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내 연애의 모든 것> 4일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대한국당의 초선의원인 김수영(신하균)은 TV토론에서의 파격적인 언사로 인해 구설에 오른다. 전직 판사출신으로서 더러운 정치판을 물갈이 해보겠다는 그의 패기는 “너무나 더러워서 바꾸기 힘든” 세계에서 특이한 종족 취급을 받으며 네티즌은 물론 국회 내에서도 비난을 받게 된다. 한편, 달랑 두 명의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녹색정의당의 초선의원인 노민영(이민정)은 죽은 언니의 딸을 보살피며 진보정치의 꿈을 키우는 당대표이다. 언론법 직권상정을 위한 여당의 야합을 막기 위해 국회에 간 그녀는 대한국당 의원들로 인해 잠긴 회의실 문을 소화기로 부수려다가 안에서 문을 열려던 김수영의 얼굴을 가격하게 되고 두 사람은 으르렁 거리며 신경전을 벌이다 예상치 못한 애틋한 감정을 키워가게 된다.
리뷰
이응준의 원작소설은 정치적 입장만큼이나 첨예한 실존적 대척점에 있는 두 남녀, 즉 공시적인 인간인 김수영과 통시적인 오소영의 이항대립을 통해 문명과 사회에 대한 담론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며 풍부한 생각거리를 만들었었다.
TV드라마로 만들어진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소설과는 달리 전후 헐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젠더(Gender)대립의 극화된 풍경속으로 시청자들을 맞이한다. 두 주인공은 서로를 초반에는 완강히 부인하다가 서서히 사랑에 빠져들게 되는데, 드라마는 하워드 혹스나 프랭크 카프라의 영화처럼 우아하다거나 짐짓 명상적이기보단, 왁자지컬 소동극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먼저 ‘LOVE’라고 쓰인 표지판으로 새로운 서막을 일깨우는 퓨전 뮤지컬과 같다.
초반부터 맹렬한 에피소드의 나열로 시작되는 드라마는 순식간에 두 주인공의 성격과 정서를 파악하게 만들지만, 캐릭터의 설득력과 보온성을 유지하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원작 소설에 대한 영리한 ‘발췌’와 ‘생략’은 소설을 읽었다면 누구나 가지게 될 우려를 불식시키긴 하지만, 케릭터들이 놓인 지평을 천천히 조망하고 알려주기 이전에 인물에 대한 극단적 소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서 쉽게 피로감을 가져다 준다. 첫 회부터 이러한 징조가 농후한데 다소 긴 호흡의 미니시리즈동안 케릭터에 어떻게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부여할지 걱정이 앞선다.
캐릭터의 설득력은 병렬적인 에피소드의 나열 속에 과장과 상황으로 몰아붙이는데서 결코 생기지 않는다. 그들이 놓인 직업적 공간 속에서 인물이 놓인 특수성을 개연성 있게 풀어야만이 추후 벌어질 대립과 화학작용에 대해 시청자들은 기대심을 갖고 다음 회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신하균의 괴짜같은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웃음도, 주인공이 기반하는 공간과 지평에 대한 묘사가 콘트라스트로 대비되었을 때 효과가 크다.
드라마는 화성에서 온 여자와 금성에서 온 남자가 실은 같은 우주계에 존재하는 동일인임을 보여주는 흔한 로멘틱 코미디의 형식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입으로 흘러나오는 정치적 발언과 공적 발화는 견디기 쉬운 레토릭처럼 들린다. 정작 정치판의 상황을 압축하며 상황으로 재연하지만 진짜 그들의 고민과 번뇌는 따옴표속에 생략되어 피상적 인물로 범벅될 공산이 크다.
명백한 우발적 사고에 대해 폭력이 아닐까 하며 자신의 정치적 자존과 결부시킬 정도로 노민영은 평면적 케릭터이다. 당장에 두 주인공의 연애에 기시감을 부여할지는 모르지만 극이 긴장감을 가지고 마지막회까지 이어가려면 단발성 푹죽놀이는 지양되어야 치열한 수목드라마의 접전 속에서 <내 연애의 모든 것>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수다 포인트
- 이정희 @Heenews 2시간 전, 남한 내 유일한 진보정당의 여성대표로써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앞으로 저도 헤어스타일을 이민정씨처럼 바꾸려고 하는데 어떨까요?(변희재님과 고종석님이 리트윗 하셨습니다)
- 박영선 @Park_Youngsun 30분 전, 야권 내 여성 ‘의원’으로서 재밌게 보았습니다 RT @Heenews 남한 내 유일한 진보정당..bit.kyt/4td (강금실님과 심상정님이 리트윗 하셨습니다)
- “어이, 거기 초선의원들, 앞으로 머리스타일은 신하균 달팽이 거푸집 머리처럼 볶아버리고, 여성 의원들은 소화기 준비하고 다니세요”(드라마 방영 후 각 당 대표실)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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