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하게 뻗은 눈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빠진 고운 얼굴형, 금방이라도 만화를 찢고 나올 듯한 외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를 설명하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리더,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 그리고 배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이 남자. 여기에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밝은 빛 묻어나는 긍정의 말과 문장마다 배어있는 달뜬 웃음은 그의 매력이 뭔지 제대로 알려준다.
2011년 데뷔해 차근차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다져온 5인조 아이돌 그룹 비원에이포(B1A4). 멤버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이 그룹의 중심에 리더 진영이 있다. 지난 1월에 발매한 ‘후 엠 아이(WHO AM I)’의 타이틀곡 역시 진영이 작사 작곡한 ‘론리(Lonely)’. 이 곡으로 공중파와 케이블 음악방송에서 8번이나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게다가 진영이 출연한 영화 ‘수상한 그녀’를 통해 그가 스크린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 하나를 해도 허투루 하는 법 없고, 쉼 없이 도전하는 스물넷 진영과 얘기를 하면 할수록 세상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긍정적인 힘을 전하는 것. 진영이 비원에이포의 리더로, 가수로 그리고 배우로 존재할 수 있게 한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을까.

Q. 2014년을 시작하며 좋은 일들이 연달아 있었다. 지난 1월에 발매한 비원에이포 정규 2집 앨범 타이틀곡 ‘론리(Lonely)’로 1위를 8번이나 했고, 진영이 출연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관객 수 800만을 넘었다.
진영 :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다음번에 나올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려야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더라. 그래서인지 정신을 다잡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Q. 보통, 회사에서 분기별로 업무 실적 평가 같은 걸 하지 않나. 비원에이포의 지난 3개월, 1분기에 대한 점수를 매겨 본다면 몇 점 정도일까?
진영 : 80점? (웃음) 영광스러운 상도 많이 받았고, 바로가 SBS 드라마 ‘신의 선물’ 드라마에 캐스팅도 됐다. 내가 출연한 ‘수상한 그녀’도 잘 됐고. 신우도 MBC 라디오 ‘신동의 심심타파’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산들이나 공찬이 같은 경우도 자기 것을 갈고 닦으면서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것들을 다 봤을 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행복했던 3개월이 아니었나 싶다.

Q. 그렇다면 남은 20점은?
진영 : 그건 더 노력해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Q. 마침 오늘 멤버들이 없으니 ‘좋은’ 뒷담화를 한 번 해보자. 함께 있을 때 서로 칭찬하려고 하면 많이 쑥스러워하더라.
진영 : 일단, 신우는 현실적이어서 고마운 친구다. 내가 미래지향적인 성향이 너무 강해서 가끔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을 때가 있다. (웃음) 말도 안 되는 걸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조금 현실적으로 바라봐 주는 친구가 있으니깐 날 많이 잡아줄 수 있다. 그리고 동생들에게 형 노릇을 잘해줘서 너무 편하고 또 고맙다. 산들이는 항상 노력하고 연구를 많이 한다. 뭔가가 주어지면 나태해지는 모습 없이 열심히 한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안정이 되고 안심이 된다. 산들이의 나중 모습이 많이 기대된다. 바로도 자기 할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없다. 뭐 하나를 시키면 100%가 아닌 200%를 해내니깐. 게다가 비타민 같은 존재다. 우리가 지쳐 있을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때 같이 막 얘기해주고 웃겨주기도 하고 그런다. 공찬이는 막내지만 든든하다. 형들이 힘들 때 막내의 어깨를 빌릴 때가 있다. 막내가 그런 노릇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마음이 엄청 강해서 기댈 수 있다.

