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파워(왼쪽부터 행주, 지구인, 보이 비)

세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전교 1등을 밥 먹듯이 하며 서울대는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소리를 듣던 수재였고, 한 명은 어느 누구나 잘 보이고 싶어 하던 소위 ‘잘 나가는’ 학생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조용하게 교실 한 쪽에서 이어폰을 끼고 앉아 있었던 평범한 학생.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한 반이 된 세 사람은 쉬는 시간만 되면 교실 뒤에 모이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이들을 이어준 건 음악이었다.

처음부터 음악을 하기 위해 만난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음악 이야기를 하면 즐거웠고, 랩을 해보고, 가사를 써보고, 노래를 부르는 게 마냥 좋았던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졸업하고 만난 술자리에서 그들은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 번 해볼래?”라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음악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천 토박이 래퍼들은 방사능이란 이름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입지를 넓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가 소속된 아메바컬쳐에 둥지를 튼 실력파 힙합뮤지션 리듬파워로 거듭났다.

지난해 아메바컬쳐 소속으로서 발표한 미니앨범 ‘누구하나 빠짐없이 잘생겼다 리듬파워’로 오버그라운드에 본격적으로 신고식을 치른 이들은 최근 싱글 ‘리듬파워 더 트리오-스테이지 원’을 발표하며 타이틀곡 ‘본드 걸’로 활발히 이들의 음악을 전파 중이다. 정통힙합과는 달리 유쾌한 냄새 펄펄 나는 흥겨운 이들 음악의 원동력에는 세 친구의 우정이 있다. 셋이 모이면 항상 유쾌, 상쾌, 통쾌해진다는 리듬파워를 만났다.

Q. 먼저 특이한 활동명(지구인, 보이 비(Boi B), 행주)이 눈에 띈다.
행주 : 별 뜻은 없다. (웃음) 본명이 윤형준인데 발음이 비슷해서 행주다. 행주라는 이름을 계속 쭉 쓰다가 사회에 나왔더니 걸레냐며 평소 행실이 어떠했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따. 그래서 방송에서는 ‘행복을 주는 남자’라서 행주라고 말한다.
보이 비 : 나도 그냥 본명이 김성경이라서 바이블 킴에서 시작해 보이 비가 됐다. (웃음) 랩을 해야겠다고 하니까 영어 이름이 갖고 싶어서 보이 비로 정했다.
지구인 : 원래 별명이 외계인이었다. 하는 짓이 하도 특이해서 외계인이었는데 어느 날 최신형 MP3 사고 학교에 가니까 내가 지구인이 되었다.
행주 : 지구인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웬만한 MP3를 다 사용하고 있던 시절에 혼자 CD플레이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CD플레이어 대신 최신형 MP3를 목에 걸고 오니까 다들 정상인이 됐다며 지구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웃음) 별명으로 활동명을 정한 건, 사실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별명으로 활동하고 싶었다. 다이나믹 듀오 형들이 별명으로 활동하고 성공을 거둔 선례였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됐다.

Q. 언더에서 활동할 때는 그룹명이 ‘방사능’이라고 들었다. 왜 리듬파워로 바꾼 것인가?
지구인 : 대학교 때 수업에서 방사능 물질은 어디든 침투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느낌 있는데?’라며 나의 랩 이름으로 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팀 이름으로 하는 게 더 멋있지 않겠냐고 해서 정하게 됐다. 바꾼 건…아무래도 일본 원전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그 전에 방사능이랑 이름을 들고 데뷔를 했을 때에는 다들 우리 이름이 별로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활동을 잘 해내니까 나중에는 다들 멋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리듬파워로 이름을 바꿀 때에도 방사능이 더 멋있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는데, 활동 열심히 해서 리듬파워 이름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

