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올 상반기 가요계를 지켜보며 새삼 공감하게 된 말입니다. 아이돌그룹이 득세했던 작년과 비교하자면 올해 가요계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가득했습니다. 누군가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다가 한 걸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예상 밖의 인물들이 등장해 가요계를 뒤흔들기도 했죠. 지금의 흐름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요? 하반기에 돌풍을 불러올 다크호스는 누구일까요. 올 상반기에 유독 눈에 띄었던 그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만나봤습니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싸이 ‘젠틀맨’, ‘강남스타일’보다 더 웃겼나요?

작년 ‘강남스타일’의 말춤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했었던 싸이. 그가 후속곡으로 들고 나온 ‘젠틀맨’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도 당연한 일이겠죠?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가인의 합류는 ‘젠틀맨’에게 섹시함을 더했고, 뮤직비디오 속 <무한도전> 멤버들의 활약도 더 두드러졌죠. 하지만 전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B급 개그코드’도 업그레이드 됐을 까요? 곡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단순히 ‘재미’의 측면만 따져본다면 ‘젠틀맨’은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곡 뮤직비디오 제작에 더 공을 들였지만, 곳곳에 눈에 띄는 억지설정들과 과도한 성적 코드의 삽입은 전작만큼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던 부분들, 대중문화를 살짝 비튼 패러디나 과하지 않을 정도의 성적 코드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주차 콘을 걷어차다 KBS에게 수정권고 판정을 받은 것이나 가인이 핫바를 먹는 장면만 부각된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랄까요. 작년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만든 것도 뮤직비디오이기에, 다음 앨범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선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용필 ‘헬로(Hello)’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돌아온 가왕 조용필의 필승전략, “노래도 뮤직비디오도 영(Young)하게”

가왕은 정말 가왕이었습니다. 지난 4월 발매한 조용필의 정규 19집 앨범은 발표 직후 단숨에 음원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지상파 음악순위프로그램에선 출연한번 없이 까마득한 후배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요. ‘헬로(Hello)’라 인사말을 건네고 한층 젊어진 음악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바운스(Bounce)’하게 만드시는, 내공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음악만큼이나 뮤직비디오도 한층 젊어졌습니다. ‘가수’를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중심에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는 증거겠지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화면 곳곳에 소품처럼 숨겨놓는 센스, 노랫말과 딱 맞아떨어지는 스토리가 살아있는 영상까지. 어느덧 예순을 훌쩍 넘긴 그가 보여준 음악에 대한 변하지 않는 열정은 꽤나 오랫동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듯합니다.

신화 ‘디스 러브(This Love)’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노장은 죽지 않는다”, 신화 농익은 퍼포먼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말은 그들을 두고 한 말일까요. 원조아이돌 신화가 상반기에 화려하게 부활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신화는 지난 5월 11집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음반, 콘서트 할 것 없이 매진사례를 이어갔습니다. 혈기왕성한 보이그룹이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도 뭔가 2%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연륜의 차이 때문일까요. 신화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 ‘디스 러브(This Love)’의 뮤직비디오에선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농익은 섹시미와 과하진 않지만 절제된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세련미는 신화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효리(위) ‘배드 걸스(Bad Girls)’, 씨엘 ‘나쁜 기집애’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이효리·씨엘(CL), “나쁜 여자?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냐”

올 상반기를 뒤흔든 트렌드 중 하나는 ‘나쁜 여자’였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5집 를 발표하며 자신의 팔색조 매력을 뽐냈죠. 연인 이상순의 영향 덕분인지 한층 성숙해진 음악성도 함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배드 걸스(Bad Girls)’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러한 이효리를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랑, 빨강 등의 원색에 맞춰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나쁜 여자를 형상화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후속곡 ‘미스코리아’와 함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으며 ‘과연 이효리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선 <무한도전>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쌓은 길이 이효리의 남편으로 출연해 재미를 더했습니다.