Q. 숙소에서 산들과 같은 방을 쓰고 있지 않나? 라디오에서 둘 다 정리를 잘 못한다고 말하더라. (웃음) 특별히 룸메이트에게 방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진영 : 솔직히 조언을 못 하겠다. 요즘에는 내가 더 어지럽히는 것 같아서. 진짜 큰일 났다. (웃음) 얼마 전에 깨끗하게 치웠는데 다시 옷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 방은 깨끗한데… 처음부터 둘이 쓰는게 잘못이었을 수도 있다. 원래는 둘이 쓰면 더 인지해서 열심히 치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서로 기댄다. “야 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 “내일 입을 건데 뭐. 그냥 여기에 놓자” 이런 식으로 의존하고 있으니 점점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조만간 치워야 될 것 같다. (웃음)

Q. 이런 멤버들과 떨어져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선후배, 동료 연기자들과 함께한 느낌은 뭔가 색달랐을 것 같다. 비원에이포 진영이 아닌 정진영이었을 것 같은데.
진영 : 그런 것보다 비원에이포의 일원으로서 현장에 가는 느낌이 더 컸다. 팀을 알려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으니깐. 내가 거기에서 못 하면 팀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게 될 테니 그런 것도 많이 신경 쓰게 됐다. 절대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항상 멤버들은 마음속에 있다.



Q. ‘우와한 녀’와 ‘수상한 그녀’, 드라마와 영화 각각 한 편씩 해 봤다. 연기가 뭔지 조금은 알겠던가?
진영 : 매력을 알았다. 나 같은 경우엔 경험이 많이 없으니깐 궁금한 게 많았다.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누군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게 엄청 값진 경험인 것 같다. ‘우와한 녀’에서는 날라리 공민규를 표현하면서 못해본 걸 해봤다. 내가 그렇게 되진 못하지만 캐릭터를 통해 트러블도 만들어 보고. (웃음) 영화에서의 손자 역할도 엄청 재미있었다.

Q. 연기 연습은 따로 하나?
진영 : 연습을 따로 하진 않고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연구하려고 노력한다. 연습을 한다고 해서 연기가 바로 늘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하나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거기에 빠져서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직전에 같이 캐릭터를 분석해 주는 분들은 있다. 내가 이해 못 하는 부분이나 경험을 못 해본 것들이 많아 조언을 구하곤 한다. ‘수상한 그녀’ 때에는 아예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아실 테고 원하시는 모습이 있으실 것 같아서 감독님께 여쭤보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었다.

Q. 그나저나 ‘수상한 그녀’에서 록밴드라고는 하지만 너무 하얗게 분장하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 분명 목소리는 진영인데, 저 얼굴은 누구지 했다.
진영 : 나도 처음엔 정말 많이 놀랐다. 분장할 때 졸려서 좀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이걸 어떡하지 싶었는데 하다 보니 적응이 또 되더라. 홍대에서 첫 촬영이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다 피했다. 무서워할 것 같긴 했다. 얼굴에 번개도 그렸으니. (웃음)

Q. 이쯤에서 한 번 물어보자. 얼굴, 음악, 연기 중 가장 자신 있는 건 뭔가?
진영 : 아… 얼굴 빼고 음악과 연기. 음악이랑 연기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안 든다.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똑같은 것 같다. 음악은 가사로, 연기에서는 대사로 말하지 않나. 노래를 부르면서도 눈물을 흘린다든지 하면서 연기를 하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 음악에도 도움이 되고, 음악을 하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Q. 결론은 둘 다 자신 있다는 말이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격 같다.
진영 : 엄청 도전적이다. 일단 한 번 부딪히고 보자는 성격이다.

Q. 실패해 본 경험은 없나?
진영 : 실패의 경우도 있었겠지만, 뭔가가 되려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좌절하지 않았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털고 일어나면 되지’ 했다. 어차피 이번만이 기회는 아니니깐 ‘다음에 더 큰 걸 얻자’ 식으로 하게 됐다. 이쪽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나중에 내가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런 마음을 가져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래, 넌 그래라. 난 이렇게 생각할 테니깐’ 같은 생각이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 말을 안 듣는다는 건 아니다. (웃음) 실패라고 말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따져본다면 그랬던 것 같다.