Q. 세 명이 고등학교 친구라고 들었는데, 그때부터 힙합 뮤지션이 되기 위해 활동을 한 것인지?
행주 : 그때는 거창하게 활동이라기보다 그냥 학교에서 놀고 웃고 떠들다가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됐다. 특히 보이비가 흑인 음악을 좋아하고, 힙합을 하게 돼서 우리에게 전파시켰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2005년에 술자리를 갖다가 어쩌다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다 “우리 음악이란 걸 해보지 않을래?”라며 그때부터 막연하게 시작하게 됐다.
지구인 : 2008년에 언더그라운드 공연 중에 ‘UMF’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공연진에 모집하는 게 있어서 거기서 오디션을 보고 공연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Q. 아, 그러면 성인이 되고 나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고등학교 때 친해지게 된 계기는 뭔가?
보이 비 : 진짜 그냥 같은 반이어서…? (웃음) 교실 뒤에서 랩하고, 노래하고 그러면서 친해졌지.
행주 : 지금 와서 생각하면 셋 다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친해졌던 거 같다.

Q. 서로를 처음 봤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행주 : 지구인이랑 나는 중학교 때부터 동창이고, 보이 비랑은 고등학교 1, 2, 3학년 같은 반이었다. 셋이서 2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는데 지구인은 항상 전교 1등이었다. 처음 봤을 때 그냥 딱 모범생 캐릭터. ‘쟤는 진짜 공부 진짜 잘 하겠구나.’ (웃음) 귀마개를 끼고 공부하는 몇 안 되는 친구였다. (웃음) 보이 비는 소풍을 가면 친구들이 대충 그 시대 유행하는 패션이 있는데도 항상 XXL, XXXL 같은 힙합 옷을 입고 왔다.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다가 그런 날만 되면 정말 튀게 입고 오는 캐릭터여서 ‘쟤는 조용하고 착한 애인데 뭔가 있는 애다’라고 생각했다.
지구인 : 행주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아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을 선동하고, 이끄는 강한 친구. (보이 비 : 속된 말로 ‘잘나가는!’ (웃음)) 그래서 유명했다. 보이 비 같은 경우는 행주가 말했던 그런 인상인데 보이 비랑 좀 더 친해졌던 게 나와 밴드를 좋아하는 게 겹쳐서 음악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였다. 가끔씩 가출 좀 하고? (웃음)
보이 비 : 가출을 해도 애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화제가 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쟤 또 나갔네’에서 그쳤다. 나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격이 조용하게 변했다. 중학교 때는 까불까불했는데 나랑 같이 까불었던 애들이 행주랑 같은 반이 되니까 다 행주한테 잘 보이려고 하더라. 그래서 본능적으로 ‘행주는 강하다’고 느꼈다. 지구인은 흔히 공부 잘하는 애라고 그러면 혼자 있고, 말도 별로 안하고, 그런 애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지구인이 1등이란 사실을 외모나 성격을 보고 생각하지 못했다. 막 친구들이랑 장난치고, 얘도 막 놀고 까부는데 나중에 성적을 보니 지구인이 1등이라서 ‘뭐? 쟤가 1등?’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Q. 세 명 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친해지긴 어려웠겠다.
보이 비 : 고등학교 2학년 때, 행주랑 지구인이 먼저 친해졌다. 나는 그냥 교실에서 조용한 편이었고, 그러다가 2학년에서 3학년 때 넘어갈 때 음악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친해졌다.
행주 : 지구인과 내가 친해질 수밖에 없던 이유가 흥이 정말 많고,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다. 보이 비는 그걸 보고 즐기는 입장. 그래서 지구인이랑 코믹댄스도 많이 추고, 노래로 많이 웃기기도 했다. 그 와중에 보이 비랑 지구인이 음악으로 통해서 공연도 보러 다니게 되면서 같이 친해지게 됐다.

Q. 인천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고.
행주 : 사실 인천 출신 래퍼는 많지만,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처음으로 제대로 한 팀이어서 뭔가 컬러가 있었던 거 같다.
지구인 : 우리끼리 ‘우리 인천 출신이야’, ‘인천이 짱이야’라고 말한 게 처음이기도 하고, 지금은 제이통이 부산 이야기도 하고, 지역 색이 강한 래퍼들도 많은데 그 당시에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천하면 방사능’이란 게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아니라 막 유명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힙합 좋아하는 남자들이나 같은 고등학교 출신들과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응원을 받는 정도였다.



