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BS ‘주군의 태양’ 합류 배경이 궁금하다.
188cm의 큰 키에 긴 팔다리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남다르다. 카메라 앞에서 드러나는 능수능란함은 베테랑 모델 출신의 경력을 짐작케 해준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특유의 앳되고 해맑은 분위기가 풍긴다. 일본 만화를 좋아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온라인 게임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며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이다.
2006년 모델로 데뷔, 지난해 tvN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선 유민규(26)는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주군의 태양’ KBS 2TV ‘드라마스페셜 – 비의 나라’(방송예정) 영화 ‘하룻밤’(개봉예정)까지 1년 새 주목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특히 최근작인 SBS ‘주군의 태양’에서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이승을 떠도는 귀신 지우 역으로 등장해 ‘훈남귀신’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유민규: 처음엔 사실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탈락했다. 이후 미련을 접었는데 감독님이 귀신 역할 제안을 하시더라. 쉽사리 해보기 힘든 경험이겠다 싶어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Q. 짧은 등장이었지만 애틋한 분위기가 살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유민규: 촬영할 땐 시간이 촉박해 좀 어색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분장의 힘이었는지 처연한 느낌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감독님도 별다른 주문 없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용기를 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촬영했다.
Q. 귀신 분장도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는 평이었다.
유민규: 원래는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한다는 의미에서 입이 큰 귀신으로 하려고 했는데 실제 촬영에서는 그냥 슬픈 느낌을 주는 정도로 바뀌었다. 창백하고 아픈 분위기가 살아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
Q. 첫사랑의 아련한 느낌이 키스신에서 가장 잘 묻어난 것 같다.
유민규: 사실 상대역인 김보미 씨와 만난지 5분도 안돼서 키스신을 찍느라 무척 어색했었다. 다행히 실제로 나온 화면은 괜찮다고 해주셔서 안도의 숨을 쉬었었다.(웃음) 방송이 나가고 같이 작품을 했던 오달수 선배님이 ‘연기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했다.
Q. 후속작인 ‘KBS 드라마스페셜 – 비의 나라’에서는 고교생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유민규: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의 이야기인데 잔잔한 느낌이 좋았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듯한 끝맺음도 여운있었고. 처음 주연을 해 봐 그런지 끝나고 나니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게 크더라.
Q.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지 1년 밖에 안됐는데 줄줄이 캐스팅되는 등 최근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유민규: 운이 좋았던 거지. 개인적으론 모델 일도 재밌지만 연기를 하는 게 몇백 배는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사실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닌 ‘근본없는 연기’를 하고 있어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때가 많은데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 배울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인 것 같다.
Q. 연기경력이 짧은데도 일본에 팬페이지가 만들어지는 등 해외 반응도 얻고 있다.
유민규: 나도 놀랐다.(웃음) 첫 작품이었던 tvN ‘닥치고 꽃미남밴드’를 일본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일본 작품의 감성을 워낙 좋아하는데 일본어 공부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됐다.
Q. 모델 활동을 했던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되나.
유민규: 음…. 남들보다 촬영을 좀더 빨리 끝내는 강점은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모델 출신인 이종석, 김우빈, 김영광, 홍종현 같은 친구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 ‘나도 더 잘 해야지’하고 자극받기도 하고 그렇다.
Q. 연기를 전공하거나 따로 수업을 받진 않았나.
유민규: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모델로 데뷔했다. 기회가 되면 연기 전공을 해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나만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식을 좋아해서 현장에서 익히는 게 더 좋은 것 같긴 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에 출연했는데 발성이나 발음이 확실히 좋아지더라.
Q. 브라운관에서는 슬픔을 담은 눈망울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고교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유민규: 국악고등학교를 다니다 재능이 없는 것 같아 1년 만에 자퇴했다. 그리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갔는데 적응을 잘 못해 친한 친구 2~3명을 빼곤 왕따로 지냈던 경험이 있다. 대학 진학을 안 해서 아버지와 마찰을 겪고 몇 년간 말을 안 하고 지내기도 했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한때는 대인기피증도 있었다.
Q. 진로와 관련해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공감이 많이 가겠다.
유민규: 맞다. 나도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못해서 많이 공감이 간다.(웃음) 공부를 못한다고 재능이 없는 건 아니니 기죽지 말았으면 좋겠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님도 많이 자랑스러워하신다.
Q. 여러 스포츠에도 능하다고 들었다.
유민규: 검도는 17년 동안 꾸준히 했고 수영이나 농구, 스쿠터 타는 것도 좋아한다. 운동은 가리지 않고 하는 편인 것 같은데 나중에 연기 쪽에서 스포츠로 뭔가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유민규: 천재 캐릭터? 자폐아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 그런 느낌은 오직 자신만의 분위기로 소화해야 해서 매력적인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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