Q. 엄청 긍정적이다.
진영 : 이번에 가사 쓴 것 중에도 이런 게 묻어나는 게 있다. ‘사랑 그땐’이라고, 이 노래가 엄청 긍정적이다. ‘사랑 그땐 내게 행복을 줬지만, 결국 이별이란 슬픔을 주었죠. 이별 그땐 내게 슬픔을 줬지만, 이젠 아픔보다 좋은 추억’. 사랑했기 때문에 이별이란 것이 너무 아프고 힘들지 않나.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런 경험 때문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시절의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다 경험이 되었다라는 걸 표현했다.

Q. 얘기를 하다 보니 진영의 매력을 딱 알겠다. 사람들이 비원에이포를 그리고 진영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진영 : 편안함인 것 같다. 팬미팅 같은 걸 할 때 보면 팬들이 우리를 어려워하지 않고 옆집 오빠 같이 대한다. 팬들이 우리를 편하게 대하니깐 우리도 그렇게 되고. 그런 게 오히려 소통도 더 쉽다. 어차피 우리를 만나려고 오신 분들이고, 우리도 팬들을 만나러 온 건데 뭔가 각 잡고 그럴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Q. 비원에이포란 그룹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 선한(Good) 이미지부터 연상된다. 혹시 이런 이미지가 나중에라도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은 없나?
진영 : 만약에 우리가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만들어낸 거라면 그렇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을 보여드리는 거니깐 부담이 되거나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팬들을 대하고 같이 얘기를 나눈다.

Q.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있는 그대로’라는 건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진영 : ‘성품이 착하다’ 이런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깐. (웃음) 그런데 굳이 생각하면서 안 한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한다. 이런 걸 생각하면서 하면 오히려 힘들 것 같다.

Q. 듣다 보니 천상 아이돌이다.
진영 : 그런가. (웃음)

Q. 아이돌 같은 경우엔 누구보다 더 많이 여러 이야기를 듣지 않나. 게다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응하겠지’ 계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게 진영에게선 안 보인다.
진영 : 아, 우리도 신경 쓰는 건 있다. 팬들에게 좋은 기억,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야 되니깐 뭔가 팬들이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크다.

Q. 그건 좋아하니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 거고.
진영 : 그렇겠네. (웃음)



Q. 포털사이트에 ‘비원에이포 진영’을 검색해 본 적 있나?
진영 : 물론 쳐봤다.

Q. 인물정보 옆에 나오는 말도 알고 있겠다. 가수…
진영 : (동시에) 작곡가.

Q. 가수와 작곡가라는 단어로 진영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듯하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하고 있는데, 이 중에 더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나?
진영 : 어느 한쪽에 마음이 가거나 그런 게 없다. 다 병행이 된다. 곡을 쓰면서 가사를 쓰니깐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안 나온다. 정확한 가사가 안 나오더라도 느낌들은 나오니깐 처음부터 주제를 생각하진 않는다. 저절로 나오는 가사를 보면서 이런 가사가 나왔으니깐 이런 주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일들은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나. 작곡 같은 경우, 정말 매력이 있는 게 말이 아닌 멜로디로 어떤 것들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경험했던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곡에 담으니 만족감도 있고, 이것 자체가 또 하나의 경험이 되어준다.

Q. 혼자 작사 작곡을 하는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하게 되는 거고, 바로나 신우가 작사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 건가?
진영 : 랩 가사는 내가 쓸 수 없는 부분이라 두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한다. 랩 부분만 딱 비워 놓고 여기 부분에 가사 써줘,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곡을 들려주고 노래의 스토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해준다. 이런 노래고, 남녀가 이렇게 되는 노래야, 너 부분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느낌이 나왔으면 좋겠어, 너도 이런 경험 있지 않니, 그 경험을 최대한 끌어내서 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서로 얘기를 하면 좀 더 이해하며 작업할 수 있게 된다.