Q. 보이 비가 힙합을 좋아해 전파시켰다는데, 어떤 곡을 듣고 힙합에 빠졌었나?
보이 비 :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에도 원래 미국 NBA나 흑인 문화를 동경했다. 그러다가 ‘투팍(Tupac)이 최고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럼 내가 투팍 앨범을 들어보자고 결심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투팍이라는 이름이 있는 CD를 샀다. 그런데 투팍의 앨범이 아니라 시 낭송집이었던 것이다! 처음 들은 힙합이 정통 힙합 앨범이 아니라 투팍의 시 낭송집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 (웃음) 심지어 그 음반에는 투팍의 목소리가 없었다. 투팍이 죽고 후배 래퍼들이 투팍의 가사를 낭송한 거였다. ‘대체 랩과 비트는 언제 나오지?’라고 어리둥절한 기억이 있다.
지구인 : 이 친구(보이 비)가 미국의 흑인 음악에 대해 많이 듣고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다. 나 같은 경우는 한국 언더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서로 알려줬다. 그 당시에는 다이나믹 듀오!! 서로 음악을 추천해주고, 들어보라고.
보이 비 : 그때 랩에 있어서 방법론이 유행했는데 라임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가 한참 나올 때였다. 그래서 셋이서 교실에 있으면 가사를 프린트해서 보기도 하고 항상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면 내 인생 최초의 랩은 ‘잘못된 만남’이나 R.ef 노래들이다. (웃음)

Q. 그럼 전교 1등이었던 지구인은 음악에 심취하면서 성적이…?
지구인 :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열심히 했다. (웃음) 고3때는 조금…
행주 : 어떻게 보면 우리 때문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웃음) 떨어졌지만 지금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라는 좋은 학교를 들어갔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무조건 당연히 서울대를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수능 보기 일주일 전까지 말뚝박기를 했었다. (웃음)
지구인 : 사실 성적이 떨어진 건 우리 셋 때문이라기보다 음악에 대해서 진지하게 진로 고민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갈팡질팡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그때부터 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굳이 공부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을 했던 거 같다.

Q. 리듬파워 앨범 대부분의 노래들이 정통 힙합이라기보다 파티튠 느낌, 어찌 보면 약간 ‘뽕끼’가 느껴진다는 평이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지구인 : 셋이서 작업을 하면 그런 신나는 에너지가 나온다. 방사능 시절에는 하드한 힙합 트랙을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그때 ‘리듬파워’ 트랙 하나만 댄서블한 음악이었다. ‘리듬파워’로 주목을 받으면서 아메바컬쳐와도 인연이 닿았고, 첫 미니앨범을 만들 때에는 80~90년대 댄스음악을 우리 식대로 해석을 해보자는 콘셉트로 진행했다. 앞으로도 공연을 잘하고 신나는 팀이라는 정체성은 가져가겠지만, 좀 더 다양한 사운드와 느낌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이 비 : 똑같은 힙합 트랙이어도 전형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셋이 모이면 그 마음이 더 강해진다. 그러다보니 ‘전형적인 힙합 느낌이 아닌데?’라는 느낌을 수도 있다. 거꾸로 그게 우리 팀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사운드로는 펑크나 랩 메탈을 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만이 갖고 있는 팀 컬러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지구인 :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래퍼들도 많고, 영미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사람도 많은데 우리는 인천 토박이들이라 처음에 랩신 에 들어와서 랩을 하려고 할 때는 흉내 아닌 흉내를 내려고 하는 따라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우리가 자라온 20대 한국인의 모습을 녹여보자. 그러다보니 흑인 감성이 짙은 소울풀한 느낌의 힙합보다 댄스 음악이 많이 듣고 자라온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묻어나지 않나? 그게 큰 정체성이다.

