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스(VIXX)에게 2013년은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난 1월 발표한 ‘다칠 준비가 돼 있어’의 뱀파이어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11월 25일 데뷔 1년 6개월 만에 정규 앨범 1집을 발표했다.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저주인형 등 차별화된 콘셉트를 바탕으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도 올해부터였다.Q. 먼저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소감이 어떤가?
어느덧 2013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빅스의 2013년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규 1집을 발표한 지금이 진짜 시작이다. 엑소, 크레용팝 등 2년차 아이돌그룹의 약진이 눈에 띄었던 올해, 큰 성장세를 보였던 빅스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지난 24일 KBS2 ‘뮤직뱅크’에서 빅스의 대기실을 습격했다. 컴백 무대 준비에 한창이던 빅스에게 궁금했던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컴백을 앞둔 빅스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과 기대감에 찬 얼굴이었다. 아이돌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 실내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한 배짱, 스웨덴 이탈리아 미국 등 글로벌 쇼케이스를 통해 얻은 경험까지 합쳐졌다. 진짜 빅스가 시작됐다.
엔 : 첫 정규 앨범이라 감회가 새롭다. 데뷔부터 꿈꾸던 것이었다. 우리가 준비가 됐을 때 정규 앨범을 내자고 항상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 준비를 열심히 해서 발표하게 돼 기분이 좋다.
라비 : 올 한해 정말 열심히 한 것 같다. 늘 바쁘게 준비를 하긴 됐는데 이번에 진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고 나온 거 같아서 뿌듯하다. 기대하고 걱정하고 있다.
Q. 올 초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빅스의 이름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였다. 체조경기장에서 쇼케이스를 할 정도로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라비 :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한다.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빅스를 알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빅스라는 이름을 더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엔 : 점점 더 욕심이 나고 있다.
Q. 차별화된 콘셉트가 인기 비결이다. 이번 콘셉트는 저주인형이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모아진 것인가?
엔 : 회사에서 콘셉트가 생각날 때마다 그냥 던져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끼리 툭툭 던졌는데 그걸 잘 조합해주신 것 같다. 그 후에 우리가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저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거나 말을 하면서 이렇게 완성된 콘셉트가 나온 거 같다.
Q. 툭툭 던진 게 뭔가?
켄 : 좀비 같은 거나 마법사, 판타지 같은 느낌? 나는 경찰도 이야기했다. (웃음)
엔 : 주술사 이야기도 한 번 했었고,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
Q. ‘대.다.나.다.너’빼고는 판타지를 가미한 콘셉트지만, 항상 어두운 느낌도 없지 않다.
라비 :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도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엔 : 점점 더 멋있게!
Q. 이제 안 입어본 수트가 없겠다.
엔 : 수트는 빅스다.
Q. 퍼포먼스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번 ‘저주인형’ 안무에서 정말 포인트로 꼽는 부분이 있다면?
엔 : 사실 콘셉트를 표현한 모든 것들이 포인트다. 콘셉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도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멤버별로 자기 파트에 하나씩 포인트가 다 있는데 어디 한 군데를 꼽는다는 게 정말 아쉽다. 멤버마다 포인트를 살리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라비 : 콘셉트를 하나로 잘 설명해주는 것은 ‘다 이뤄지리라’는 부분이다. 손가락으로 동작을 만드는데 (중지를 검지에 꼬는 손가락 동작) 이게 ‘굿럭’이라는 뜻이다. 저주인형의 의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다 이뤄지게 만들겠다는 뜻이 크다. 그래서 이 동작이 그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고,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함축적인 부분이다.
Q. 못으로 찌르는 안무가 지상파 음악방송에서는 불가 판정을 받았다. 상징적인 장면들이 수정됐는데 어떻게 살렸나?
엔 : 찌르는 장면은 손으로 대체됐다. 다른 것들은 표정으로 많이 메꾸려고 한다. 가장 콘셉트를 잘 설명하는 포인트였는데 아쉽긴 하다.
라비 : 사실 저주인형 자체가 바늘로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어서 그런 안무들이 수정된 것이 아쉽다. 최대한 느낌을 살리려고 한다.
Q. 이번 앨범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라비 : 당연히 타이틀곡! 타이틀곡의 콘셉트에 맞춰서 앨범을 전체적으로 구성했다. 그래서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규 앨범이니 곡 하나 하나 신경도 많이 썼다. 빅스의 색깔이 담긴 곡들도 있는데 그 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곡도 있다. 내 자작곡도 있다.
