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뜨거웠다. 케이블TV tvN ‘응답하라 1994′ 속 신촌 하숙집의 이야기. 나정이(고아라)의 남편이 누구인가를 놓고 핏대를 세웠지만, 매회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것은 신촌 하숙집 모든 이의 젊은 날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1990년대를 추억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점이었다. 나정이의 대학생활을 통해 우리의 새내기 시절을 떠올렸고, 삼천포(김성균)와 윤진(도희)의 풋풋한 캠퍼스 사랑을 통해 그 시절 우리의 설익은 사랑을 돌이켰다. 해태(손호준)와 삼천포의 투닥거림을 통해 그 시절 얄팍했으나 뜨거웠던 우정을 기억해볼 수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가 인생을 사는 법을 알지 못해 서툴렀으나 지금보다는 훨씬 더 용기있었던 젊은 날의 나를 소환시켜 준 것이다. 오는 28일 막을 내리는 ‘응답하라 1994′. 그 뜨거운 여운 속에 우리는 2013년을 마무리 하게 됐다. 이에 ‘응답하라 1994′가 남긴 몇 가지 기록을 살펴봤다.
tvN ‘응답하라 1994′
# 케이블TV 드라마 최고 시청률작품에 대한 신드롬은 객관적 지표인 시청률로 이어졌다. ‘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영예를 안았다. 13회에서 최고시청률 9.6%로 10%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운 것. 마지막회 시청률도 기대해 봄직하다. 그간 ‘응답하라 1994′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성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베일이 벗겨지는 내용이 하이라이트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아라 정우 유연석 등 출연 배우들이 앞다투어 ’10% 돌파’와 관련한 공약을 내 건 가운데 ‘응답하라 1994′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에 이어 최초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는 역사를 쓸지 기대를 모은다.
# 재발견된 배우들
정우, 고아라,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주요 배역 모두 재발견된 배우들의 장이었다, 영화 ‘바람’(2010)으로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조금씩 대중에 얼굴을 알려 온 정우를 쓰레기 역할로 우뚝 서게 만든 데 이어 영화계에서는 감초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생소했던 김성균을 일약 코믹 캐릭터로, 핸섬한 외모의 손호준을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빛나는 사내로 재조명했다. 여주인공 고아라에게도 이 작품은 큰 전환점이 됐다. 중학생 시절 KBS2 ‘반올림’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놓지 못한 고아라는 이 작품으로 그간 쌓아온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이며 20대 대표 여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tvN ‘응답하라 1994′
#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다일반적으로 후속작은 전작보다 부진한 현상을 일컫는 ‘소포모어 징크스’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방송된 ‘응답하라 1997′의 후속작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오히려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전작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 한정된 세대(30대 초반)를 다뤘다면 ‘응답하라 1994′는 30~40대의 보다 폭넓은 정서를 껴안는데 성공했다.
# 성동일-이일화 부부 연기 2연타
사실 ‘응답하라 1994′의 인기는 자연스러운 부부 호흡을 보여 준 성동일-이일화의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전편인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이례적으로 2편 연속 부부로 출연한 이들은 작품의 무대가 된 신촌 하숙집 주인으로 등장하며 배우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편에 이어 연속으로 고정 출연한 배우로도 이들이 유일하다. 다른 공간과 시대 배경 속에서 전개된 작품에 시청자들이 좀더 친근감을 가진 이유는 성동일-이일화 커플이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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