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남일녀’에 출연 중인 서장훈

서장훈이 돌아왔다. 그것도 농구가 아닌 방송으로. 지난해 은퇴 선언을 하기까지 서장훈은 ‘국보급 센터’로서 한국 농구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최근 종방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1990년대에 그의 인기는 가히 최고였다. ‘농구 대잔치’ 시절은 물론 프로 입단 이후에도 2008년 ‘개인 통산 10,000득점’을 기록하는 등 현역 선수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농구계 ‘스타’였다.

그런 그가 은퇴 이후 처음 얼굴을 비친 곳은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방송 초기 강호동의 지인으로 예능 나들이에 나선 그는 “은퇴 후 놀고 있다”는 소탈한 근황을 전했다. 평소 방송 활동에도 관심을 보여 왔던 서장훈이었기에 ‘운동’과 ‘예능’이 결합된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방송 활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돌았던 것도 그즈음이다.

이후 본래 소탈한 성격에 은퇴 이후 방송 출연을 피해왔던 서장훈은 농구로 인연을 맺은 하하와 유재석을 간곡한 부탁에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MBC ‘무한도전’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7월 ‘정준하 목 부상’, ‘정형돈 탈장 수술’을 계기로 ‘무한도전’에 대타 출연하게 된 서장훈은 ‘추격전’이라는 제작진의 감언이설에 속아 현장 섭외된 뒤 쫄쫄이 의상을 입고 갖가지 수모를 겪게 됐다.

MBC ‘무한도전’ 337회 방송 화면 캡처

서장훈의 예능 출연은 기대 이상으로 파장이 컸다. 207cm, 115kg의 육중한 비주얼은 쫄쫄이 의상을 입었을 때 시각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전했고, ‘디스코 팡팡’, ‘웃음 참기’, ‘구두약 바르기’ 등 급조된 게임 속에서 허당 매력을 발산한 서장훈은 결국 ‘예능 공룡 서장훈 사우르스’라는 별칭까지 얻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4년, 서장훈은 MBC 새 예능프로그램 ‘사남일녀’로 본격적인 방송 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3일 첫 전파를 탄 이후 2회 만에 캐릭터를 잡은 서장훈의 예능감은 놀라울 정도다. 네 명의 형제와 외동딸이 남매가 돼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4박 5일 동안 함께 생활하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셋째로 캐스팅된 서장훈은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사남일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놓고 있다.

‘사남일녀’의 연출을 맡은 강영선 PD는 서장훈의 장점으로 ‘순수함’과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강 PD는 “예전에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연출할 때 서장훈을 처음 만났는데 녹화 전 장시간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의 아이 같은 순수함과 재치 있는 언변에 매력을 느꼈다”며 “이후 ‘사남일녀’ 출연진을 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서장훈이었다. 본래 ‘나 좀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둬라’는 주의인 친구라 한 달간 쫓아 다니면서 설득한 끝에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고 털어놨다.

MBC ‘사남일녀’ 2회 방송 화면 캡처

서장훈의 순수한 매력은 지난 10일 방송된 ‘사남일녀’ 2회에서 빛을 발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어설픈 도끼질을 선보이고, 메주콩을 눌러 담을 때는 막내 이하늬보다 꼼꼼한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어필한 서장훈은 2회에서 조카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조카를 자신과 같은 ‘투블럭 헤어스타일’로 바꿔주겠다며 시장 미용실을 찾아 웃음을 자아냈다.

서장훈이 비방송인 출신이라는 점은 항상 ‘새로운 얼굴을 찾기’에 골몰하는 관찰형 예능프로그램과 만나 ‘사남일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서장훈은 ‘사남일녀’를 통해 예능계 블루칩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30년간 땀 흘려 뛰었던 코트 밖으로 나온 서장훈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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