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H2O, 디어 클라우드, 루시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숨 쉬는 게 지겨워질 쯤 그때 그대 발견 So shocked
샤이니 ‘Why So Serious’ 中
샤이니 〈Why So Serious? – The Misconceptions of Me〉
아이돌그룹이 두 장짜리 정규앨범을 내놓다니! 이건 분명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현존하는 보이밴드 중 최고의 대세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물량으로 보여
주는 것일까? 지난 2월에 나온 3집의 1부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지향점에 걸맞게 팝적인 노선을 취했다. 새 앨범은 전작과 달리 매 곡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1부가 가벼웠다는 것이 아니다. 1부가 ‘브라이트사이드’였다면 2부는 ‘다크사이드’라 할 만큼 분위기의 차이가 있다. 1, 2부의 공통점은 기존 보이밴드의 음악과 비교를 불허할 만큼 놀라운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 ‘SHINE(MedusaⅠ)’과 ‘Dangerous(MedusaⅡ)’, ‘오르골(Orgel)’과 같은 곡은 분명히 기존 아이돌 댄스에서 진보된(progressive)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제 샤이니 앞엔 그 누구도 없다.
H2O 〈유혹〉
관록의 록밴드 H2O의 9년만의 신보. H2O는 한국 록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80년대에는 헤비메탈의 중심에 있었고 90년대에는 뉴 웨이브를 선보이며 변신을 꾀했다. ‘안개도시’를 노래한 팀이 ‘걱정하지마’와 같은 곡을 내놨다는 것은 분명 놀랄만한 일이다.(물론 멤버 변동이 있었지만) 원년멤버 김준원을 중심으로 타미김, 김영진, 장혁이 의기투합한 지금의 H2O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록 사운드를 선사하고 있다. 최근 H2O의 라이브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김준원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전히 탄력적이고 펑키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번 신보에는 과거를 추억하는 노장이 아닌 현역으로서의 충만한 에너지가 담겼다. ‘Me And My Brother’의 펑키하고 ‘쿨’한 사운드는 단연 압권.
디어 클라우드 〈Let It Shine〉
디어 클라우드의 2년 만의 신보 〈Let It Shame〉를 들으니 델리 스파이스의 지난 앨범 〈연(聯)〉이 떠오른다. 디어 클라우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용린이 참여했던 델리 스파이스의 노래 ‘연’ 때문이다.(이것은 분명 억지다) 디어 클라우드는 용린의 이성(사운드 메이킹)과 나인의 감성(목소리)이 조화를 이룰 때 매력이 배가 되는 팀. 새 앨범은 전자 사운드의 강화, 한층 로킹해진 음악이 돋보인다. 외양적으로 음악의 변화는 감지되지만, 디어 클라우드 특유의 완성도 높은 사운드, 안식을 주는 멜로디는 여전하다. ‘See The Light’, ‘12’, ‘U’ 등 잔잔하면서도 전보다 한층 스케일이 커진 사운드가 페스티벌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다.
루시아 〈꽃그늘〉
루시아의 〈꽃그늘〉은 EP라고는 하지만 8곡이나 담겼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한 1집 〈자기만의 방〉 이후 1년 만에 나온, 자작곡으로 구성된 EP 〈D?calcomanie〉도 무려 10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정도면 거의 매년 정규앨범 규모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 루시아로서는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많은가 보다. 1집이 에피톤 프로젝트의 영향 하에 있었고, 첫 EP가 누군가의 음악을 떠오르게 했다면, 〈꽃그늘〉은 비로소 루시아의 색이 꽃을 피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령 그녀의 앨범에 담긴 고급스런 연주들이 이전 앨범에서 가요세션의 관성처럼 들렸다면, 새 앨범에서는 연주들이 루시아의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담백한 느낌을 준다. 과거에 이승환, 김윤아가 잘 구현했던 한국적인 가요 감성이 잘 살아있다.
