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출연진들의 90년대 풍 단체사진

tvN ‘응답하라 1994′는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인기로 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미술감독이 전격 투입됐다. 덕분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고 팬클럽에 도움을 청해 직접 발품을 팔았던 전작에 비해 상황을 여러모로 좋아졌으며, 결과적으로도 화면 구석구석 1990년대의 분위기와 정서가 살아 숨쉬게 됐다. 1990년대를 호출시킨 서명혜 미술감독은 영화 ‘접속’을 시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을 비롯해 ‘여자 정혜’, ‘비스티 보이즈’,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등에서 활약해왔으며,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을 통해 처음 드라마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듯, 서명혜 감독의 손길이 스친 공간은 그 공간 자체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정서를 품고 있다. 영화의 긴 호흡에 길들여져 있어 드라마 작업은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서명혜 감독은 1990년대를 불러오는 작업은 특히나 더 힘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즉각적인 반응이 뜨겁고 특히나 ‘응답하라 1994′의 경우, 방송 4회만에 엄청난 열기로 이어지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응답하라 1994′ 제작진은 신촌하숙과 연세대 캠퍼스 그리고 아직은 낯선 서울땅 곳곳에 1990년대를 다시 불러들였고, 우리는 그 향기를 킁킁 맡으며 각자의 추억을 다시 한 번 펼쳐보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가까운 과거를 새롭게 이름 붙이고 있다. 나름의 격변기이자, 신인류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 탄생하던 시기라고.

Q. 제작진은 미술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 같더라. 드라마 초반부터 아주 세세하게 신촌하숙집의 인테리어까지도 1990년대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고 심지어는 소파의 페브릭도 90년대의 느낌이 나더라. 방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소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명혜 감독 :
뜨거운 반응에 감사드리지만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것이 복불복의 작업이었다. 발품을 팔아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사실 없었고.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도 90년대 물품은 옛 물건 취급을 하지 않아 다 버린 상태였고, 전자제품도 아직은 90년대 제품의 부속품 중 돈이 되는 것들은 다 해체가 된 상태더라. 컴퓨터 조차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게 어려운 작업이 됐다. Q. 신원호 감독도 사극보다 더 힘들다고는 하더라. 차라리 조선시대 사극은 소품의 샘플이라도 있지, 1990년대는 그런 것이 전무한 상태라고.
서명혜 감독: 그렇다.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도 없었다. 지금은 인터넷과 서적 자료가 많지만, 1990년대 당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라 그런지 자료가 많지 않더라. 오히려 1970년대나 1980년대의 자료나 서적은 많은데 1990년대는 너무 없더라. 사람들이 옛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탓도 있고, 또 그 시기가 변화를 겪은 시기이고 아직 정리가 덜 된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

Q. 그렇다면 1990년대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작업을 해야했겠다.
서명혜 감독: 그렇다. 나 역시 1994년에 스무살이었다(‘응답하라 1994′는 그 당시 스무살이었던 94학번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본적으로 머릿 속 기억들을 돌이켜 비슷한 것을 찾아 변형을 하거나 눈속임을 살짝 했다. 페브릭의 경우, 패턴을 기억해 시장에서 비슷한 것을 찾아 변형시켰고, 음료수나 과자 등은 신문 광고나 잡지를 힘들게 구해 찾아서 일러스트, 라벨링 등을 새로 다 제작했다. Q. 아, 새로 다 제작한 것이었나보다.
서명혜 감독 : 음료수 캔 등을 구해도 녹슬어 있거나 하니까 새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고, 포스터나 이런 것들도 이미 마모가 돼 새로 일러스트 작업을 해 출력을 했다. 신문에 나온 광고들을 보고 포스터 하나하나 거기 안에 있는 그림을 새로 재현하고 출력했다.

Q. ‘응답하라 1997′ 때는 제작진이 친인척 등 온갖 인맥을 총동원했어야 했다던데.
서명혜 감독 : 이번에도 연출파트 쪽의 지원들을 동원하기도 했고, 구석구석 경기도의 헌책방을 다 돌아다니며 뒤져서 얻기도 했다. 그때 1990년대 신문 스크랩을 한 책을 찾았는데 완전히 보물이었다!

Q. 이제는 영화 ‘건축학개론’도 그렇고 두 편의 응답시리즈도 그러하고 1990년대를 들추기 시작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1990년대가 어느 정도 정리되기 시작한 것 같나.
서명혜 감독 : 아직 자료들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한계가 있어 새로 제작하고 있는데 예산에 맞출 수 없어서 제대로 못한 부분도 있다. Q. 네티즌이 열광하며 옥에 티를 골라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쓰레기(정우)가 보고 있는 만화책이 1994년이 아닌 1996년에 발간된 것이라던지 하는. 이런 것을 찾는 소소한 재미도 느껴진다.
서명혜 감독 : 사실 아직 옥에 티를 보지는 못했는데 우리끼리도 실수한 것을 찾아내기도 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자료조사를 미처 꼼꼼하게 하지 못해 소품들에서 실수한 것들이 있기는 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감독님 자체가 아주 정확한 시기보다는 시청자들이 그 당시를 추억하며 가장 사랑받았던 것들을 떠올리기 원하는 것 같다.

Q. 감독님의 전작을 돌이켜봐도 그러하고 이번에 ‘응답하라 1994′를 보아도 그러한데, 공간이 마치 말을 걸어오듯 특별한 정서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서명혜 감독 : 소품과 미술을 분리하지 않는 편이다. 소품과 미술은 너무나 중요하게 연계가 돼있는데 일을 분리시켜 책임을 달리하게 되면 여러모로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품과 미술을 같이 하고 있다. 팀은 힘들어 하지만(웃음)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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