Q. 라비는 자작곡도 있고, 랩메이킹을 포함해 10곡이나 작사했다. 바빴을 텐데 언제 그렇게 작사한 것인가?
라비 : 평소에 스케치를 항상 한다. 생각했던 것이나 작업하게 됐을 때 테마가 정해지면 그것에 맞춰서 작업한다.
Q. 영감은 어디서 얻나?
라비 : 주로 해외 아티스트들 가사를 보며 영감을 얻는데 요즘은 드라마를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특히 감성적인 부분을 얻는다.
Q. 드라마는 뭘 보나? 혹시 얼마 전에 출연한… (빅스는 SBS ‘상속자들’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라비 : 아니다. (웃음) 나는 항상 다 끝난 드라마를 다시 본다.
엔 : 한 방에 몰아서 보더라.
라비 : 최근에는 SBS ‘신사의 품격’을 봤고, 지금은 얼마 전에 끝난 KBS2 ‘비밀’을 보려고 한다.
엔(위쪽)과 레오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무엇인가?홍빈 : 수록곡 ‘뷰티풀 킬러(Beautiful Killer)’라는 곡이 좋다. 일단 멤버들이 녹음을 잘 해줬고, 노래가 좋아서 가이드 버전이 나왔을 때부터 계속 들었다. 메인보컬 형들이 잘 포장도 해줬다.
엔 : 뭘 그 정도야.
홍빈 : 리더보컬 말구. (웃음)
혁 : 난 선공개곡 ‘대답은 너니까’가 좋다. 분위기도 좋고, 녹음을 재미있게 했다. 디렉팅을 해주신 분과 같이 연습을 많이 해서 나에게 의미가 크다.
라비 : 나는 (역시) 내 노래다. (라비의 자작곡은 ‘시크릿 나잇(Secret Night)’이다.)
켄 : 다른 사람이 말해줬어야 하는데…
라비 : 안 할 거 같아서 (웃음) 음원으로 나온 자작곡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작권이 등록된 건 KBS 2FM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 로고송 말고 딱히 없었다. 팬들에게 공개한 자작곡도 몇 곡 있었는데 빅스가 같이 진행하게 된 곡으로는 처음으로 나온 음원이라 신경도 많이 썼다. 또 빅스를 위해 만든 노래 중에 선택된 노래라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멤버들도 잘해줬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만족도가 높다.
Q. 나머지 멤버들은 어떤 노래가 가장 마음에 들던가?
레오 : ‘섬데이’. 듣다 보면 겨울과 잘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면서 드럼 소리가 따뜻한 느낌이 나서 기분 좋게 녹음을 했다.
켄 : 나는 무조건 타이틀곡! 타이틀곡에 엄청난 힘을 쏟아 부은 것 같다. 녹음을 하고나서도 나중에 듣다가 여기는 다시 하고 싶다는 부분을 계속 말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
엔 : 솔직히 말하면 난 정말 전곡이 다 좋다. 앨범이 없을 때도 계속 들려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고른다면 두 곡이 있는데 ‘태어나줘서 고마워’와 ‘섬데이(Someday)’가 정말 좋다. 내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일동 : 하하하)
라비 : 이유가 그거라고?
Q. 엔은 데뷔 초보다 노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은 게 보인다. 특별히 노력한 게 있나?
엔 : 많이 듣고 많이 본 게 도움이 됐다. 사실 불러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지만, 영상을 많이 보고 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자신감도 생기고, 예전보다 흥미가 많이 생겼다.
Q. 홍빈의 보컬 실력도 확 달라졌다.
홍빈 : 연습을 쭉 했었다.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라비가 내 MP3에 팝을 많이 넣어준 것? 그것을 많이 듣고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해외 유명 가수들이) 라이브를 정말 끝내주게 하더라. 그것에 자극을 많이 받고, 이 정도로 했으면 좋겠다는 멘토가 생긴 것 같다. 노력을 많이 했다.
라비 : 나는 팝 전도사!
Q. 홍빈은 ‘저주인형’ 뮤직비디오에서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어떤 감정으로 몰입했나?
홍빈 :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에 이병헌 선배님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참고했다. 꼭 뮤직비디오를 위해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그 전에 자료 삼아 보다가 저런 표정과 표현력을 따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찰나, ‘저주인형’ 콘셉트가 결정 나서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엔 : 홍빈이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연습실에서 혼자서 계속 거울 보면서 뭔가를 했는데 알고 봤더니 연기연습이었다.