Q. 그래서인지 리듬파워라고 하면 긍정에너지, 유쾌함이 넘치는 음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실제로도 긍정적인가.
행주 : 셋이서 뭉치면 이상하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정말 많다.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하고, 곡 작업을 할 때도 그런 성향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친구끼리 장난을 치면 한도 끝도 없이 장난을 치니까 극단적인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구인 : 첫 미니 앨범이 우리의 장점은 무한 긍정이라고 생각했던 앨범이다. 그런데 이번 싱글 ‘더 트리오-스테이지 원’은 ‘무한 긍정’에서 무한이 빠지고, 긍정만 들었다. ‘폼나게’는 우리의 포부도 있고, 남자다움이 있다. ‘DDR’은 되게 키치하지만, 착한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 ‘더 트리오’의 스테이지 투, 쓰리를 완성할 때는 긍정적인 애들, 착한 애들, 마냥 웃고 떠드는 애들이라는 색깔을 벗고 싶다.
지구인 : ‘골 때리는 애들’이 됐으면 좋겠다. 정말 셋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에너지가 긍정 에너지. 어쩔 수 없이 작업하면서 가지고 있다. 우리 개인적인 바람은 무한 긍정의 이미지는 희석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보이 비 : 미니앨범 작업할 때는 ‘우리가 사람들한테 이렇게 비춰졌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우리를 봤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더 트리오’를 작업할 때는 지난 가을겨울 때부터 트랙들을 준비했는데 그때 감정과 기분에 맞는 곡으로 작업했다. 완성도 있는 곡들을 추리다 보니 하드한 트랙을 고르지 않은 것이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완성도를 가지고 나오지, 분위기를 정하고 나오지 않는다.
행주 : 우리 이름으로 ‘우린 긍정적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DDR’만 봐도 어려운 소재를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쉬운 소재가 아닌 것을 긍정적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 되고 싶다.

Q. 이번 앨범 수록곡 ‘DDR’의 소재는 뭔지 모르겠는데 정말 잘 알겠더라. (웃음) 가사에 재치가 넘친다.
지구인 : 들을 때 상스럽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오히려 듣고 나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19금 심의는 나중에 난다는데 전화가 오면 어떡하나…? (웃음) 원래 미국신에서 유행하는 힙합 사운드인 ‘트랩’으로 곡을 만들고 싶었는데 트랩이라는 장르가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후렴구에 빵 터지는 게 있는데 ‘DDR’을 보면 ‘삐삐삐삐’라는 음이 있다. 처음에는 사랑고백을 쭉 한 다음에 그 부분에 ‘사랑해’라고 외치자고 했다. 그래서 서로 여자를 한 명씩 선택했는데 그때 내가 소라 아오이를 선택했다. 그걸 프라이머리 형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아예 상황에 맞춰 활용하자고 해서 시작됐다. 그런데 사운드 구성이 정말 소재와 잘 맞는 거였다. 사운드만 들으면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음악인데 안에는 일상 생활에서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웃음)
보이 비 :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순진하게 ‘이거 뭐야?’라고 물어볼 수 있을 정도. (웃음) 게다가 마스터링을 영국에서 했다. 영국분들이 어떻게 들으셨을지…내용을 아마 모르시고 작업하셨을 텐데…(웃음)
행주 : 상황이 그려지게, 피식 웃을 수 있게 썼다. (웃음) 사실 처음에는 어머니께 보여드리기가 살짝 부끄러웠다. 엄마가 먼저 컴퓨터에서 들으시고는 뭐냐고 물으시기에 “그냥 그런 상황이다”라고 설명해 드렸더니 약간 ‘됐어. 나도 이 정도는 알아’라는 표정으로 나가시더라. 처음으로 이런 소재를 노골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에 조금은 자랑스럽다.



Q. 다들 목소리가 개성 있다. 지금의 목소리,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지구인 : 셋 다 톤은 특이하긴 하다. 그런데 보이 비가 낮은 톤이니까 나는 높은 톤으로 해야겠다는 계산을 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 랩할 때는 셋 다 비슷했다. 랩은 톤을 잡는 게 중요한데, 많이 쓰고, 많이 녹음하다보면 자신만의 톤이 자연스레 잡힌다. 막 연구하진 않았다. 세 명의 목소리가 균형도 잡히면서 개성이 있어서 이건 신이 주신 선물 같기도 한다.

