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스타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미래의 스타가 될 원석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어떤 이는 절호의 기회를 얻어 스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끼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눈물 흘리며 포기하기도 한다. 스타가 되는 길엔 정답은 없다. 그러나 남다른 노력과 끼가 필요하다. 텐아시아는 매주 아직 제 꽃을 만발하지 못한 유망주 한 팀(명)을 선택해 그들의 강점과 아쉬운 점을 살펴본다.



보이그룹 히스토리(History)는 아이유 써니힐 등이 소속된 로엔트리가 야심차게 만든 그룹. 2013년 4월 데뷔한 풋풋한 신인그룹이지만 ‘드리머(Dreamer)’ ‘열대야’ ‘난 너한테 뭐야’로 연이어 활동하면서 점차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히스토리가 지향하는 것은 얼터너티브 그룹. 데뷔 당시 소속사는 “얼터너티브 그룹은 장르적 정의가 아닌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정의하는 것으로 관습적 사운드와 획일적인 퍼포먼스를 뛰어넘어 가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히스토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야심찬 포부처럼 히스토리는 2013년에 펼친 세 차례의 활동 모두 한정된 장르를 벗어난 다양한 시도로 눈길을 모았다.

‘드리머’ 당시 히스토리(왼쪽)와 ‘열대야’ 당시 히스토리

데뷔곡 ‘드리머’는 도입부의 독특한 아카펠라와 후렴구의 드라마틱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일렉트로닉과 힙합 장르가 주를 이루는 여타 아이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감미롭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두 번째 활동곡 ‘열대야’는 일렉트로 하우스 비트 위에 콤플렉스트로(Complextro, Complex+Electro) 장르를 얹혀 같은 일렉트로닉이라도 차별화를 꾀하면서 자유분방하고 귀여운 소년의 모습으로 어필했다.

지난달 28일 두 번째 미니앨범 ‘블루 스프링’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난 너한테 뭐야’로 활동을 시작한 히스토리의 세 번째 변신은 ‘상남자’였다. 특히 앨범 발표 전에 공개한 뮤직비디오는 술, 담배, 폭력으로 얼룩진 청춘의 모습을 담아 19금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올블랙 패션으로 무대 의상을 입고 멤버들의 섬세한 보컬과 시형의 중저음 랩이 어우러져 더욱 어둡고 시크하면서도 방황하는 청춘의 매력을 살렸다.

특히 ‘난 너한테 뭐야’는 라틴팝 장르의 크로스오버 곡으로 라틴 댄스의 한 종류인 맘보 댄스를 새롭게 재해석한 군무를 선보인다. 나쁜 남자들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맘보 춤으로 내면에 숨겨진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외강내유’형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 부드러운 남자, 귀여운 소년, 상남자까지 소화한 이들의 계속된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풋풋한 신인 그룹에게서 심상치 않은 잠재력을 느끼는 대목이다.

# 관전 포인트 : 구멍이 없다! 멤버별로 고른 가창력



히스토리가 계속된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멤버들의 기본적인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 보통 아이돌 그룹은 비교적 실력이 아쉽지만 잘생긴 멤버와 댄스 담당 멤버 그리고 가창력과 랩 담당 멤버로 그룹을 구성한다. 그러나 히스토리는 모든 멤버들이 비쥬얼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메인보컬 나도균과 함께 MBC ‘위대한 탄생2’에 출연해 생방송 직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멤버 장이정의 검증된 실력을 비롯해 보컬 송경일, 김재호 모두 고음을 필요한 파트를 맡아 실력을 드러낸 바 있다. 래퍼 시형도 랩메이킹에 참여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

# 미스 포인트 : 변신에 대한 오해
계속된 변신은 장르소화력을 높이지만, 신인그룹의 계속된 변신은 자칫 ‘뜰 때까지 통하는 콘셉트 시도’라는 고약한 오해를 살 수 있다. 힙합돌, 감성돌 등 아이돌은 그룹만의 주무기로 승부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에 “히스토리만의 무기는 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는 상태. 그러나 오히려 히스토리에 무기를 묻는 것 자체가 획일적이거나 관습적 사운드에 갇히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얼터너티브 그룹을 표방하는 히스토리의 진짜 무기는 ‘변신’이다.

# 잠재력 포인트 :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난 연기력

히스토리 ‘난 너한테 뭐야’ MV

19금 판정을 받은 ‘난 너한테 뭐야’ 뮤직비디오를 들여다보면 히스토리 멤버들의 수준급 연기력에 놀라게 된다. 멤버 장이정은 팬티만 걸친 채 초점 잃은 눈빛으로 방황하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리더 송경일은 잔채로 입에 술을 털어놓고, 담배를 피며 휘청거리는 모습, 길거리에서 빵을 먹는 모습 등 불안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뮤직비디오 특성 상 약간은 과장된 표정 연기가 군데군데 보이기도 하지만, 슬프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히스토리의 연기에서 ‘연기돌’로서의 가능성을 점쳐 본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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