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4월 2일 밤 11시



다섯 줄 요약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진실을 알게 된 선우(이진욱)는 현실의 정우(전노민)를 찾아가 형을 때리고 자신도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과거로 다시 돌아간 선우는 최진철(정동환)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들도 알게 된다. 모든 증거들을 USB에 담아 현실로 돌아온 선우는 진실이 만든 고통에 괴로워하고, 시간 여행을 포기하기 위해 과거에 남은 향 2개를 놓고 온다.



리뷰
<나인>은 지금까지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바뀌는 과정보다 바뀌고 난 후 현실에 닥친 상황을 마주하는 선우(이진욱)의 감정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지난 7회가 타임슬립을 통해 충격적 진실과 마주한 선우의 현실이라면, 8회의 경우 그 진실의 고통 앞에 선 선우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기까지의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모든 비밀과 상황을 혼자만의 고통으로 간직한 채 묻고 사라지려는 선우의 시점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팩트(fact)를 중시하는 기자 선우에게 진실은 언제나 파헤쳐야 하는 것이었고,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언제나 진실만을 쫓아왔기 때문에, 그 진실이 언제나 올바른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선우는 최진철(정동환)이 지은 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 집요하게 과거로 되돌아갔고, 기어코 진실을 마주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눈 앞에 진실을 마주하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진다. 그토록 평생 진실을 쫓아왔지만, 진실이 이토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 온다는 것을 느낀 선우는 결국 자신이 바꾸려 했던 그 모든 과거와 미래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선우와 민영(조윤희)의 직업이 팩트를 신봉하는 기자이기에 이들이 갖는 갈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들은 의심하고 동시에 온 몸을 부딪혀 깨우쳐가며 배우는 것이다.



<나인>은 결국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지나쳤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연결 고리 사이에 있는 진실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온 진실이 수반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선우는 과거의 불행을 바꾸기 위해 현재의 불행과 맞바꿨고, 아버지와 형과 어머니를 되찾으려 했지만 아버지와 형과 어머니를 가장 고통스러운 형태로 잃었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까지도 잃었다. 잠시나마 기억할 수 있었던 가족들과의 행복한 이야기마저 망쳤다. <나인>은 그렇게 때로는 우리가 몰라도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진실이, 팩트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언제나 올바른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판타지가 오히려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건 결국 이 판타지 드라마가 얼마나 절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셈이기도 하다.



수다 포인트
- 작가님, 20부작 드라마인데 9회 예고에서 남자 주인공이 죽는 장면이 나오면 어쩌자는 겁니까.그저 웃지만 마시고 ‘설명을 해보세요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도 좋으니 저렇게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삼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판타지, 현실은 아이유의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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