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는 각각 예술과 경영 분야에 정통하지만, 그 외 분야에는 '아마추어'라는 걸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각자 고집이 이어지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때는 이미 지났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 갈등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경영·제작 일원화'다. 하이브는 권력 쏠림을 막기 위해 경영과 제작 분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민 전 대표는 경영·제작 일원화라는 꿈을 계속해서 펼치고 싶어 한다. 1인 총괄자가 콘텐츠 제작과 회사 경영을 한 번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과 제작 총책임자를 별도로 두는 대부분의 엔터사는 하지 않는 운영 방식이다.
민 전 대표는 28일 '2024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에서도 경영과 제작을 분리해야 한다는 하이브 측의 주장은 업을 모르는 얘기라며 꼬집었다. 민 전 대표를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하이브 발 경영권 찬탈 의혹의 사실관계와는 상관없이, '이론적으로' 민 전 대표의 호소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경영과 제작을 분리하게 되면 경영자는 제작을 모르고, 제작 총괄자는 경영을 모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금 운용 과정에서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보고 및 결재 과정을 거치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 가능성도 높다.제작과 경영을 모두 이해하는 1인이 의사 결정권을 갖는다면, 이상적인 방식대로 의사결정이 흘러갈 경우 갈등 과정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좋은 회사 운영 방식일 테다. 이상적인 경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 사람에게 결정권이 몰린다는 것은 즉 회사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권력이 단 한 사람에게 쏠리는 것과도 같다. 그 개인이 자기 권력을 악용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 무엇보다 경영과 제작이 일원화된 것은 오너일 때 얘기다. 자본주의 하에서 주식회사는 주주가 결정권을 갖는다. 하이브의 지분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뿐, 무엇이 더 좋은지 나쁜지를 피고용인이 결정할 권리는 없다. 경영과 제작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자본주의에서 허용하는 권리를 뛰어넘는 행위다. 민 전 대표가 대표를 맡는 게 경영적으로 효율적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8일 강연에서 그는 경영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사실을 왜곡했다. 그는 하이브의 투자가 있었기에 그룹 뉴진스를 제작하고 수익을 낸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1년 만에 갚았다. 갚고도 차고 넘치게 더 갚았고, 나 때문에 (하이브가) 얻은 게 얼마나 많냐"며 반발했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하이브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없다. 애초에 그는 하이브의 자본금 100%로 구성된 완전 자회사인 어도어에 고용된 임직원이었을 뿐이다. 또한, 어도어는 지금까지 모회사인 하이브에 배당을 실행한 바 없다. 하이브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으니 민 전 대표의 표현에 따라 '투자금을 갚아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풋옵션으로 민 전 대표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받기로 했던 과거 주주간계약 내용까지 고려하면 하이브가 어도어를 통해 큰 수익을 노리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한국의 엔터 업은 경영 수업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일부 사실이지만,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민 전 대표는 '미감 아마추어'에게 분노하기 전, '경영 아마추어'인 본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도어 이사회가 경영 제작 분리 과정에서 인사 관리 전문가 출신으로 뽑은 건 현재까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사내 인사관리에 철저하겠다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국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낮은 인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현 어도어 이사진이 김 대표를 어도어의 대표이사로 선임한 후 뉴진스 멤버와 회사간 갈등이 해결된 것도 아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서로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각자의 부족함은 돌아보지 않는 모양새다. 그 결과 이젠 서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 파국의 결말은 양측 모두에게 치명타만 남길 전망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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