Q. 프로듀싱까지 하니 멤버들의 장점을 누구보다 더 많이 발견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진영의 장점은 누가 봐주나?
진영 : 원래는 디렉팅(작곡가가 가수가 제대로 곡을 소화하는지 지도하는 것)을 나 혼자 봤는데 요즘에는 돌아가면서 본다. 멤버들에게 이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고, 이 방법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는 스킬도 그렇지만 노래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 하는 센스도 진짜 중요하다. 아무래도 곡을 만드는 작곡가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곡을 더 잘 이해하면서 부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각자 그 곡자의 입장이 되어서 디렉팅을 해준다. 노래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다음에 자신이 부를 때에는 그 노래에 좀 더 빠져서 하게 된다. 원래 있던 노래의 Inst.(Instrumental: 악기만 연주된 곡) 버전을 자기가 만든 곡이라고 생각하고 녹음을 해보는 연습 같은 것도 많이 했다. 자기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까 각자만의 느낌이 나오더라.

Q. 멤버들이 서로의 장점을 봐주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진영 : 맞다. 내가 할 때도 멤버들이 봐준다. 내가 곡자이지만 멤버들도 자기가 그 곡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준다. 대화를 한다. 나는 이랬었는데 너는 이런 생각이구나 하면 그걸 조율해 간다. 비원에이포라는 팀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간다.



Q.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독특한 편이다.
진영 : 솔직히 말해 호불호가 갈리더라.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목소리로 가꿔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다.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은 게 목표다.

Q. 멤버들도 하나하나 목소리 컬러가 다 다르다.
진영 : 그래서 예측을 못 하겠다. 내가 가이드를 미리 해놓지만, 하면서도 ‘어차피 엄청 바뀔 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멤버들 목소리가 들어가면 그때 딱 비원에이포의 노래가 된다. 산들이는 중음대에서 엄청 파워풀하고 ‘딱’ 쳐주는 임팩트가 있다. 신우는 고음을 잘 낸다. 약간 록(Rock)적인 스타일의 노래를 잘한다. 그런 음을 잘 내줘서 노래를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 (공)찬이 같은 경우에는 미성이 정말 예쁘다. 그래서 쓸 부분이 엄청 많다. 목소리가 하나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바로도 노래를 잘 살려준다. 동굴 목소리라고 하지. 목소리 자체가 좋아서 모든 노래에 다 어울린다.

Q. 작곡할 때 멜로디 같은 건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
진영 : 머리가 텅 비어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오히려 작업실에서 생각하면 더 안 나온다. 길을 걸어갈 때나 차 탈 때, 그때 멜로디가 많이 나온다. 걸을 때 보면 아무 생각이 없거나, 아니면 추억 같은 걸 생각하지 않나. 별생각 없을 때, 머리가 깨끗한 상태일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그러다 ‘어, 이 멜로디 괜찮은데’ 하면 녹음기에 바로 녹음한다. 예전에도 이런 게 많았는데 다 놓쳤다. 그냥 흘러나온 노래겠지 했는데 곡을 쓰게 되니 이런 거 하나하나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졌다.

Q. 잡아내는 능력도 생겼구나.
진영 : 그게 정말 필요하더라. 가사 같은 경우에도 멜로디가 안 나온 상태에서 어떤 말들을 흥얼거리다 보면 큰 주제를 얻어 낸다.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주제를 찾아간다. 그 말들을 보며 이건 옛날에 내가 겪었던 일이랑 비슷하네 해서 그걸 주제로 쓸 때도 있고. 어떤 주제가 특이하다 싶으면 일단 저장해 놓고 나중에 그걸 두고 쓰기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어쨌든 대중에게 들려줘야 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다. 단어 자체도 임팩트가 있어야 하고 공감을 사야 하기도 하니깐. 그런 게 쉽지 않다.



