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본인을 ‘왕’이라고 칭하며 가족들을 백성 다스리듯 하는 남편과 자신이 마치 왕을 모시고 사는 것 같아 힘들다는 궁녀 아내, ‘왕궁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 아내는 20살, 남편은 23살의 젊은 나이에 결혼해 현재 결혼 23년차로 6남매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가족을 이룬 만큼 금실 좋은 부부인 줄 알았으나, 6남매 모두 남편을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남편은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이다. 독재자 같다”라며 남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아내. 그러나 남편은 본인의 행동이 독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빠로서 리더십이며 말은 거칠게 내뱉어도 결국 아내의 입장을 들어준다며 억울해한 남편. 이어 출연을 고사했으나, 독재자라는 누명을 벗고 싶고, 객관적으로 본인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지칭하는 만큼 가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남편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이다. 현재 남편의 직업은 환경미화원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많이 걸을 땐 하루에 삼만 보 이상 걷는다고. 안전사고를 더욱 유의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 일한다는 남편. 그럼에도 최근에 사고가 났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파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며 책임감을 보여주는 남편은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다.

퇴근하고 귀가한 남편. 남편이 문을 열자 8살 막내딸이 90도로 인사하며 남편을 맞이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 정리해라, 어른이 왔으니 자세 똑바로 앉아라” 등 아이들에게 정리정돈과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며 지시한 남편. 남편의 등장과 함께 집안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고, 남편의 다소 매서운 말투에 아이들은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 이에 아내는 “아이들이 바퀴벌레 같다. 남편만 오면 싹 흩어진다”라며 한탄했는데. 이어, 강압적인 남편의 말투와 왕 대접을 받으려 하는 행동에 대해 지적한 아내. 그러나 남편은 “우리는 조선 시대 남자와 현대판 여자야”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에, MC 박지민은 “조선 시대 남자니 아내분이 받아들이라는 뜻인가?”라며 의아함을 품었다.

그날 밤,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왔다며 막내딸에게 ‘발 마사지’를 해줄 거냐고 물었다. 고사리손으로 해주는 아이들의 마사지로 다리가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고생하고 왔으니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남편. 반면 아내는 아이들이 남편의 발 마사지를 하는 모습이 왕한테 시녀들이 부채질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는 생계를 위해 고생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으로 발 마사지를 시작했으나, 마사지에 대한 감사함 없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편 때문에 마사지 파업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을 선언하자 마사지는 아이들 몫이 됐다며 후회하는 아내. 그러나, 남편은 발 마사지에 대해 자신이 발 마사지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빠와 자녀 간의 스킨십을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게 “너무 자기중심적인 것 아니냐”라고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이어 “남편은 발 마사지가 자녀와의 스킨십이라고 주장하지만, 어깨 토닥이기나 쓰다듬기 등 아이들이 원하는 스킨십의 형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더라도 애정 표현이 없이 아빠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면 아이들은 ‘부려먹는다’라고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발 마사지뿐만 아니라, 부부싸움이 없는 가정 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어 남편에게 맞춰주는 길을 택했다는 아내. 과거에는 남편의 손발톱을 깎아주는가 하면, 남편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다 예고 없이 친구를 불러도 흔쾌히 맞이해주거나, 남편과 남편 친구들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새벽 시간 갑자기 찾아와도 늘 술상을 준비해주었다는 일화를 펼쳤는데. 그뿐만 아니라, 남편의 친구들을 대접하는 중, 남편은 자러 들어가고 아내만 남아 홀로 응대했다는 이야기에 MC들은 “아내분 너무 대단하다, 아내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왕 아닌가”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에게 맞춰주고 싶지 않아졌다는 아내. 남편은 25년 동안 아무 불만이 없다가 갑자기 돌변한 아내가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아내의 일상은 오전 6시부터 기상해 아이들 등교를 도와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밥을 챙긴 뒤 직접 승합차를 운전해 학교까지 데려다준 아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후 아내가 향한 곳은 시어머니댁이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를 위해 식사를 챙겨드리고, 기저귀 케어와 마사지까지 도와주고 있는 아내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친부모라고 생각하고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해 감탄을 자아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지인의 가게로 향한 아내. 집이 아닌 지인의 가게로 향한 이유는 바로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부족한 용돈을 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아르바이트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고백한 아내. 돈을 벌어 본인에게 투자하는 것이 아님에도 남편에게 아르바이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 돈 달라고 할까 봐’였다. 또한, 다자녀이기 때문에 한 번만 외식해도 10만 원이 나오는데,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는 입장이기에 눈치가 보인다는 아내. 부부 사이가 안 좋았을 당시 남편이 생활비를 끊었던 적이 있다며 속상함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 용돈까지 끊으며 ‘돈’으로 가족들을 군림하던 남편. 이에, 오은영 박사는 아이가 엇나가더라도 돈으로 통제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돈을 통제했을 때 받아들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치사하다며 튕겨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잘못을 알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돈을 받기 위해서 잠시 숙인 것이라면,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짚어주며, 말을 잘 들으면 용돈을 준다고 결부시키면 오히려 엉킬 수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도 끝나지 않는 아내의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저녁 반찬 만들기, 빨래, 청소 등 각종 집안일을 해냈다. 대가족인 만큼, 하루에 빨래를 3~4번 돌리고, 반찬 만드는 시간만 약 5시간이 걸린다는데. 6남매 양육부터 시어머니 돌보기와 가사를 도맡아 해도 내색하지 않던 아내가 남편에게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첫째 아들 목욕’이었다. 현재 23살인 첫째 아들은 지적 장애 진단을 받아 손길이 더욱 필요한 상황. 아내는 첫째 아들과 성별이 달라 씻길 때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며 힘듦을 토로했다.

