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수장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와의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가운데, 양측의 주주간계약이 법정 공방에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 '노예 계약'을 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주주간계약을 핑계 삼아 경영권 찬탈 행위를 벌였다며 경찰에 고발했다.지난 25일 민 대표는 오후 3시 서울 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갈등이 시작된 원인을 '주주간계약 수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경영권 찬탈을 모의해서가 아니라 주주간계약 수정에 대한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라며 "나한테는 계약이 올무다. 제가 영원히 노예일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하이브 측에 주주간계약 수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하이브가 '경영권 찬탈 의혹'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고 했다. 다만, 이와 관련 하이브는 "민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최고경영자(CEO)급의 임원일 경우, 한 회사를 경영하는 자리인 만큼 경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경업금지 조항이 원칙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계약 조건 중 하나다. 이를 상대방 동의 없이 공개했다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이와 관련한 폭로를 이어가려 했지만, 변호인단의 만류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이 가운데 다음날인 오늘(26일) 민 대표와 하이브의 주주간계약 내용이 전해졌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민 대표는 주식 보유 기간과 대표이사 재직 기간 동안 경업금지 조항 이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 대표가 자사 주식 1주라도 갖고 있다면 또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라면 경엄금지 조항을 지켜야 한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최소 5년간 재직하고, 경업금지 조항을 지키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어도어 지분 18%를 가진 민 대표는 13%를 향후 하이브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5%는 하이브 동의 없이 하이브 또는 외부에 매각할 수 없다. 향후 회사를 나갔을 시 주요 주주로 남아 경쟁사를 차릴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결국, 하이브가 처분을 동의하지 않으면 민 대표는 무기한 경업금지 조항을 지켜야 한다. 앞서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노예계약"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다만, 하이브는 주주간계약 논쟁에 대해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다.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또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민 대표 본인이 '가만있어도 1000억 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큰 금액을 보장받았다. 내후년이면 현금화 및 창업이 가능한 조건은 절대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보상 조건"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민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고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 민 대표는 '돈에는 관심 없다'고 했지만, 논의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의 규모였다"고 덧붙였다.
향후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주주간계약 위반 사유를 들어, 어도어 주식을 시장 평가액보다 저렴한 가격에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의 계약 위반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면 하이브는 민 대표 등이 보유한 주식을 평가 가치보다 싸게 살 수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주주간계약을 위반했을 시 이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주식도 사 갈 콜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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