켄(위쪽)과 라비
Q. 레오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큰 표현을 하지 않는다. 정말 격한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던 순간은 없나?레오 : 아쉬웠다기보다는 항상 내가 무대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무대로 전해드리고 싶다. 그게 내가 무대에 서게 하는 힘을 많이 준다. 그걸로 인해 많이 느끼기 때문에 더 준비를 많이 하고, 개발을 한다. 그래서 표현 못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크게 없다.
Q. 지난 17일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한 쇼케이스에서 큰 감동을 느꼈을 것 같다. 특히 엔은 쇼케이스 때 살짝 눈물을 보였다.
엔 : 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음) (일동 : 하하하) 눈물이 났던 건 힘들었던 기억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생각나서 그랬다. 끝나고 대기실에서 또 터져버렸다. 멤버들이 토닥여줬다.
라비 : 엄청 울던데?
엔 : 뭘 엄청 울어. 잠깐 울었지. (웃음) 멤버들이 ‘괜찮아’라고 해주는 말에 더 울컥해서 울었던 거 같다.
Q. 켄은 그날 ‘상속자들’ OST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를 불렀다. 데뷔 초에 비해 보컬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가 보였다.
켄 : 제일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땡땡한 소리보다 허스키하고 답답한 소리가 났다. 그걸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다. 댄스곡을 주로 부르다 보니 빠르게 불러야 했고, 답답한 부분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 걸 많이 신경 썼다. 늘었나?
라비 : 많이 늘었지. 폭이 넓어졌다.
엔 : 원래 잘했는데. (웃음)
켄 : 동생들과 형들이 어떤 노래를 이렇게 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도 많이 해주고 연습을 많이 했다.
Q. 라비는 쇼케이스에서 자작곡 ‘껄렁껄렁’을 깜짝 선보여 다른 힙합 스타일도 드러냈다. 선호하는 힙합 장르가 있나?
라비 :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이게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기에는 정말 다 좋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엄청나게 많다. 굳이 꼽자면 처음에 정말 닮고 싶었던 래퍼는 루다크리스(Ludacris)다. 그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연구했다.
Q. 혁은 ‘한상혁(혁의 본명) 오빠’란 말이 공식적으로 기사를 통해 나갔다. 혁이가 정말 남자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나?
라비 : 혁이? 혁이는 애기인데… 또래보다는 남자다운 편이다. 수많은 팀의 막내들 중에 가장 남자답다. 일단 애가 크고, 통뼈다. 애교도 있지만, 무뚝뚝함도 있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어서 남자다운 아이다.
엔 : 또래가 봤을 때는 남자다운 스타일인 거 같다. 형들 눈으로는 항상 막내로 생각하니까 남자로 안 보인다. 저렇게 귀여운데 (웃음)
Q. 형들이 정말 혁은 귀여워한다. 혹시 혁이 애교쟁이인가?
혁 : 나? (난처한 웃음) 아니다. (허허)
엔 : 애교를 부리지 않는데 그냥 우리가 애교로 받아들인다. (웃음)
홍빈(위쪽)과 혁
Q. 빅스에게 2013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올해를 보낸 소감이 어떤가?엔 :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쯤에는 이런 것을 꼭 하고 싶어. 이렇게 되자’라고 말했던 것들을 이뤄나가고 있다. 여섯 명이서 함께 이루니 정말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잘 될 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항상 새 출발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대하고 있다.
라비 : 우리 딴에는 항상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이 데뷔 이후로 계속 성장해왔다. 그래서인지 미래는 항상 기대된다. 그리고 올해를 보내기에는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남은 한 달이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올해를 결정할 거 같다. 정말 기대된다. 아직 올해를 보낼 수 없다.
Q. 정규 1집 앨범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엔 : 목표는 변한 적이 없다. 무서운 것 하는 애들, 렌즈 낀 애들, 콘셉트 이상한 애들이 아니라 빅스가 하는 그 콘셉트, 빅스가 부르는 그 노래, 빅스가 끼는 그 렌즈 등 빅스가 우선 됐으면 좋겠다. 빅스가 트렌드를 이끄는 그룹이었으면 좋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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