Q. 자기 전에 음악을 항상 듣지 않나? 이런 점도 곡을 만드는 데 영향이 있겠다. 어제는 뭘 들었나?
진영 : 많이 듣는다. 일부러 듣고 잔다. 어제는 내가 작곡한 곡을 들었다. (웃음) 곡을 쓰고 있을 때에는 내가 만든 걸 많이 듣는다. 듣다가 새로운 멜로디가 나오는 경우도 있곤 해서.

Q. 그래서인지 소설의 ‘1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진영이 만든 노래를 들으면 진영의 느낌이 확실히 묻어난다. 자신의 성향과 비슷하게 곡을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과 달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진영 : 너무 확 벗어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경험과 곡을 만들 때의 환경이나 상황이 우리의 색깔과 만나면서 비원에이포의 색이 되는 것 같다. 이 색을 유지하되 거기에서 변화를 준다.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과 끝을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의 노래 같지는 않았으면 한다. 노래를 듣고 ‘비원에이포 노래 같네’ 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다.

Q. ‘론리’를 처음 들었을 때 ‘감성은 복고인데 감각은 세련되었다’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스쳤다. 비원에이포만의 특유의 감성과 표현법이 있다.
진영 : 맞다. 주변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이 많다고 얘기하신다. ‘사랑 그땐’ 같은 경우도 고전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있고, ‘론리’도 처음 시작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되게 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소스들을 요즘 스타일로 쓰니깐 아무리 예전 스타일의 편곡이어도 또 다른 느낌이 나더라. 복고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것이 조화를 이뤄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나오지 않았었나 싶다. 가사 같은 경우도 어렵게 쓰려고 하지 않았다. 진짜 있을 법한 일들이지 않나. ‘함께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네가 없네. 영화 보려고 했는데 네가 없네’ 어려운 말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을 쉽게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단어를 멋있게 포장하거나 어렵게 표현해서 과연 공감을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준다면?
진영 : 내가 느꼈던 것들을 그대로 담았다.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경험을 말하자면 ‘함께 밥을 먹으려고’에서 떠올린 건 피자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피자를 많이 먹으러 다녔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다음 날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는데 피자를 먹어도, 친구들이랑 있어도, 재미가 하나도 없는 거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여자친구와 같이 다녔는데 친구들이랑 있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그랬다. 그런 걸 그대로 표현한 거다. 나중에 다 만들어 놓고 좀 웃겼던 게… 예전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었던 게 노래가 안 나오는 부분이 있다. ‘걷는다 걷는다 다시 함께 걷는다면 우리 함께 걷는다면, 좋겠다’에서 ‘좋겠다’를 일부러 노래로 안 했다. 거기서 모든 게 표현이 된 거다. ‘뭘 했으면 좋겠다’라는 그 한 마디로 노래 전체를 표현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만 백 번 넘게 녹음했다.

Q. 방금 연애 경험을 얘기했는데,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이지 않나. 머릿속에 그리는 로맨틱한 사랑의 그림이 있나?
진영 : 그런데 영화 장면밖에 안 떠오른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데 첫눈에 반하는 거. 그러다 나중에 다시 만나는 거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라고 시작되는 사랑도 있을 테고. 서로 부딪혀서 책을 떨어뜨리다 사랑에 빠지는, 그런 것도 있고.

Q. 실제로 해본 사랑 중 기억 속에 남은 로맨틱한 순간도 있을까?
진영 : 물론 있다. 그런데 행복했던 것들은 전체적으로 크게 기억되는 것 같다. 오히려 힘들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바늘처럼 아프게 남더라.

