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제공=하이브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모든 기업은 예외없이 위기를 맞는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위기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기업이 있다. 위기를 극복해내는 기업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훌륭한 리더다. 기업이 위기일 때 좋은 리더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존의 판을 뒤엎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낸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테슬라 등 미국의 초거대기업 뿐 아니라 한국 5대그룹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하이브는 한국 엔터업계를 주도하는 리딩 컴퍼니다. 방시혁은 K팝을 이끄는 리더다. 단순히 하이브의 수장일 뿐 아니라 K팝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분명 다른 리더였다. 과거 주먹구구식 엔터 업계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지금의 하이브가 멀티레이블 체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렸던 것도 그의 리더십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K팝 성장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열정을 토대로 그는 K팝을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키워냈다.

하이브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뉴진스 뿐 아니라 아일릿, 르세라핌 등 주요 걸그룹 IP 가치가 훼손됐다. 여기에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음주운전 논란을 비롯해 방시혁 의장 본인이 만들어낸 '과즙세연' 맛집소개 논란 등이 더해지며 하이브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하이브가 한국의 K팝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의문점이 붙을 수 밖에 없다.실적도 함께 흔들렸다. 지난 5일 공시에 따르면 하이브의 2024년 3분기 영업이익은 5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727억원 대비 약 180억 감소했다. 나아가 최근 가요계는 부진한 앨범 판매량, 멀티레이블 산하 그룹의 한계 등 문제점이 산적하며 향후 실적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위기는 분명하다. 문제는 리더의 해결 방식이다. 하이브의 이미지는 한번에 훼손된 게 아니다. 몇 단계를 거쳤다. 그 단계마다 방시혁의 리더십은 의아함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사진 = 하이브
장면 #1 민희진 대립각 절정인데, 위버스 콘서트에서 기타치는 방시혁첫번째 장면이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 6월 열린 위버스 콘서트에서 가수 박진영과 함께 무대에 올라 '난 여자가 있는데'로 기타 연주를 선보였다. 방 의장은 이 콘서트에서 어쿠스틱 기타, 일렉트로닉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며 남다른 기타 연주실력을 뽐냈다.

당시는 민희진과 하이브가 경영권 찬탈 이슈로 대립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하이브는 미리 약속된 무대를 안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항변했지만 대중적 반응은 "지금 기타 칠 때냐"는 반응이 많았다. 대타를 세우고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하이브의 내부구성원 뿐 아니라 대중으로서도 "우선 순위 파악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BJ 과즙세연,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유튜브 채널 'I am Walking'갈무리
장면 #2 BTS 슈가 음주운전 축소로 아미 사분오열, 방시혁은 과즙세연에 맛집 소개 치명적 장면이었다. 방시혁은 지난 8월 8일 미국 LA 거리에서 아프리카TV 출신 여성 BJ 과즙세연 외 여성 1명과 함께 포착되며 입길에 올랐다. 방 의장은 무릎과 허리를 굽혀 함께 동행한 여성의 사진을 찍어주는 등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방시혁은 과즙세연과 그의 친언니에게 LA 관광지를 소개해주고 식당 예약 및 안내를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그럴 때냐"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K팝을 대표하는 리더가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BJ에게 맛집이나 소개해주고 있느냐는 지적을 반박하기 어렵다. 실제 사진이 찍힌 것은 7월 중으로 추정되지만, 하필 사진이 공개된 날은 방탄소년단 슈가가 전동 스쿠어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되는 날이었다.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킥보드 음주 운전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 축소 의혹까지 받던 때였다. 방시혁은 이 위기에서도 특별히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반인 뇌리에는 과즙세연과 찍힌 사진만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사진 = 국감 실시간 중계 캡처
장면 #3 국감 불참한 방시혁, 차라리 나서서 지탄 받았더라면 지난달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는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사,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사,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출석했다. 안무 저작권, 음반 밀어내기, 굿즈 불공정 관행, ESG 경영 등 K팝 엔터 전반 문제와 관련된 질의가 진행됐다.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이 아닌 자회자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가 참석했다. 방 의장은 해외 거주중이란 이유로 증인에서 빠졌다. 이번 국감은 뉴진스 하니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방 의장이 국감에 나오는 건 그 자체로 논란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리더로서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순 있었다. 뉴진스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자신을 향한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 해명할 수도 있었다. 하이브가 K팝의 리딩 컴퍼니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현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주주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국감이 아니더라도 방 의장은 회사 내 타운홀미팅, 언론 인터뷰, 자체 방송 등 수 많은 방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주주들과 팬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위기가 올 때 리더가 보여줄 수 있는 책임감이 거기에 있다. 전쟁이 터졌는데 리더는 선봉에 서지 않고, 병사들만 떠 밀어선 안되는 것이다.

방 의장은 하루 빨리 귀국해서 자신이 직접 내부 구성원을 챙기고 살을 부대껴가며 현장에서 진두지휘를 해야 할 때다. 17시간이나 시차가 나는 미국 LA 호화별장에서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은둔의 경영'을 할 때가 아니다. 하이브가 어떤 기업으로 도약할 지는 방시혁 리더십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하이브를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은둔의 리더십을 통해 기업의 위기를 해결한 사례는 최소한 한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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