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하늘이 '경력 단절'이란 말이 무색하게 다가올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비슷한 역할이 겹치며 이미지 변신의 한계에 부딪혔다.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로 이미지 변주를 꾀하기 보다는 반복되는 유사성이 결국 한계가 된 모양새다.
얼마 전 첫 공개된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에서 김하늘은 재벌가의 며느리이자 재단 이사장,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유명 골프 선수이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셀럽 오완수 역을 맡았다.
전 골프 선수 출신이자 재별가 며느리인 김하늘은 자선 재단을 운영하고 있어 항상 테러와 협박의 위협에 시달린다. 노름에 빠져 손을 벌리던 홀어머니를 뒤로한 뒤 미국에서 세계 정상의 프로 골퍼가 된 김하늘은 자신을 후원하던 화인 그룹의 부회장인 정겨운과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힘겹게 결혼에는 골인했지만, 결혼 생활이 결코 순탄치 만은 않다.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는 10년이 흐른 뒤에도 서민 출신 며느리를 천대하고 구박한다. 급기야 남편은 가깝게 지내던 친한 동생과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던 중 나를 지키려 채용된 경호원은 "내 여자 할래요?"라며 선을 넘는 모습을 보인다.
남편은 불륜을 저지르고 곁에 있는 외간 남자에게 흔들리는 전개는 김하늘에게 새롭지 않다. 김하늘은 지난 5월 종영한 KBS 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이하 '멱살 한번')에서 비슷한 역할을 이미 연기한 바 있다.
'멱살 한번'은 나쁜 놈들의 멱살을 잡는 기자 서정원(김하늘)과 나쁜 놈들을 수갑 채우는 형사 김태헌(연우진)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거대한 음모에 빠지는 멜로 추적 스릴러물로 '화인가 스캔들'과 장르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김하늘이 맡은 캐릭터에서는 큰 차별점이 없다.'멱살 한번'에서 김하늘이 맡은 서정원 역은 나쁜 놈들 멱살 잡는 KBM 방송국 기자로 철썩같이 믿었던 남편의 불륜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다. 그러던 와중 과거 연인 사이였던 연우진을 만나 흔들리는데, 그 전개가 '화인가 스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뷔 26년차 배우라 하더라도 매번 캐릭터 변신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김하늘은 결혼 후 작품에 대한 욕심이 훨씬 커졌다며 "예전에는 작품이 많이 들어왔고 '쉬게 해달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작품 수도 많이 줄어서 대본이 오는 게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고 업계 불황에 대해 토로한 바. 예전과는 달리 원하는 대본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기에 선택지의 폭이 좁을 수 있다.
다만, 두 작품 연속으로 비슷한 캐릭터를 맡으며 이렇다 할 연기 변신이 느껴지지 않는 행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멱살 한번'은 KBS 드라마고, '화인가 스캔들'은 디즈니+ 시리즈라 릴리즈 일정을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연속으로 남편의 불륜을 겪는 캐릭터를 연기한 지점은 시청자에게 자칫 지겹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하늘의 다음 행보다.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파격적이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하늘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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