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안성용, 한두수(왼쪽부터)

골든인디컬렉션은 인디뮤지션들과 어우러진 사계절 피처사진을 담아오고 있다. 겨울이 가기 전에 꼭 담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다. 겨울 풍취를 제대로 전달해 주는 눈과 어우러진 뮤지션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담긴 동심 가득한 사진이다. 지난 1월 20일 운명의 시간이 왔다. 창밖을 보니 한바탕 폭설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 있었다. 조바심이 났다. 눈이 녹기 전에 사진촬영이 가능한 밴드 물색이 급했다. 일단 여성뮤지션들은 궂은 날씨에 진행할 힘든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아 제외했다. 우선 군 제대 후 컴백 앨범을 준비 중인 록밴드 ‘폰부스’에게 연락을 했지만 불통이었다. 차선책으로 만난 록밴드 써드스톤 멤버들과 극적으로 촬영스케줄을 잡았고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이 땅에서 진정성을 담은 진지한 음악탐구는 천형일까? 당대에 유행하는 주류 음악이 아닌, 실험적이고 진지한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은 어김없이 대중의 무관심과 생활고라는 가혹한 2중고를 각오해야 한다. 이 같은 일그러진 후진적 대중가요계의 음악 환경은 뛰어난 뮤지션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독한 은둔의 습지를 내몰아왔다. 해체공연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던 록 밴드 써드스톤의 리더 박상도의 애절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에너지와 연주력은 가능성이 느껴졌지만 복잡한 장르가 혼재된 이들의 초기 음악은 솔직히 뭔가 허전했다. 자신들 만의 색채가 분명한 오리지널리티가 없었다. 결국 써드스톤은 대중의 무관심 속에 장르음악을 구사했던 무수한 선배들이 걸었던 예정된 그 길로 내몰렸다. 밴드 써드스톤의 짧은 역사는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말, 써드스톤은 해체의 아픔을 보약삼아 한국적 느낌이 스며든 자신들만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담은 정규 3집을 발표하며 돌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몽환적인 원초적인 질감의 사운드는 절절함까지 배어있어 뭉클한 감흥을 안겨준다. 3집 ‘싸이키문(Psychemoon)’은 평단으로부터 “이제껏 없던 사운드다”, “날것 그대로의 질감이 느껴진다”는 극찬을 받으며 밴드 결성이후 처음으로 네이버 이주의 발견, 다음에선 이달의 앨범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결국,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고난을 이겨낸 달콤한 열매를 수확해 극적인 전환기를 마련했다.

써드스톤은 2007년 발표한 데뷔 앨범에서 포크ㆍ블루스ㆍ하드록ㆍ펑크ㆍ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모색을 시도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곡들은 진부했고 홈레코딩으로 인한 열악한 녹음 퀄리티의 한계는 분명했다. 2009년 2집에서 블루스 록으로 음악적 지향점을 찾아 엄청난 공연활동을 했지만 음반은 외면을 받았다. 2집 이후 박상도는 조덕환 밴드의 세션으로 탁월한 연주력을 선보였다. 조덕환 밴드의 디렉터였던 한두수와 초창기 활동을 함께했던 안성용과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했다. 신작을 통해 원초적이고 독창적인 사운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써드스톤의 공백기는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꽤나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인다.


록밴드 써드스톤은 박상도(기타ㆍ보컬), 한두수(베이스), 안성용(드럼)의 3기 체제를 가동하며 재결성됐다. 밴드 이름은 전설적인 싸이키델릭 록커인 지미 핸드릭스의 노래 ‘써드스톤 프롬 더 선(Third stone from the sun)’에서 따왔다. 이들의 사운드가 달라진 것은 밴드의 공백기와 무관하지 않다. 박상도와 안성용이 밴드를 처음 결성한 것은 2007년 7월이다. 한 해 2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을 했지만 대중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2장의 앨범을 내고 2010년 5월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안성용은 군대에 가고 “아무도 우리들의 음악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낙심한 박상도는 음악활동에 회의를 느껴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엉뚱하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순수한 감성을 지닌 리더 박상도는 미국 LA에서 어학코스와 연주활동을 병행하던 중 우연히 길거리에서 한 흑인 기타리스트의 독특한 연주를 경험하면서 음악적 전기를 마련했다. “뉴욕에서 미국 재즈 아티스트와 아리랑을 연주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까지 남의 것을 따라 하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전에는 외국 밴드의 사운드를 동경하며 나는 왜 저런 사운드를 내지 못할까 낙심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같은 음악적 콤플렉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영역을 멤버들이 채워주었죠.”(박상도)


우리 음악, 우리 말, 우리 정서의 중요성을 절감한 박상도는 미국 사운드를 추구했던 작업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없었던 국악적 필은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을 겸비한 한두수가 채워주었다. 그는 국립국악원에서 지원하는 국악퓨전밴드 억스(AUX)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part2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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