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한 휘경으로 분한 박해진

SBS ‘별에서 온 그대’에 배우 박해진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다수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문난 칠공주’로 중화권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이 한류스타가 맡기에는 재경이라는 배역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박해진은 전작인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와 ‘소문난 칠공주’ 등의 엄청난 성공 탓에, 중화권에서의 트렌디한 이미지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묵직한 배우로 인식돼왔기에, 어쩌면 이 작품은 그의 이미지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는 생겼다.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 박해진의 배역이 재경에서 휘경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는 신성록이 연기하고 있는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사이를 오가는 재경 역 제안을 받고 꽤 오랜 기간 공들여 캐릭터를 연구했던 박해진은 당초 휘경 역에 캐스팅 된 배우 최민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제작진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는 갈등 끝에 제작진의 사정을 고려해 휘경 역을 수락하고 만다. 촬영까지 한 캐릭터를 교체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박해진은 ‘별그대’ 3회까지는 다크한 헤어스타일을 보여준다

실제 박해진은 재경으로 1회 분량을 촬영하기도 했다고. 자세히 보면, ‘별에서 온 그대’ 1~3회 분량까지 등장한 박해진은 검은색으로 짙게 염색한 머리를 내리고 등장한다. 그러다 4회분부터 현재의 브라운 펌으로 등장한다. 후자가 발랄한 휘경 역에 더 어울리는 콘셉트인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 그만큼 그가 재경에서 휘경으로 바뀌었던 당시의 상황이 급박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사상 초유의 배역교체는 박해진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돌이켜보면, 박해진이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밝은 인물이 휘경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박해진 으로서는 그가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밝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하게 된 셈이고, 또 갑작스러운 배역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고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한 배우임을 증명한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PD는 박해진이 재경 역을 연기한 직후 다시 휘경이 된 첫 날, “단 시간에 이만큼 준비해온 모습을 보고 꼭 다시 일하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친구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준비된 배우라는 사실을 알린 동시에 트렌디한 이미지까지 덧입게 됐으니 ‘별에서 온 그대’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꽤 도드라지는 작품으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박해진, 그의 필모에서 ‘별그대’는 꽤 도드라질 것이다

또 박해진의 휘경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주요한 이유는, 휘경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감정이 굉장히 다양했다는 점 탓이다. 휘경은 ‘별에서 온 그대’ 전체 캐릭터 중 가장 감정고저가 확연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초반에는 천송이(전지현)에 대한 짝사랑에 목을 매는 철없는 재벌2세로 등장하더니 후반부에는 형 재경의 정체와 직면한 후 다크한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감정의 간극이 큰 만큼,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박해진은 그 사이를 잘 이어나가 매 장면에서 깊이가 느껴지는 감정 표현을 보여준다.

소속사 관계자는 “완벽주의적인 성미 탓에 배우 본인은 아직도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휘경 역을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후회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은 배우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막상 대중의 반응이 좋아 어리둥절해하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소속사 측은 “재경 역에도 본인이 애착과 욕심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휘경 역을 맡아 들어오는 작품이나 캐릭터의 반경이 넓어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고등학생 역할까지 들어오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박해진의 다음 작품은 ‘닥터 이방인’, 이 드라마에서 그는 비밀을 가진 입체적 천재 캐릭터로 분할 예정이다. 어쩌면 ‘닥터 이방인’을 통해 보여줄 묘한 다크남으로서의 매력을 ‘별에서 온 그대’ 재경을 통해 미리 예고하려는 계획을 짰을지 모르겠으나, 교체된 휘경을 통해 처음 보여준 순수하고 밝은 이미지 탓에 ‘닥터 이방인’에서의 변신이 전해줄 반전 매력이 더 커지지는 않을까?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그 기회를 다시 성공으로 변신시킨 박해진이라는 배우. 그의 2014년은 핑크빛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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