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로운 구세주로 새로운 듀오가 등장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이다. 다만 이들에 대해 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러닝타임 128분이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중고차 딜러 웨이드 윌슨으로 일하고 있다.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은 접어두고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시간변동관리국(TVA)에 끌려갔다. 그곳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드풀은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울버린(휴 잭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울버린을 찾아간다. 삶에 의욕을 잃고 방황하며 지내던 울버린은 데드풀의 부탁을 처음엔 거절한다. 하지만 데드풀의 끈질힌 설득에 그와 팀을 이루게 된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을 문제 없이 보기 위해선 이 작품의 '주인'과 관련된 배경지식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우여곡절 끝에 2019년 21세기 폭스를 최종 인수한다. 그러면서 데드풀, 울버린의 '주인'도 21세기 폭스에서 디즈니로 바뀐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들 캐릭터가 디즈니로 편입된 후의 첫 작품. 영화 곳곳에도 이와 관련된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녹아있다.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겠지만, 배경지식이 없다면 어리둥절하게 된다.
질펀한 농담에 창의적인 욕설을 일삼는 데드풀과 과묵하고 시니컬한 울버린의 모습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이들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다. 데드풀 캐릭터 특유의 화면을 넘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장치'도 그대로다. 하지만 이들 캐릭터에 대한 기존의 이해도가 없다면 캐릭터와 이야기에 금세 몰입하긴 어렵다.앙숙이었던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은 별다른 것 없다. 히어로 무비의 전형을 따른다. 그래도 '아는 맛'의 재미가 있다. 액션신도 '아는 그 맛' 만큼 빠르고 경쾌하다.
이번 작품에는 빌런 캐릭터로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가 등장한다. 카산드라 노바는 여성 캐릭터로, 강력한 염력과 텔레파시 능력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조종한다. 무시무시한 파괴력보다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에 대머리에도 아름다운 외모는 빌런임에도 매력적인 대목이다.
디즈니 산하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무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화 속에서 데드풀은 직접 마블의 하락세를 언급하며 풍자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을 '마블의 구세주', '마블의 예수'라고 반복적으로 칭한다.
이 가운데 '데드풀과 울버린'은 선정적인 대사, 폭력적인 장면으로 인해 마블 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R등급, 국내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19금 농담에 비속어가 난무하는 것이 '데드풀' 시리즈만의 매력이지만 '마블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선 큰 흥행이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전 세대의 지지'는 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존 두터웠던 성인팬층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실히 사로잡느냐가 흥행의 관건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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