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막말하고 흡연하는 송혜교, 내적 성장을 이뤄내는 전여빈. 누아르나 성장 드라마가 아니다.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의 얘기다. 지난해 천만 영화에 등극한 오컬트 '파묘' 역시 액션과 서사, 오컬트의 특징을 고루 갖췄다. 공포 영화에도 스토리가 필요한 시대다.

'검은 수녀들' 포스터.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설 연휴를 앞둔 오는 24일 송혜교, 전여빈 주연의 영화 '검은 수녀들'이 개봉한다. 이 작품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물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검은 수녀들'은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 1위에 '검은 수녀들'이 올랐다. 예매율은 37.8%, 예매 관객 수는 14만 명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검은 수녀들'이 지난해 2월 개봉한 '파묘'의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파묘'는 119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공포 영화로는 국내 처음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파묘'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그동안 오컬트·공포물은 일부 마니아층이 즐기는 장르로 여겨졌다. 대중성이 낮아 흥행 성공률이 낮은 장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파묘'의 성공 이후 오컬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영화계에서도 사뭇 달라졌다.

무엇보다 공포물의 내용 흐름이 변화한 영향이 크다. 공포의 강도는 낮추되 서사의 밀도를 높여 대중성을 제고했다. '검은 사제들', '파묘' 등 역대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독특한 소재와 인류애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특히 '파묘'는 무속 신앙, 풍수지리 등의 소재를 역사와 접목한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소중한 이를 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후손을 위해 악과 싸우면서까지 노력하는 희생이 감동을 줬다. '검은 사제들'은 구마 의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희생, 사랑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악에 공격당하면서도 부마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돋보였다. 이들 모두 오컬트적 요소와 드라마적 요소의 결합해 작품의 흥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은 수녀들' 스틸. / 사진제공=영화사 집, NEW


'검은 수녀들' 역시 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한 작품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여빈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검은 수녀들'은 저 같은 관객이 관람하기 좋은, 오컬트 입문용 작품"이라며 "드라마 요소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극한의 공포를 원하는 오컬트 마니아층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대중적인 매력이 있다는 점은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다.캐릭터 설정의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검은 수녀들' 속 유니아(송혜교 분)는 답답한 상황에 욕설도 거침없고 흡연도 한다. 통상적인 수녀 캐릭터의 모습은 아니다. 미카엘라(전여빈 분) 역시 영적 경험과 의학적 사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파묘'에서는 주인공 화림(김고은 분)이 MZ 무당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였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의 대중화 이후 대중들이 장르물에 좀 더 익숙해진 것도 오컬트 영화의 지위가 달라진 이유 중 하나다.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등 OTT에서 다수의 19금, 스릴러 등 장르물은 대중의 장르물 접근성을 완화했다.

공포물의 대중화로 이제 관객들의 기준도 높아졌다. 점프 스케어(관객을 갑자기 놀라게 해 공포를 유발하는 기법) 등 단순한 공포로는 더 이상 흥행이 어렵다. 변화한 환경에 맞춰 오컬트 영화는 소재, 스토리, 공포 삼박자를 갖춘 쉬운 '드라마틱 오컬트'로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오컬트를 찾는 관객과 오컬트 흥행작이 늘어나는 이유다.

김윤하 텐아시아 기자 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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