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영기를 머금은 청마(靑馬)의 해이다. 말띠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보다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유머가 넘치고 열정이 넘치는 매력적인 성격 때문에 주변에 항상 사람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그런 특성이 딱 들어맞는 말띠 뮤지션이 있다. 화려한 가창력을 구사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다양한 자신의 시각으로 노래를 이야기하는 1978년 말띠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다.
지금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는 제 7회 레이블 마켓이 열리고 있다. 지난 1월 5일 그곳에서 열린 김목인, 강아솔, 빅베이비드라어버, 빅포니 등 일렉트릭 뮤즈 소속 뮤지션들의 쇼케이스 공연에 다녀왔다. 지난해 정규 2집 ‘한 다발의 시선’을 발표해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낸 김목인의 공연과 피쳐사진 촬영에다 인터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김목인의 음악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일상을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따뜻한 언어와 다채로운 소리가 빛나는 노래로 대중과 소통하는 독특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그의 피쳐사진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홍대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 촬영했다. 그의 음악적 화두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머니즘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본 김목인은 자신의 노래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닮은꼴이었다. 진지함과 더불어 공연에 함께 출연하는 일렉트릭 뮤즈 소속사 식구들과 시종 웃음을 머금고 대화하는 유쾌하고 인간적인 성품은 따뜻함이 담겨있는 노래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공연 후 여성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인터뷰는 홍대 앞 복합문화공간 커먼인블루에서 3시간이 넘게 진행되었다. 예상과는 달리 그는 평범치 않은 음악여정을 걸어온지라 흥미로운 사연이 많았기 때문. 명문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 인디음악 신에 진입한 뮤지션인 그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말띠 해를 맞아 앞서 언급한 말띠의 특징과 본인의 실제 성품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궁금했다. “반반인 것 같아요. 솔직히 올해가 말띠 해인 줄도 몰랐습니다.(웃음)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가 말띠면 기가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도 말띠들은 성격은 좋은 데 자기주장이 강하고 기들이 쎈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체계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말띠에다 혈액형도 B형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외골수로 보더군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동갑내기 말띠들을 한동안 볼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만나게 되더군요.”
김목인 음악의 매력은 담백함과 더불어 어수룩함이 아닐지. 노래는 스윙풍의 경쾌함이 담겨 있지만 감정의 기복이 없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한결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상의 스케치하듯 들려주는 그의 노래는 은근 중독성이 강하다. 잘난 척 하는 화려한 수사도 의미가 모호한 중의적인 단어들을 늘어놓지도 않는 그의 담담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단순 명료한 쉬운 가사는 문학성까지 느껴진다. 2002년 우연하게 참여한 컴필레이션 음반 ‘안녕하세요 카바레 사운드입니다’에서 ‘가정용피아노를 위한 프로젝트’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김목인은 2004년 4인조 혼성밴드 캐비넷 싱얼롱즈를 결성해 솔로 데뷔 직전인 2010년까지 활동했고, 현재 솔로와 더불어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김목인은 충청북도 충주에서 고등학교 미술교사이면서 서양화가였던 아버지와 미술교습소를 운영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1978년 12월 26일 태어났다. 그림을 그리다 만난 부모님은 악기연주나 노래를 참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의 집안에는 아버지가 틀어 놓은 클래식 음악이 늘 흘러나왔다. 2살 무렵부터 김목인은 헤드폰을 끼고 LP를 가지고 노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 사진까지 남아 있다. 정규 1집 재킷에 기타를 치는 음악가의 모습을 부감으로 그린 그림은 김목인이 직접 그린 작품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3살 아래 여동생이 사놓은 서태지나 넥스트 같은 가요음반을 듣긴 했지만 제가 찾아서 듣지는 않았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술교습소에서 지내 그림은 친숙하고 약간은 잘 그린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화가의 꿈은 없었습니다.”(김목인)
김목인은 초등학교 시절, 충주지역 사생대회에 나가 무수하게 입상을 했고 음악 콩쿨대회에서도 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상을 많이 받아 어릴 때 잘난 척하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가 사생대회 심시위원이었습니다.(웃음) 저는 호기심이 많아 남의 집에 가면 서랍 안이 궁금해 다 꺼내보는 특이한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직접 조립하는 장난감을 좋아해 그림보다는 과학자나 이공계 쪽이 적성이 맞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음악은 충주 시내가 작아 악기를 배울 곳도 별로 없었는데 어머니가 배워보라 해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띄엄띄엄 배웠습니다. 당시 충주시내 우륵문화제 어린이 사생 음악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는데 당시 피아노 치는 남자아이가 없어 남자 피아노 선생님이 전공을 하라고 했는데 관심이 없어 싫다고 했습니다.(웃음)”(김목인) (part2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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