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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해서, 이효리의 ‘미스코리아’는 낯선 노래다. 여태껏 이효리가 불러온 노래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효리라면 트렌디한 댄스뮤직을 첫 싱글로 내놓을 줄 알았다. ‘미스코리아’ 뮤직비디오 속의 이효리는 헐벗고 있지만, 야하지 않다. 이효리가 작사, 작곡하고 연인인 기타리스트 이상순이 편곡한 ‘미스코리아’의 멜로디는 롤러코스터(이상순이 몸담았던 밴드)를 듣는 듯하고 가사는 마치 자우림의 ‘미쓰코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낯선 노래 ‘미스코리아’는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보란 듯이 정상에 오르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올해로 데뷔 15주년을 맞는 이효리는 핑클로 활동할 당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SES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는 걸그룹 트렌드의 초석을 다진 여가수. 핑클은 귀여웠다. 하지만 2003년 솔로앨범 〈Stylish〉에 담긴 ‘10 Minutes’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까지 홀릴 만큼 야하디야한 노래였다. 그리고 ‘10 Minutes’ 열풍으로 이효리는 걸그룹 출신 솔로 여가수 중 가장 성공한 선례를 남겼다. 얼마나 많은 걸그룹들이 ‘10 Minutes’의 섹스코드를 반복했는가? ‘10 Minutes’의 노선은 4집 〈H-Logic〉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9일 앨범재킷이 공개된 새 앨범이자 5집 〈MONOCHROME〉에는 전과 다른 음악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리의 음악적 변신은 이상순을 만났을 때 조심스레 예견됐다. 이상순은 롤러코스터, 김동률과 함께 한 베란다 프로젝트 등을 거친 기타리스트. 이효리와 열애설이 터졌을 당시 대중에게는 낯선 존재였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미 출중한 기타리스트로 명성이 자자했다. 지누, 조원선, 이상순이 트라이앵글을 이룬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세련된 음악으로 국내 가요 트렌드에 적잖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이상순을 사귀고 이효리는 제주도에 가서 장필순을 만나고, 윤영배의 공연이 열린 소극장을 찾기도 했다. 이상순은 평소 자신이 존경한 장필순, 윤영배 등 하나음악 출신 음악가들을 연인인 이효리에게 소개해주며 음악적 영감을 쌓는데 큰 도움을 줬을 것이다. 상업음악의 중심에 있는 걸그룹의 상징과 같은 이효리가 상업성과 타협하지 않고 작품성을 추구해온 뮤지션들과 만남을 넓혀간 것이다. 이후 이효리는 공식석상에서 양희은, 한영애, 장필순과 같은 싱어송라이터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봤을 때 이효리가 뮤지션으로서 자존감을 드러낸 ‘미스코리아’는 뜬금없는 노래가 아니다. 누가 들어도 ‘미스코리아’는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사람들의 시선 그리 중요한가요 / 망쳐가는 것들 내 잘못 같나요 / 그렇지 않아요 이리 와 봐요 다 괜찮아요’라는 가사에서는 이효리가 자신에게 이입된 과도한 이미지들을 훌훌 털어버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가사를 짚어보게 하는 이 노래가 아직은 이효리에게 맞지 않은 옷처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반가운 것은 이효리가 음악인으로서 큰 욕심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MONOCHROME〉에 담기는 16곡 모두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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