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26년째 톱스타로 살고 있다"
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효리의 이유 있는 당당한 자기소개지만, 예능 성적표는 포부에 한참을 못 미친다. 데뷔 후 첫 모녀 여행 예능인 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가 시청률 2%대에 그치며 일요일 황금시대 예능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26일 첫 방송된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이하 '여행 갈래')는 이효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로드무비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데뷔 26년 동안 온전한 여행 콘셉트의 예능을 찍은 건 핑클 멤버들과의 '캠핑클럽' 이후 두 번째다. 연출은 맡은 마건영 PD와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 '캠핑클럽'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간 가족 여행 예능이라고 하면 왁자지껄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등의 재미적인 요소가 가미돼왔다. 그러나 '여행 갈래'는 예능적인 설정 없이 차분한 다큐멘터리 형식 같은 분위기를 취했다. 편집적인 부분도, 자막도 단조로웠다. 그 여백을 이효리와 그의 어머니의 진솔한 대화와 관계성으로 채웠다. 어린 시절 데뷔해 바쁘게 살아왔던 만큼, 이효리와 그의 어머니는 아주 가까운 모녀 사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이효리는 "톱스타와 딸 생활을 맞바꾸는 바람에 딸 역할을 제대로 해본 기억이 많이 없다. 엄마랑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같이 여행 갈 만큼 살가운 사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효리와 엄마의 경주 여행은 가까운 듯 하지만 낯선 느낌이었다. 특히 이효리가 불우했던 가정사를 꺼내자 어머니는 사과를 하면서도 "좋은 이야기만 하자"며 회피해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로의 상처를 마주할 자신이 없는 모습에 쓸씀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엄마와의 여행이 태어나 처음이어선지, 이효리가 평소 예능에서 보인 활기찬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예능이 아닌 정말 모녀와의 여행 모습 그 자체였다. 이런 침착한 분위기는 이효리의 진솔함은 담을 수 있었지만, 재미적인 건 기대만큼 담지 못했다.
이에 시청률은 첫 회에서 2.5%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15.6%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미우새' 역시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고, 이날 방송에서 네 쌍의 부자지간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담긴 만큼 시청률 측면에서 더욱 비교됐다. 주말 예능인 만큼 함께 보고 웃을 수 있는 코드가 필요한데, '여행 갈래'는 그 부분을 간과했다. 목적성이 웃음이 아닌 진정성에 있다고 해도, 이러한 형식은 톱스타 이효리라고 해도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긴 힘들다.
일요일 예능에서 2.5% 시청률은 참담한 수준이다. '백패커2'도 이날 첫 방송했지만 시청률은 4.9%를 기록하며 시즌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3.0%, '개그콘서트'가 2.7%를 기록하며 '여행 갈래' 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효리는 최근 '캐나다 체크인', '댄스가수 유랑단' 등의 예능에 나섰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캐나다 체크인'은 최저 시청률 1.3%를 기록했고, '댄스가수 유랑단'은 보아, 화사, 엄정화, 김완선 등의 화려한 라인업에도 평균 3%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물론 '여행 갈래'를 통해 톱스타 이효리가 아닌 딸 이효리의 진정성은 충분히 느껴졌다. 웃음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어머니와의 진심 어린 여행을 하는 이효리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효리의 진정성이 철옹성 같은 '미우새'를 흔들 수 있을지 이효리와 그의 어머니가 보여줄 힐링 여행을 좀 더 지켜봐야할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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