커플이다. 그날 뮤직비디오에서 마셨던 술도 진짜 술이다. 정말 그냥 즐기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해보고 싶었다.
Q. ‘보이스코리아 시즌1’에서 샘구(쌤의 본명은 구사무엘)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활약을 했다. 당시 신승훈의 제자였는데 이번에 데뷔하면서 신승훈이 무슨 말을 해줬나?
쌤 : 가수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사람 됨됨이가 돼야 한다고 항상 말씀해 주신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못 만들면 노래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섬세하시다. 아티스트라는 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방면에서 케어해 주신다.
Q. 당시 연습생 신분이었을 텐데 ‘보이스 코리아’는 어떻게 나간 것인가?
쌤 : 회사가 있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니 한 번 시도해보고자 몰래 오디션을 보러 갔다. 안 붙었으면 회사에서 뭐라고 했겠지. (웃음) 라이브 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보통 라이브 무대가 아니라 ‘보이스 코리아’가 다른 무대보다 더 음향이 좋았다. 세션도 대한민국 톱밴드 분들이셔서 미리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됐다.
Q. 싱어송라이터를 표방했다. 작곡은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가?
쌤 : 어렸을 때부터 작곡을 했는데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곡을 쓰는 건 어렸을 때부터 했다. 그런데 프로듀싱을 하고, 음반을 나올 수 있는 과정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데뷔를 하면서 배우게 됐다. 다음 노래부터는 내 노래를 제대로 들려 드리려고 한다. 지금보다는 느려지는데 느낌만큼은 더 파워풀하고, 임팩트는 강할 것이다.
Q. 고등학교 때 경험도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쌤 : 밴드와 오케스트라를 했다. 그 모든 장르들을 배우고 나서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할 때 조그맣게 느꼈던 다른 요소들을 갔다가 종합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 오케스트라, 록을 모두 몰랐으면 프로듀싱할 때 상상만 하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Q.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힘이 들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인가?
쌤 : 모든 스트레스를 작곡으로 풀었다. 화가 나도 작곡으로 그 화를 푸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말고는 풀 데가 없다. 음악 빼고는 부모님과 여동생이다. 가족 네 명이 항상 똘똘 뭉쳐 있기 때문에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었다. 편의점도 큰 힘이 됐다. 혼자서 밥 먹는 걸 못한다. 혼자서 식당을 가면 그 자체로도 우울해진다. 집에서도 혼자 못 먹는다. 요리를 해서 먹는 순간, 우울하고 그랬다. 편의점은 후다닥 빨리 먹을 수 있으니까 밥 먹는 시간을 길게 느낄 필요가 없었다.
Q. 아이돌 연습생도 했다고 들었다. 솔로 가수로서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쌤 : 춤도 많이 추고, 아이돌 그룹 연습생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음악 색깔이 확고했다. 회사에 내가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할 줄 안다고 보여드리니 신뢰가 쌓인 것 같다. 작업실을 차려주셨다. 회사에서 내 실력을 믿었다기보다 의지를 믿어주신 것 같다.
Q. 그렇다면 쌤의 매력은 무엇인가?
쌤 : 웃음! 웃는 게 착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보이스 코리아’때 신승훈 코치님이 모니터를 하고 나서 나에게 처음으로 해줬던 조언 중 하나가 “너는 아무리 나쁜 남자를 하려고 해도 애가 원래 착해서 안된다. 그냥 웃어라”고 말해주셨다. 내가 모니터를 해도 웃는 게 편해보인다. ‘가로수 길’ 노래도 업템포라 안 웃으면 별로여서 웃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Q. 뮤지션으로서 쌤의 매력은? (웃음)
쌤 : 앞으로 부를 곡들은 내가 직접 썼고, 제작 과정에 일일이 참여했기 때문에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만들어진 것보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가사부터 멜로디 하나하나에 다 신경 썼다. 내가 만든 곡을 꾸준히 들려드릴 것이다. 올해 내 목표는 쌤의 색깔을 확실히 사람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다. 말만 싱어송라이터지 아직 보여드린 것이 없어서 최대한 뒷받침할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Q.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한국어 가사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나?
쌤 : 오히려 더 편하다. 은유를 사용해서 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돌려 말하기보다 더 간단하게 말한다. ‘나 너 좋아한다’, ‘왜 이렇게 예쁘냐’, ‘보고싶다’같이 직설적으로 말해 이게 더 매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Q. 꿈이 뭔가.
쌤 : 목표는 프로듀서로서 후배를 양육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느꼈던 것을 한국에서 배웠던 것과 섞어서 후배들에게 많이 가르쳐 주고 싶다. 원래 롤모델이 박진영 선배님이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앨범을 제작하고 싶다. 또 다른 꿈은 한 가정의 아버지다. 결혼해서 애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Q. 가장 서보고 싶었던 무대도 있을 것 같다.
쌤 :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꿈이었다. 미국 TV에 방송이 나왔었다. 그 다음에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계속 바뀌면서 ‘나는 언제 설까’ 항상 바랐다. 내 노래로 서고 싶다. 내가 자라온 곳이 미국이니까 내 친구들과 가족을 위해서 미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서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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