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배우 김혜자가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연출 함영준)로 홀로 무대 위에 섰다. 이 연극은 프랑스 작가 에릭 임마누엘 슈미트의 소설 ‘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연출자 함영준의 손길을 걸쳐 재탄생 된 작품. 함영준은 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고 열 살 대머리 소년에 김혜자를 심어 넣었을까?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오스카!)는 백혈병에 걸린 열살 소년 오스카와 소아 병동의 외래 간호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미 할머니의 우정을 그린다. 장미 할머니는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보러 권하고 오스카는 12일 동안 편지로 하나님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오스카는 삶을 뒤 돌아보게 되고 죽음 앞에 용기를 얻게 된다. 오스카를 비롯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김혜자가 맡았다.

오스카에게 남은 시간은 짧다. 그래서 그는 삶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하루를 10년처럼 살자!’는 의지를 갖추고 죽음을 맞이한다. 오스카가 세상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백 살이 훌쩍 넘는다. 활기가 넘쳤던 그가 손에 힘이 빠지게 되니 편지는 연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짧아진다. 이래서 연극에는 소년부터 늙은이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절대적이었다. 함영준은 “김혜자 선생님이 가장 아이 같았다”며 “성품이 아예 아이 같아서 어린 오스카를 만드는 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혜자가 홀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인물은 무려 11명. 김혜자는 오스카를 비롯해 오스카의 부모님, 첫사랑 페기, 병원에서 만난 친구 팝콘 베이컨 아인슈타인 장미 할머니 등을 소화해내야 했다. 이에 함영준은 “원작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우리가 읽으면 모노로 읽는다. 그래서 모노드라마로 만드는 게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책으로 독자는 오스카의 편지를 읽는다. 그 맛을 살리기 위해 함영준은 오스카를 무대위로 올려보내 편지를 읽게 한것. 그러기 위해서 소설이 모노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눈에 띄었던 것은 페기가 파란 풍선이라는 점이다. 다른 인물들은 대사로 만날 수 있다면 페기는 정해진 한 형태로 이어진다. 페기는 오스카가 느끼는 감정에 중요한 인물. 때문에 함영준은 페기를 파란 풍선으로 표현했다. 페기가 파란색인 이유는 살갗이 파르스름해지는 청색증을 앓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파란 인형을 갖다 놓고 페기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재미없지 않나. 연극의 언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길 끈을 달고 있는 파란 풍선이 페기로 가장 적합했다. 처음에 오스카는 사랑 고백을 할 용기가 없어서 페기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때 퐁선은 저 멀리 있다. 나중에는 오스카는 풍선과 점점 가까워지고 품에 안기도 한다. 그러나 페기가 떠나자 오스카는 풍선을 놓친다.”

이러한 상상력을 자극 하는 언어는 ‘연극만의 경쟁력’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텔레비전 속에서 파란 풍선을 놔두고 페기라고 우기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그는 말했다. 연극은 연극만의 언어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오스카!’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다. 때문에 오스카가 건네는 삶에 대한 메시지의 울림은 더 큰 것이 아닐까. 죽음 앞에 삶에 대한 용기를 건네는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서울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지난 11월 15일부터 시작해 오는 29일까지 펼쳐진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홍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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