Q. 자신만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이 비 : 우리 셋은 역동성과 에너지가 강점이다.
행주 : 우리는 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DJ DOC 형들이랑 비교하기도 한다. 우리는 친구니까 연습해서는 생길 수 없는 호흡이 있더라. 짜고서 연습한 것이 아닌데도 어떻게 맞았지 소름 들 때도 있다. 거기서 나오는 역동성이나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없다. 말로 하기에는 애매한데 우리는 음악을 하려고 억지로 모여서 친구가 된 경우가 아니라 그냥 친구에서 같이 음악을 하게 된 경우니까 특별한 호흡이 있다.

Q. 힙합의 매력 중 하나는 콜라보레이션이기도 하다. 리듬파워는 직접 피처링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피처링해준 곡이 많이 없는데, 혹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행주 : (아주 조심스럽게) 나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일동 : 오?!) 얼마 전에 아침에 출근을 하다가 이순재 선생님의 보험 CF 속 목소리를 들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래퍼 중에 자다키스(Jadakiss)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 정말 비슷하게 들렸다. 아마 이순재 선생님이 랩을 하신다면 자다키스처럼 하시지 않으실까. 정말 상상일 뿐이지만, 진짜 피처링하실 줄 안다면 정말 함께 작업하고 싶다. 정말 멋있는 목소리를 갖고 계신다. (일동 : 와 멋있다!)
보이 비 : 나는 인천 사람이니까 인천 출신 가수들이랑 인천 노래를 만들고 싶다. 허각 씨랑 행주랑 같은 아파트를 살아서 또 인연인데…(웃음) 씨스타 효린씨도 인천 출신이시고,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
지구인 : 나는 우리가 밴드랑 하면 해보면 어울리지 않을까. 림프 비즈킷이란 밴드가 있는데 엄청 에너지가 많은 밴드다. 같이하면 폭발하는 곡을 만들 것 같다. (웃음) 우리가 에너지가 많다고는 하지만 막상 무대에서 폭발시키고 쾅쾅쾅 뛰게 만드는 곡이 없어서 아쉬운데 그런 곡을 만들어 보고도 싶다.

Q. 아메바컬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인 : 고3때 음악을 같이 듣기 시작할 때 다이나믹 듀오의 1집이 나왔다. 대부분 대한민국 랩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다이나믹 듀오는 아이돌이다. 교본 그 자체! 그 형들의 행보는 예능이나 그냥 연예인이 되서 스타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음악으로 차근차근 한국 힙합신에서 최고의 자리로 왔다. 그래서 우리가 더 큰 바닥에 발을 넣었을 때 우리 색깔을 보장해주고, 알아줄 사람은 그 쪽이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마침 공개오디션이 열려서 지원해서 좋은 기회를 얻었고, 또 원래부터 우리를 주목해주셔서 감사했다.

Q. 이번 앨범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지구인 : 다양성을 열고 싶었다. 오래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인데, 우리의 정말 다양한 모습을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오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미니앨범을 오직 패기로만 만들어서 우리를 조금만 노출시키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프라이머리, 자이온티 같이 잘 하시는 분들의 힘도 빌려서 더욱 다양해졌다.

Q. 50대의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나?
지구인 : 물론 랩도 오래하고 싶은데 원래는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그때 정도의 나이가 되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정말 욕심인데,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는 힘들어도 영화 제작사라든가 그쪽 관련 글을 쓰고 싶다.
보이 비 : 심적으로 여유 있게 살고 싶다. 그 가운데에서 뭔가 나아지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 모습이 치열함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고 꾸준하게 이어지는 과정의 하나였으면 좋겠다.
행주 : 힙합이란 장르는 패션이나 지니고 있는 문화 자체가 원래 나이 대에 비해서 어려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50대가 되서 우리가 동창회에 나가면 나머지 친구들은 그 나이 대에 맞게 겉모습이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텐데 우리 보고 “너네는 50대처럼 보이지 않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또 그런 게 겉으로만 치장한다고 비춰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꾸준히 음악 열심히 하고, 우리 셋이 즐기면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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