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대중음악계의 키워드는 ‘만개’다. 상반기에는 음반 발매부터 공연, 페스티벌까지 대중음악계가 풍성했다. 수많은 가수들이 컴백하는 가운데 ‘돌아온 가왕’ 조용필은 〈Hello〉 열풍으로 음반시장 호황을 이끌었고, 이문세는 단독공연에 5만 명을 동원하며 열기를 더했다. ‘젠틀맨’으로 돌아온 싸이의 해외반응을 비롯해 일본에서의 한류 공연 시장은 안정적이었으며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폭발적인 증가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쏜살같이 흐른 상반기 대중음악계를 돌아본다.



1년 내내 음악페스티벌
2013년에는 약 서른 개 이상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전국에서 열렸다. 여기에 실내에서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열린 공연들까지 합하면 50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을 52주로 계산하면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음악페스티벌이 열린 셈이다. 특히 여름에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슈퍼소닉’,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5개의 글로벌 형 페스티벌이 열려 축제 성수기 시즌 최다 규모를 찍었다. 이제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산업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인 축제 시즌인 여름 이전부터 전쟁은 시작됐다. 석가탄신일을 주말 연휴인 5월 17일과 19일 사이에만 ‘서울 재즈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월드 DJ 페스티벌’ 등 4개의 대형 페스티벌이 열렸다. 여기에 로이킴, 정성하 등이 게스트로 나오는 제이슨 므라즈 내한공연, 그리고 시규어 로스, 키스 쟈렛의 내한공연 등이 겹쳤다. 이렇게 다양한 공연이 한 시기에 몰린 것은 전에는 볼 수 없던 일이다. 업계에서는 과연 이들 공연들이 집객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반적으로 집객은 양호했다. ‘월드 DJ 페스티벌’(5월 17~19일 양평강상체육공원) 5만 명, ‘그린플러그드’(5월 17~18일 난지한강공원) 약 4만5,000명, ‘서울 재즈 페스티벌’(5월 17~18일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약 3만5,000명의 성적(연인원 기준)을 올렸다. 국내 유명 밴드들이 총출동한 ‘그린플러그드’, DJ들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으로 채워진 ‘월드 DJ 페스티벌’, 유명 팝, 재즈 뮤지션들이 출연한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관객층이 겹치지 않아 다들 집객에 있어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3 뮤직&캠핑’(6월 7~9일 남이섬)는 2만 명,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6월 15일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 1만2,000명,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6월 14~15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름 록페스티벌 집객 갈려
성수기인 여름의 페스티벌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8월 2일부터 4일에는 전통의 강호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신생축제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이 같은 기간 열려 ‘석가탄신일 대첩’에 이은 두 번째 전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 19 시티브레이크’까지 열리며 여름 페스티벌 전쟁이 본격화됐다. 이로써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이기 팝, 메탈리카, 뮤즈, 스웨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 큐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스크릴렉스, 나인 인치 네일스, 스티브 바이, 스테레오포닉스, 위저, 자미로콰이, 나스, 플라시보, 테스타먼트, 마마스 건 등 어마어마한 해외 뮤지션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외에 6월에 열린 세계적인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집합하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13’은 60여 팀의 라인업이 출동했다. 세계 정상급 DJ들인 아민 반 뷰렌, 아비치, 칼 콕스를 비롯해 국내에 열혈 마니아층을 지닌 테크노 걸그룹 퍼퓸, 최근 DJ로 변신한 컬쳐 클럽 출신의 팝스타 보이 조지 등이 내한했다.

단기간에 페스티벌이 늘면서 잡음도 있었다. 해외 아티스트들을 데려오는 글로벌 형 록페스티벌이 대폭 늘면서 라인업 경쟁이 ‘싸움’ 수준으로 번진 것. ‘슈퍼소닉’과 ‘시티브레이크’는 뮤즈와 메탈리카의 섭외를 두고 경쟁해 개런티를 천문학적인 숫자로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두 팀의 개런티는 해외 뮤지션 섭외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일본 공연 개런티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CJ E&M은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을 론칭한 지산리조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관련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집객은 크게 갈렸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의 경우 메탈리카와 뮤즈를 데려오면서 이틀간 총 7만5,000명(연인원)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펜타포트’는 관객 수 약 8만5,000명(연인원)으로 사상 최다 숫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페스티벌은 사실상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안산밸리’의 경우 7만8,000명(연인원)의 관객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0만1,000명(연인원)을 동원한 작년에 비해 무려 2만3,000명이 줄어둔 숫자다. 라인업은 화려했으나 장소를 옮기는 바람에 집객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가을에도 페스티벌은 이어졌다. 로컬 형 페스티벌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댄스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인 ‘글로벌 개더링’, 재즈를 소재로 함에도 국내에서 최다 관객 집객을 자랑하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홍대 인디 신의 총 결집한 ‘잔다리 페스타’, 한국 음악 페스티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렛츠락 페스티벌’, ‘대한민국 라이브 뮤직 페스티벌’ 등이 열렸고 ‘2013 원 힙합 페스티벌’, 레이블 ECM 소속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ECM 뮤직 페스티벌’ 유럽 재즈 연주자들이 오는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 등이 새롭게 론칭했다.

페스티벌 내년에 더 늘어나나?
올해는 페스티벌이 크게 늘면서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로써 페스티벌의 수에 대한 고민이 나오고 있다. 페스티벌의 숫자가 줄어들지, 아니면 반대로 늘어날지 여부는 내년이 돼 바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흥행에 실패한 페스티벌이 철수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대카드가 들어온 것처럼 내년에는 삼성, LG 같은 기업들이 페스티벌 시장에 유입될 거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을 줄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대의 입장도 있다. 늘고 있는 페스티벌을 통해서 한국 음악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음악페스티벌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지, 아니면 향락의 문화로 그칠지 여부는 페스티벌 종사자와 뮤지션, 그리고 관객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프라이빗커브, 예스컴엔터테인먼트, 현대카드, 자라섬사무국, UMF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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