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의 주인공 이제훈.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극장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에 대작 영화들, 일명 텐트폴 영화가 쏟아져나오던 모습을 올해는 보기 어렵다. 대신 중소형급 영화들이 잇달아 스크린에 걸리고 있다. '여름 성수기엔 블록버스터 개봉'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올 여름 한국 영화 가운데 주요 개봉작으로는 '핸섬가이즈', '하이재킹',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파일럿', '리볼버', '행복의 나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탈출'이 18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이다. 이외에 손익분기점은 '행복의 나라'가 270만 명, '파일럿'이 220만 명, '하이재킹'이 230만 명, '탈주'가 200만 명, '리볼버'가 140만 명 정도다.

'핸섬가이즈', '탈주' 포스터. / 사진제공=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여름은 방학, 휴가 등으로 극장의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혔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인 '명량'은 2014년 7월 개봉해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여름에는 '암살', '베테랑'이 모두 천만을 넘겼다. 2018년 여름에는 '신과함께' 시리즈의 후편 '신과함께-인과연'이 1227만 명을 동원하며 '쌍천만 시리즈'의 기록을 세웠다. 2019년 7월에는 조정석, 임윤아 주연의 '엑시트'가 대흥행을 거뒀다.이처럼 코로나 이전 여름은 제작비 규모 면이나 배우 라인업 면에서 그 해 주요 작품들이 개봉했다. 하지만 올 여름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제작비 400~5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작품을 보기 어렵다. 반면 이성민, 이희준의 '핸섬가이즈', 이제훈, 구교환의 '탈주'처럼 비교적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 개봉 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하이재킹'은 톱배우인 하정우가 주연인 것에 비해 제작비 130억 원, 손익분기점 230만 명으로 크지 않은 자본이 투입됐다. 다음달 개봉하는 '리볼버'도 전도연, 임지연이 출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 140만 명은 높지 않은 수치다.

'리볼버'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여름=대작' 개봉 공식이 바뀌게 된 건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관객 양상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신작을 관람하러 갔던 대중들이 더 이상 이유 없이 극장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허울 좋은 덩치나 이름값만으로는 더 이상 관객의 관람 욕구를 자극하기 어렵게 된 것. 영화의 완성도, 재미가 관객들의 영화 선택에 더 큰 기준으로 작용하게 됐다. 제작사, 배급사들이 규모가 크지만 리스크도 큰 블록버스터급 대신, '알짜 중박'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를 오히려 성수기 주요작으로 내세우게 된 이유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코로나 이후 극장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은 늘어났지만, 지금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특징은 보고 싶은 특정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분화된 기호가 있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이라며 "올 여름 개봉작들이 특정 장르나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쏠리지 않고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해진 현상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를 지나며 묵혀진 작품들이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흥행 공식에 얽매여 새로운 관람층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 6월 개봉한 '원더랜드'는 수지, 박보검, 탕웨이, 공유 등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62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 작품은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 촬영된 후 뒤늦게야 개봉했다.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100만 달러의 펜타그램'의 경우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개봉 후 박스오피스 2위까지 기록하는 등 성인 관람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8월 7일 개봉 예정인 '사랑의 하츄핑'은 아이들에게 열렬한 인기를 끌고 있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첫 번째 영화로, 무대인사 티켓이 암표로 거래될 만큼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애니메이션과 같이 이전에 특정 관람층에게만 소구됐던 장르의 작품들이 알짜 영화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도 '귀멸의 칼날' 극장판은 크게 흥행했다"며 "기존 주류가 아니었던 장르 작품으로도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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