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허진호 감독 때문에 영화 '보통의 가족'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 주인공 설경구를 만났다.'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형제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원작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다. 설경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허 감독님 때문에 막연히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알고 지낸지는 몇 년 됐다. 제가 '박하사탕' 때문에 1999년도인가 일본에 갔는데, 감독님은 그때 '8월의 크리스마스' 때문에 와있어서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감독님이 저희 방에 와서 3일 동거했다. 거기에 비하면 작품을 늦게 한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대본 본 뒤에는 "허 감독님이 아니면 안 한다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 감독님이 손을 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섬세한 허 감독님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믿었다"며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묻자 설경구는 "감독님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이 재밌어야 한다. 저는 캐릭터보다 책이 재밌어야 하는 것 같다. 책이 재밌으면 캐릭터도 좋다"고 답했다. 이어 "솔직히 '보통의 가족'은 좀 애매하게 봤는데 감독님 때문에 했다. 감독님이면 네 배우를 확 섞을 것 같았다. 믿음이 컸다"고 말했다.
애매하게 느꼈던 대목을 묻자 "많은 대사들이 자칫 소음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강액션이라고 서로 치고받는 말들이 귀를 딱딱 때릴 수 있는데, (관객들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연출력이라고 생각한다. 미세한 호흡을 잡아줘야 하는데, 허 감독님은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허 감독과 또 다시 작업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을 처음 본 게 1999년도니까 꽤 됐다. 저는 그때 멜로를 바라고 했는데, 그 사이 책을 안 주니까 나이가 이렇게 됐다. 그러다 이렇게 센 걸 하게 됐다.감독님이 아무거나 주진 않았을 거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16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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