Q. 아프게 남은 경험이라면?
진영 : 힘들었던 경험 중에 하나를 표현한 게 ‘굿 러브(Good Love)’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식어가는 걸 표현했었다. 실제로 여자친구와 커피숍에서 만났었는데, 그때 우리는 사랑이 식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말을 거의 한마디도 안 했다. 둘 다 헤어지겠구나 직감을 하고 있던 거다. 여자친구가 약간 눈물을 보였다. 이 친구도 나한테 함부로 말을 못하겠고 나도 함부로 헤어지자고 말을 못한 상태. 그래서 앉아만 있다가 갔다. ‘오늘따라 말이 없네요. 무슨 일인지 말해줘요.’ 솔직히 사랑이 다 식었는데 이 말을 할 마음이 안 날거다. 그래서 (공)찬이한테 부를 때 최대한 담담하게 해달라고 했다. ‘난 나쁜 놈’부터 속마음이다. ‘아,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왜 그랬지’ 하면서 옛날에 좋았던 그런 것들이 떠오르는 거다. 이 노래는 머리 아프게 쓴 게 아니라 진짜 딱 그 날 감정 그대로 썼다. 처음엔 ‘어, 이거 어떡하지. 비원에이포 노래 같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이런 노래 안 해봤는데 하면서 엄청 당황했고. (웃음) 멤버들한테 들려주려고 했는데 마음이 좀 그랬다. 이거 그냥 내 감정대로 써버려서 어떡하지 싶었는데 그걸 또 멤버들이 잘 소화해 주더라. 고마웠다.

Q. 음, 지금 얘기한 사람은 ‘피자’ 때의 친구와 다른 사람인가? 그 다음에 이별은 어떻게 했나?
진영 : 다른 사람이다. 거기가 이별이었던 거다. 나중에 연락을 통해서 헤어졌다. 처음으로 합의해서 헤어졌다. 나도 말 꺼내기가 미안했고 그 친구도 말 꺼내기 미안했는데, 얘기를 하면서 정말 편하게 헤어진 것 같다. 사랑의 온도가 많이 식은 만큼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었다. 엄청 오래된 얘기다. 고등학교 때니깐. (웃음)



Q. 이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나더라 하는 게 있나.
진영 :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뿌듯하다.

Q. 오늘 얘기해 보니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다!
진영 : 아유, 감사하다. (웃음) 잘생겼다, 예쁘다, 이런 것보다 사람 괜찮다 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잘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 인생이 그래도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기분이 좋아진다.

Q. 올해 스물넷이 됐다. 혹시 서른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나?
진영 : 엄청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돌 치고는 그것도 아니더라.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갔나 싶어 좀 무섭기도 하고. 서른도 훅 올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아니, 아직도 어린데 그런 말을 하냐’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다르다.

Q. 30대의 진영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진영 :
비원에이포로 활동 중일 테고,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 활동도, 연기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못해 본 것들을 많이 시도해서 결과를 얻어냈을 것 같다.

Q. 앞으로 비원에이포는 어떤 모습을 그리며 갔으면 좋겠나.
진영 : 부담 갖지 않고 우리가 지금 하는 것처럼만 해 나갔으면 한다. 우리가 곡을 만들기도 하니 우리의 상황과 경험을 담아서 조금 더 발전된 모습, 우리의 색깔을 보여드리면 될 것 같다. 조금씩 변하는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다.

Q. 2월에 있었던 콘서트에서 팬들이 ‘힘이 되어줄게’라는 플래카드로 멤버들을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진영 : 그 플래카드가 아니어도 팬들은 우리에겐 늘 힘이 되는 존재다. 안 그래도 힘이 되는 데 더 힘을 주셔서 그 날 과부하가 와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이제는 역으로 우리가 힘을 드려야 될 것 같다.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많이 좋아한단 말을 하고 싶다.

B1A4 진영, 화보 촬영 비하인드 ‘큐피드가 여기 있어’보러 가기
B1A4 진영 자작곡 모음집, ‘Bling Girl’부터 ‘Who Am I’까지 보러 가기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B1A4 진영의 화보와 인터뷰는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4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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