24Hour 〈Party People〉
24아워즈는 최근 국내 인디 신에서 주요 트렌드로 자리한 개러지 록 계열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팀이다. 이제 데뷔앨범을 발표한 신인이지만, 이들의 사운드는 녹록치 않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연주곡 ‘Party People’은 꽤 사이키델릭하고 ‘진국’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자신들의 스타일이 확실한 팀으로 타이틀곡 ‘째깍 째깍’부터 ‘숨 쉴 수 없어’ 등 전곡에서 일정한 색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영미 개러지 록 밴드의 관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숨 쉴 수 없어’, ‘Mirror Ball’의 구성진 기타 리프는 마치 옛 가요를 듣는 느낌이다. 이승진의 한국적인 보컬 톤이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옥상달빛 〈Where〉
옥상달빛의 2집 〈Where〉는 이효리와 첫 싱글 ‘미스코리아’와 같은 날 공개됐다. 설마 이효리와 붙는 것이 걱정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굳이 발매날짜를 조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팬 층이 그리 겹치지도 않을뿐더러, 이상순이 편곡을 도와준 이효리의 노래보다 옥상달빛이 똘똘 뭉쳐 만든 곡들이 완성도 면에서 앞서기 때문이다.(흥미롭게도 이상순은 옥상달빛 노래 ‘Tickle’에도 기타연주로 참여했다) 최근 홍대 신에 여성 어쿠스틱 듀오가 적지 않은데 그 중 옥상달빛이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라면 위안을 주는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멜로디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최대 장점은 홍대 클럽에서도 페스티벌에서도 방송에서도 일관적으로 수더분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아닐까? ‘유서’라는 노래에서조차 옥상달빛은 하염없이 밝다.
마리서사 〈Lovesick〉
실력파 3인조 밴드 마리서사가 6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2집. 이들은 2007년에 발매한 정규 1집 〈Mary Story〉를 통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하는 등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2집은 최근 국내 록밴드에서 보기 드물게 헤비한 록발라드가 중심을 이룬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3인조의 편성이지만, 건반, 스트링 등을 첨가해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록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뿐 아니라 가요를 즐겨듣는 이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록 사운드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눈물’이란 단어가 참 가사에 많이도 나온다. 호소력 있는 보컬, 흠 잡을 곳 없는 사운드, 그리고 사랑과 이별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
스웨이드 〈Bloodsports〉
앨범을 플레이하고 들려오는 브렛 앤더슨의 목소리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반갑다. 무려 11년만의 스웨이드 새 앨범이다. 스웨이드가 2010년에 재결성돼 이듬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았을 때 일시적 재결성이란 의혹의 시선도 있었다. 당시 브렛 앤더슨과 서면인터뷰를 했을 당시 그는 “솔직히 말하면 곡 작업을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만들어 놓기는 했다. 하지만 곡을 발표하는 것에 있어선 온전히 완벽한 음악이 나왔을 때 생각해볼 문제고, 적당히 만들어 낸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새 앨범은 기존 팬들이 진심으로 반가워해도 좋을 정도의 내용물을 갖추고 있다. 기존 스웨이드의 퇴폐적인 낭만들이 잘 살아있으니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Saturday Night’을 떠올리게 하는 곡은 있지만, ‘The Wild Ones’와 같은 곡은 없다는 것 정도?
O.S.T.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90년대 중반 중학교에 다닐 때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오는 노래들을 테이프에 녹음하곤 했다. 또 더블데크를 통해 나만의 편집앨범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하면서 우정을 다지기도 했다.(은근슬쩍 음악적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엠마 왓슨, 로건 레먼, 에즈라 밀러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한 영화 〈월플라워〉에도 나온다. 이 영화의 콘셉트에 맞게 제작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뉴 오더, 스미스, 데이빗 보위, 콕토 트윈스, 크래커, 소닉 유스 등의 명곡들이 대거 수록됐다. 앨범 속지에는 영화의 원작자인 스티븐 크보스키가 O.S.T.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도 담겼다. “나에게 소중한 이 노래들이 네 삶을 위한 O.S.T.가 될 수 있기를 바래.”
제임스 블레이크 〈Overgrown〉
제임스 블레이크의 정규 2집. 2011년에 나온 그의 데뷔앨범 〈James Blake〉에 담긴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세계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냈다. 마치 작년의 프랭크 오션처럼 말이다. 파이스트를 커버한 ‘Limit To Your Love’를 비롯해 그가 들려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기존의 음악과 궤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공연을 직접 보고 느낀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음압이 정말로 거대하다는 것. 그는 단순히 샘플링을 배열하는 수준을 넘어선 소리의 마술사였다. 2집은 기본적으로 1집은 연장선에 있다. 이것은 반복이 아니라, 자신이 일궈낸 음악세계를 더욱 발전시킨 것에 해당한다. 조니 미첼을 만난 영감을 풀어낸 ‘Overgrown’, 우탱클랜의 르자(RZA)가 참여한 ‘Take A Fall For Me In New York’, 브라이언 이노와 공동으로 작곡한 ‘Digital Lion’ 등은 제임스 블레이크가 더욱 거대한 아티스트가 됐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미러볼뮤직, 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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