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독특함)보다는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중요해요. 여기 모인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세계의 음악을 봐왔습니다. 어떤 뮤지션이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죠. 번지르르한 음악들을 가져다 합쳐놓은 듯한 음악은 눈길을 끌긴 하지만 선택을 받긴 힘들어요.”

10월 10일 개최된 음악박람회 ‘뮤콘’에 모인 해외의 음악 관계자들은 홍대 인근의 KT&G상상마당, 메세나폴리스 등을 돌며 다양한 한국 대중음악을 경험했다.

U2, 제이슨 므라즈 등과 작업해온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 아델, 라디오헤드 등이 소속된 베가스 그룹의 사이먼 휠러 디지털 전략 총괄 디렉터를 포함해 제임스 마이너 ‘SXSW’ 총괄 매니저, 데이브 피칠링기 ‘리버풀 사운드시티’ 대표, 로버트 싱어맨 ‘CMJ’ 해외 개발 컨설턴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은 아이돌그룹 엑소,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 킹스턴 루디스카, 정차식 등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관람과 뒤풀이까지 함께 하며 해외관계자들의 의중을 물었다.

잠비나이

이날 해외 관계자들에게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은 뮤지션은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였다.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오늘 본 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잠비나이다. 트레디셔널함과 모던함이 적절히 결합해 매우 신선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유키 쿠로야나기 프로듀서는 “잠비나이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마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매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상업적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관건일 것인데, 잠비나이의 음악은 해외시장에서 광고음악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3인조 록밴드 아시안체어샷 역시 살벌한 공연을 선보이며 찬사를 얻었다. 데이브 피칠링기 ‘리버풀 사운드시티’ 대표는 “너바나, 푸 파이터스의 오마주처럼 들린다”며 “음악에 일관성이 있어서 좋다. 영국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 부킹을 할 가치가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뮤즈가 떠올랐다. 좋게 들리는 부분이 있는데 완전히 오리지널리티의 느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엑소

해외 관계자들은 메세나폴리스몰 중앙광장에서 열린 엑소의 케이팝 공연도 봤다. 엄청난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을 본 한 해외 관계자는 “케이팝이 자국에서 이렇게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신기해했다. 사이먼 휠러는 “케이팝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인지는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왜 좋은지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마이너 ‘SXSW’ 총괄 매니저, 브루노 크롤로 ‘미뎀’ 대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뮤콘’을 찾았다. 이제 한국 뮤지션들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제임스 마이너는 “이번에 새로 본 팀 중에는 이디오테입의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메탈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적절히 합쳐진 것이 좋았는데 특히 드럼 연주자가 훌륭했다”라고 말했다. 브루노 크롤로는 “노브레인의 에너지가 대단히 좋았다”라고 평했다.

사이먼 휠러 역시 노브레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브레인은 ‘뮤콘’을 통해 마돈나, 라몬스를 발굴한 제작자 시모어 스타인과 계약 건을 공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이먼 휠러는 “노브레인은 마치 그린데이와 같은 팝펑크를 보는 것 같았다. 매우 에너제틱했다”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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