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다영. 얼마 전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에서 임수향이 맡은 데쿠치가야의 아역을 연기했다. 극 중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초반부에 등장해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신정태(현재 김현중, 아역 곽동연)와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CF로 데뷔한 이래 ‘대장금’, ‘태극기 휘날리며’, ‘크로싱’,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마주보며 웃어’, ‘홀리랜드’ 등 드라마·영화에서 주·조연, 단역을 거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렇게 차근차근 쌓아온 작품 수가 어느덧 20편, 올 하반기에는 생애 첫 공포영화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소설 같은 인터뷰: 취재한 내용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주다영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1인칭 시점의 소설. 〈편집자 주〉

“컷! ‘감격시대’ 아역 부분 촬영 끝났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귓가에 울리는 ‘컷’ 소리와 함께 ‘감격시대’의 데쿠치가야로 살았던 지난 5개월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어. 5개월간 매일 현장에서 친구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지우(진세연이 맡은 김옥련의 아역)와 동연이를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불거져왔거든. 평소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친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더라고.

‘15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화려한 캐스팅’ 등 ‘감격시대’를 수식하는 말들보다도 나를 사로잡았던 건 극 중 데쿠치가야의 매력적인 캐릭터였어. 보통의 여주인공과는 다르게 액션신도 선보여야 했고, 주인공 정태를 만나서 느끼는 분노와 애정이 담긴 복합적인 감정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달까. 그리고 욕심도 있었지. ‘내가 데쿠치가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촬영 전에는 잠도 못 이뤘을 정도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 매일 김정규 PD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촬영이 없을 때도 계속 다른 배우들 녹화를 쫓아다니면서 모니터했어. 그만큼 욕심이 났었거든,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거든. 아, 작품에 들어가기 얼마 전에는 액션스쿨도 갔었어. 짧게 등장하는 액션신이라도 대역 없이 내가 소화하고 싶었어. 나 좀 독종 같지?



원래 중학교 때부터 내가 체력은 정말 좋았어. 중·고등학교 모두 체육대회만 나갔다 하면 마라톤에서 우승했지. 어린 나이에 데뷔하고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느라 잠도 안 자고 학교에 간 적이 많아. 그래서인지 작년에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거의 매일 하루에 3시간 정도뿐이 못 잤는데도 나는 멀쩡했어. 나보다는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지.

처음 데뷔한 건 다섯 살 때야. 아기 모델을 뽑는 오디션에서 우승했고, 운이 좋아 CF까지 찍게 됐지. 그 어린 나이에도 새벽 촬영이 있는 날이면 내가 부모님을 깨웠다고 들었어. 뭔가 연기가 나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나 봐. 근데 처음부터 부모님께서 내가 연기를 하는 걸 허락하신 건 아니야. 그때 몇 번 단역, 조연으로 작품에 출연하면서 꽤 이름 있는 작품에 출연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말리셨어. “일찍 인기를 얻으면 거만해지고 나쁜 물이 든다”고 말씀하셨지. 그때부터 큰 욕심 안 내고 작은 배역부터 소화하면서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자는 마음을 먹었어.

중학교 때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조숙한 외모 덕에 다양한 배역을 맡을 기회가 생겼어. ‘크로싱’ 때는 북한소녀를 연기했어. 그때는 지금보다도 더 말랐었거든. 아직도 기억나는 게 현장에서 박신우 감독님이 나를 보시더니 “옷까지 입혀 놓으니 정말 북한사람 같다”는 말이야. 진짜 북한사람한테 말까지 배우니까 누가 봐도 착각할 정도였지. 나중에는 “실제로 탈북소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니까.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때는 고생도 많이 했어. 일단 내용이 너무 복잡하다 보니 촬영하면서도 이해를 못 한 게 많았어. 스무 살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본 게 바로 이 영화인데, 지금 와서 보니 내가 놓친 게 많더라고.

사실 연기를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어.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했거든. 촬영 때는 학교에 자주 못 나가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도 돌더라고. 지금이야, “흥” 하고 콧방귀를 꼈을 법한 일인데 그때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이 단단해졌어. 마음이 편해지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됐어. 근데 한 가지뿐이 안 보였어, 바로 연기. 어릴 적에는 꿈이 많았는데 배우가 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아. 그래서 결심했지, 대학교에 가서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기로.

작년에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기 전만 해도 학원에 다닐 생각이 없었어. 나도 나름 현장 경험이 많았으니까. 근데 5개월 정도 준비를 하다가 주변 권유로 실기 학원을 첫 방문 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 그 치열한 경쟁과 열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게 됐지.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준비를 시작했어. 남들이 1시에 가면 나는 4시까지 학원을 지켰어. 그 결과, 나는 준석이(주다영의 14학번 동기, ‘찬란한 유산’, ‘힘내요, 미스터 김!’, ‘상어’ 등 작품에 출연했다.)와 당당히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합격하게 됐어.



꿈에 그렸던 어른이자, 대학생이 됐는데, 사실 그 자리의 무게는 생각보다도 훨씬 무거운 것 같아. 앞으로는 무엇을 하든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되고, 20대에 접어든 만큼 배우로서도 한층 성숙한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있어야겠지. 하지만 난 걱정 없어. 노력을 게을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야. 앞으로 여배우의 틀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어. 처음 배우를 꿈꿨던 그 마음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에 충실할 거야. 지금까지 배우가 되기 위해 묵묵히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왔듯이.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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