씨엘의 ‘나쁜 기집애’는 음악뿐만 아니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뮤직비디오로도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선 힙합을 전면에 내세워서인지 외국 뮤직비디오에서나 볼법한 ‘금니’는 씨엘이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평가도 있었지요. 특유의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에 이번 뮤직비디오에선 럭셔리한 이미지를 더해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흰색과 검은색을 계속해서 대비시키는 강렬한 화면구성과 그녀의 ‘나쁜 기집애’ 메이크업은 뮤직비디오의 백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올 하반기에 그룹 활동으로 돌아올 그들이 기다려지는 건 저 혼자뿐 일까요?

씨스타 ‘기브 잇 투미(Give It To Me)’, 애프터스쿨 ‘첫사랑’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애프터스쿨·씨스타, “퍼포먼스?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

“퍼포먼스도 진화하나요?” 올 상반기를 주름잡은 그녀들의 무대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애프터스쿨은 6월 발매한 앨범의 타이틀곡 ‘첫사랑’의 무대에서 폴아트(일명 봉춤)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죠. 서커스에 가까운 안무를 소화해내는 모습에선 섹시함을 넘어선 섬뜩한 결기마저 느껴집니다. 최근 1위를 차지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씨스타의 주력무기는 ‘물랑루즈’ 콘셉트의 안무입니다. 모자, 지팡이 등을 활용한 안무와 디테일한 무대 구성과 더불어 개그맨 신동엽씨도 이번 뮤직드라마에선 한 몫 했습니다. 의 이엉돈 PD를 코스프레한 모습으로 씨스타의 섹시한 이미지에 묘한 개그 코드를 더하죠. 아, 그나저나 씨스타도 에 한 번 출연할 때 되지 않았나요?

김예림 ‘올 라잇(All Right)’(맨 위), 로이킴 ‘봄봄봄’(가운데), 악동뮤지션 ‘아이 러브 유’ 뮤직비디오 캡쳐사진

#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 이미지 메이킹 방법도 가지가지

이들이 올해의 유망주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까요. 얼마 전 데뷔전을 치른 김예림과 로이킴, 그리고 정식으로 데뷔하기도 전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악동뮤지션이 그 주인공입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데뷔가 줄을 잇고 있는데, 개성이 다른 만큼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방식도 천차만별입니다. 김예림은 <슈퍼스타 K3> 투개월로 이름을 알리더니 이번에 1집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호평을 받고 있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는 ‘속옷 노출 논란’을 일으킨 티저 영상부터 이어진 섹시 콘셉트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올 라잇(All Right)’의 영상을 보면 스무 살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성숙해진 외모와 관능미를 뽐내는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강한 여자의 이미지와 내츄럴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드리고자 한다”는 그녀의 말마따나,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도 초반의 내츄럴한 모습과 달리 후반부엔 반짝거리는 파란 미니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농염한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훑는 듯한 안무도 선보입니다.

로이킴은 조금 다른 전략을 취합니다. 자신의 첫 번째 정규앨범 수록곡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워 넣은 이 남자는 음악성이란 무기를 장착하고 가요계 7월대전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거리의 악사처럼 홍대 공원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담거나, 차량에 탑승한 채로 도로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때론 그 모습이 국회위원의 유세현장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는 자신의 ‘엄친아’라는 이미지에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을 더하고 싶은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의 우승자 악동뮤지션은 생방송 경연 때 불렀던 곡과 지난 4월 발표한 드라마 OST ‘아이 러브 유’의 음원까지 두루 사랑받았습니다. 기존의 아이돌 중심의 가요 판도에선 찾기 힘든 참신하고 풋풋한 음악에 기발한 가사까지 더해져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죠. ‘아이 러브 유’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집니다. 시종일관 생방송 경연 때 한 번은 본 듯한 귀여운 안무를 선보입니다. 화면 구성도 최대한 밝은 빛을 활용해 화사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악동뮤지션은 아마 정규앨범을 발표한다고 해도 로 얻은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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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편집.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YPC 프로덕션, 신화컴퍼니, B2M 엔터테인먼트, 플레디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미스틱89, YG 엔터테인먼트,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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