그러나 아내가 고충을 털어놓아도 ‘시간이 없어서 씻기기 어렵다, 먹고 살기 바쁘다’라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남편. 이에,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핑계만 늘어놓는 것 같아 서운함이 쌓여만 갔다. 부부의 모습을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아내는 몸이 힘든 것보다 첫째 아이 케어를 부부가 함께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짚어주었다. 또한 아이를 씻기는 것에 있어서 성별을 조심하는 것은 ‘남녀 몸이 다르니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게 이 원칙이라는 것, 본인과 다른 사람의 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등 첫째 아들을 가르칠 수 있는 큰 의미도 있으니, 인지 교육을 위해 남편의 노력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두 사람에게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17살 셋째 딸’이었다. 셋째 딸이 학교가 재미없다며 자퇴하고 싶다고 말한 뒤부터 부부 갈등이 더욱 심해졌었다고. 아이들이 많아 셋째 딸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며 미안함을 보인 아내. 하지만, 남편은 셋째 딸의 거짓말로 인해 부부가 싸우게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과거에 “아픈 손가락은 잘라버려야 한다”라고 말해 아내가 큰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을 정도로 셋째 딸에 대한 믿음이 바닥인 상태였다. 딸이 자퇴하고 싶어서 감언이설을 한다고 느끼는 남편은 셋째 딸이 자퇴하게 되면 더욱 엇나갈 것 같다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셋째 딸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공유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남편. 하지만 아내는 셋째 딸에 대해 이야기하면 남편이 더 엄격해지는데 어떻게 공유하냐며 반박했다. 결국 대화가 안 된다며 셋째 딸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두 사람. 남편은 “내가 바뀌지 않으면 셋째 딸이 돌아올 확률이 없겠다”라고 걱정했다. 또, “우리 가족을 이끌어가는 리더, 가장의 역할을 하며 권위적일 순 있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라며 고민을 털어놓은 남편.

이에 제작진은 셋째 딸의 마음을 직접 들어보려 대화를 시도했다. 집안에서 어떤 점이 힘드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아빠가 아닌 엄마에 대한 답답함을 먼저 토로한 셋째 딸. 오은영 박사는 셋째 딸의 이야기를 듣고, 셋째 딸이 엄마와 아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신 분석해주었다. 또한, 셋째 딸이 학교를 관두고 싶어 하는 이유로 아빠와 관계가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과 남편이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 반항심과 반감이 생길 수 있다고 짚어주며 부부에게 힐링 리포트를 건넸다. 방송 말미 오은영 박사의 힐링 리포트를 성실히 실천하며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이 공개됐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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