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 사진 제공=IST
더보이즈/ 사진 제공=IST
그룹 더보이즈 상표권을 둘러싼 협의 과정에서 IST엔터측이 새 소속사인 원헌드레드측에 요구한 구체적인 조건 3가지를 본지가 단독 입수했다. 본지가 상표권 협상이 결렬됐다는 최초 단독보도를 한 뒤 "통상적인 요구였다"고 반박한 IST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사실상 더보이즈의 향후 활동 내내 수익을 자신들이 앉아서 받아가겠다는 요구와 다름 없다는 평가다.

4일 텐아시아가 단독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IST엔터가 원헌드레드에 요구한 조건은 총 3가지다. 우선 IST엔터는 더보이즈 관련된 상표권을 56개 소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11명 전원이 동의하에 더보이즈로 활동하는 경우 더보이즈 상표권 무상 사용이 가능. 매년 자동 연장되는 계약 형태로 상표권 사용 권리 관련해 합의서 작성 필요"라고 적었다. 상표권 사용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면서 합의 내용이 지켜진다는 가정하에 1년 단위로 갱신되는 계약을 하자는 취지다.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상표권 사용을 멈출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합의 조건은 3가지다. 첫번째는 구보 및 콘텐츠 수익 정산이다. 통상 한 그룹이 기존 소속사에서 나가더라도 기존에 발매한 앨범과 콘텐츠 등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이 수익은 기존 활동으로 인한 수익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인 더보이즈 멤버들에게 정산해줘야 한다. 수익이 갈수록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한없이 정산하기보다 통상 2년 정도를 잡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더보이즈는 전속계약서상 해당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IST엔터는 이를 1년으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1년까지는 기존 앨범 등에 대한 정산을 해주지만 그 이후 수익은 자신들의 것이란 취지다. 이 조건은 계약서에 없고 1년 또는 2년으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라 통상적 요구에 크게 벗어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장 큰 문제는 두번째 조건이다. 음원 및 콘텐츠 리마스터, 리메이크 금지에 관한 조건이다. IST엔터는 "아이에스티에서 마스터권을 소유하고 있는 더보이즈 음원 및 콘텐츠를 버전만 다르게 변형하여 리마스터 혹은 리메이크 형태로 수익화해서 판매하는 일체의 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마스터권은 악보 상태이던 곡을 음원으로 만든 결과물에 대한 권리다. 예를 들어 더보이즈의 '스릴 라이드(Thrill ride)'곡은 두명의 외국 작곡가와 3명의 국내 작사가가 저작권을 나눠갖고 있다. 작사가 중 두명은 더보이즈 멤버인 선우와 에릭이다. 더보이즈 곡중에는 더보이즈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 저작권을 일부 갖고 있는 노래가 여럿이다. 문제는 이 곡을 녹음한 음원에 대한 권리는 IST엔터가 갖고 있다. 때문에 마스터권을 갖고 있는 소속사랑 헤어진 뒤 이 곡을 다시 리메이크하거나 리마스터해 새로운 마스터권을 만든다. 그래야 해당 음원을 사용하는데 따른 수익을 새로운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팝스타 테일러스위프트가 자신의 곡을 다시 재녹음한 것도 전 소속사가 이 마스터권을 다른 곳에 팔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음악업계에선 "당신이 마스터를 소유하지 않으면 그들이 당신을 소유한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IST엔터의 요구는 이 마스터권을 영구적으로 보장해달란 것이다. 특정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더보이즈 멤버가 갖고 있는 경우라해도 이를 사용할 때는 IST의 허락을 받거나 IST에게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상표권 사용 계약을 언제든지 자동 연장하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 이는 마스터권을 아예 사가란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더보이즈 음악 활동에 큰 제약이 된다. 기존의 모든 음원에 대한 사용권을 사실상 IST가 갖고, 이에 대한 수익도 끝까지 자신들이 챙겨간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IST엔터는 심지어 이 조건에서 '영구적으로' 라는 표현까지 넣었다. 이는 업계의 통상적인 요구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수준으로 더보이즈에게 끝까지 빨대를 꽂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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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조건도 통상 보기 힘든 내용이다. IST엔터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더보이즈 상품(MD) 재고를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상 MD는 아티스트와 계약이 종료되면 폐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를 끝까지 팔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 소속사와 더보이즈는 MD 판매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재고 떨이식으로 가격을 내려 팔기 시작하면, 사실상 더보이즈 멤버들에게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팬들도 양측에서 MD를 사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이 재고의 합계 금액만 해도 십수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IST엔터는 자신들의 입장문에서 "당사는 많은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더보이즈라는 팀의 영속성과 팬과의 장벽 없는 만남을 지지하는 마음에서 무상 사용 권리를 '멤버 당사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자신들의 품을 떠난 멤버들에게 끝까지 수익을 내놓도록 하고 음악 활동에 제약을 거는 내용으로 이뤄져있었다. IST엔터는 합의후에도 이 같은 합의내용을 외부에 절대 유출할 수 없고 상표권과 관련한 언론대응은 IST엔터 대표의 최종승인을 받으라는 조건까지 달았다. 아주 조용히, 끝까지 이익을 나눠갖겠다는 애기다.

지난해 IST엔터는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더보이즈가 나간 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론 상표권을 무상 사용하도록 해주는 척하고 뒤로는 더보이즈 멤버들을 평생 볼모로 잡아 수익을 뽑아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본지는 IST엔터의 입장이 나간 뒤 모 이사에게 "이 같은 조건들이 정말 통상적인 요구라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IST엔터측은 정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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