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방송화면" /><나인> 17회 방송화면

tvN 〈나인〉 17회 2013년 5월 6일 오후 11시

다섯 줄 요약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한 93년의 선우(박형식)를 느낀 현재의 선우(이진욱)는 무작정 과거의 자신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남은 향에 다시 불을 붙인다. 그리고 과거의 최진철(정동환)을 협박해 과거의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내 가까스로 그를 구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날의 기록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오국장(엄효섭)의 연락처를 과거의 선우에게 전해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형 정우(서우진)를 설득해 결혼식을 막은 뒤, 2013년은 다시 한 번 급변한다.

리뷰
현기증이 날 만큼 급격한 전환점을 맞았다. 단 25분 남은 향을 가진 선우(이진욱)는 자신의 삶이 위태로워지자 다급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를 앞에 둔 그는 민영(조윤희)에게 전화를 걸어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한다. 결국 행복해 지려던 다짐에서 비롯된 선택 앞에서 형 정우(전노민)가 자살을 택하고, 민영마저 잃게 되었지만 그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 셈이다.

마지막 향을 앞에 두고 〈나인〉은 결국 선우가 향을 사용하는 것은 ‘삶’과 다르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단 한 번도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복해 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던 선우의 대사는 8개의 향을 쓰는 동안 수 없이 많은 상황들에 부딪쳤고, 상황은 더욱더 절망적인 방향으로 흘렀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그의 삶과 행복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최진철(정동환)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찼던 과거를 바꾸기 전이나 혹은 진실을 알게 되면서 과거를 바꾼 후에도 ‘사는 게 생지옥’이었지만, 그래도 견뎌야만 했고 기회가 있는 한 ‘행복’을 포기할 수 없었던 선우에게 ‘향’은 곧 ‘삶’이었고, 그 삶을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동의를 그 행복을 함께 누려야 할 민영에게 구한 것이다.

〈나인〉은 결국 과거를 되돌리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 담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지난 시간에 대한 속죄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신(神)이 언급되는 것이나 성당이 장소의 배경으로 녹아 드는 것은 이들이 가진 원죄와 구원, 그리고 그토록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도 다시 찾고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행복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과거의 자신이 죽도록 내버려 두면서 현재의 자신을 소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행복을 찾으려는 간절한 삶에 대한 의지이기도 하다. 선우는 단 한 번도 뜻대로 되지 않던 시간 여행에서도 결국은 자신이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붙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모든 것을 되돌리는 것은 미래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시간 여행 중인 자신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른 채 있었던 과거의 자신이었다. 현재의 미련이나 후회로도 되돌릴 수 없었던 과거는 결국 과거 자신의 선택과 의지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3회를 앞둔 〈나인〉은 모든 향을 다 써 버림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 남은 것은 그 향이 불러온 모든 결과물들과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과거를 그대로 껴 안아야 할 주인공들의 삶 뿐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절망을 덮고 행복을 찾을 것인가.

수다 포인트
- 총 4번의 멘붕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 CP님. 이제 3회 남았는데, 저게 뒤집히면 보는 시청자는 영훈이보다 더 애간장이 녹습니다.
- 예고편을 순순히 내 놓는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이왕이면 CG하실 때 오국장님 젊은 시절 CG도 좀 해 주시지… 80년대 코스튬 같은 더벅머리는 좀…

글. 민경진(TV리뷰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