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악재에 비난의 표적…마음과 귀를 열고 초심으로 돌아가라
나이를 잘 먹어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와 함께 경륜이 늘어나면 자신만의 아우라가 만들어지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는 방법이 서툴러질 수도 있다.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색깔이 아주 짙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세진 것이다.
트렌드를 이끌어가야 하는 연예계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항상 딜레마다. 예술혼이 짙어져 자신의 분야에서 ‘장인’이 되는 건 굉장히 특출난 사람이나 하는 것. 대중들과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역사의 기억 저편 너머로 이름이 옮겨진다. 특히 트렌드의 흐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변하는 가요계에서 창작자가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런 면에서 20년 가까이 대중음악계에 생존해있는 가수이자 제작자 박진영은 매우 독보적인 존재다. 남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개성을 어필하면서 시시때때로 새로운 트렌드를 대중들에게 제시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나이가 이제 사십대 중반에 다다랐지만 대중들을 놀라게 했던 20대 청년의 젊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피터팬이 따로 없다.
그러나 최근 박진영을 둘러싸고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음반을 낸 소속 가수들의 성적이 예전만큼 폭발적이지 못하자 그 책임자로 몰리고 있다. 더 이상 대중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여년 넘게 유지해온 색깔을 바꿔오며 유지해온 ‘섹시코드’가 더 이상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여기에 회사 내부적인 문제까지 겹쳤다. 원더걸스는 멤버들의 이탈로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2PM 옥택연은 자신의 SNS에 회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한때 천재 뮤지션으로 불렸던 박진영이 비난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박진영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의 건재와 영원한 것만 같은 젊음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온 나와 같은 중년팬들이 보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하 직원들의 반항을 수시로 접하는 중년들은 옥택연의 일탈 행동에 동병상련의 쓰린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다. 하나의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의 위치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대중들은 박진영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나는 박진영이 이 위기를 충분히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는 여전히 재능이 넘치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연예기자를 십여년 넘게 하면서 영화가 전문분야였기 때문에 박진영을 만난 건 재작년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 개봉 때 딱 한번뿐이다.
인터뷰 당시 받은 느낌은 정말 신선했다. 불혹이 다 된 나이에도 끼가 흘러 넘쳐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였고 사물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 마흔을 넘고 나서 모든 게 심드렁하게 다가오는 나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진영에 대한 믿음의 또 다른 근거는 그만큼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생각이다. 박진영이 ‘그녀는 예뻤다’, 원더걸스가 ‘텔미’와 ‘소핫’ ‘노바디’, 미쓰에이가 ‘배드걸 굿걸’을 내놓았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노바디’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음악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과 귀를 열면 충분히 제자리를 다시 찾을 것이다.
박진영에 대한 비판은 사실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뚜렷한 주관에서 기인한다.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했기에 아는 게 많고 그걸 대중들에게 여과없이 쏟아내는 모습에 대중들의 반감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기회를 기다렸고 최근 빌미가 던져지자 봇물 터지듯 수많이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3년째 해온 SBS ‘K팝스타‘에서의 박진영의 모습은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이지만 개인적으로 마이너스로 보인다. 말을 좀 줄이고 음악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박진영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낼 수는 없다.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내놓을 카드가 많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는 올해 보이그룹 갓세븐을 시작으로 새로운 팀들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갓세븐은 15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예 아이돌로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이들이 박진영의 명예회복을 이뤄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가는 그 후에 하자.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JYP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