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출연자들의 눈물을 보고 세기의 사랑인 줄 알았더니, 3박 4일간의 일정이었다. 최종 선택을 앞두고 남성 출연자들이 눈물을 보였다. 얼마나 사랑에 진심이었고 애절했기에 눈물까지 흘렸을까 싶었지만, 일주일도 안 된 짧은 기간이었단 사실에 허무함을 느낀다.
지난 21일 ENA, SBS Plus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가 막을 내렸다. 1월 4일 첫 방송하여 마지막 방송까지 12주가 걸렸다. 최근 종영한 '나솔사계' 특집은 '솔로민박 4'편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 '나는 솔로'에 출연했던 네 명의 옥순과 SBS '짝'에 출연했던 네 남성의 만남이 4:4로 그려졌다. '짝'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나는 솔로', '나솔사계'와 동일하게 연인을 찾기 위해 비연예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다. 모두 남규홍 PD가 연출했다는 점에서 세계관이 연관됐다.
'나는솔로'는 1940년대부터 1960년까지 흔히 사용되던 이름을 출연자의 가명으로 사용하는 포맷이다. 제작진 측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캐릭터에게 어떤 이름이 부여되는지 밝힌 적은 없으나, 대중에게 '옥순'은 매 기수 비주얼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부여되는 이름으로 인식됐다. '솔로민박 4'편'에는 7기, 9기, 11기, 14기 옥순이 과거 '나는솔로' 출연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비쳤다. '짝'에 출연했던 남성들도 옥순과 못지않게 방송 당시 뚜렷한 개성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이들의 이색적인 만남에 방송 초부터 대중의 기대를 집중시켰다.
그러나 흥미도 잠시, 매회 출연자의 태도와 인성이 논란에 휩싸이며 시청자는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2회 차부터 출연자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남자 2호가 여자는 "30살이 넘어가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며 논란될 만한 발언을 한 것. 그 말을 들은 9기 옥순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진 역량이 다른데, 어떻게 일반적으로 묶어서 그렇게 표현하냐"고 반격했다. 싸움이 커지진 않았지만 '나솔사계' 최종회까지 남자 2호와 9기 옥순은 한 번도 데이트하지 않았다. 데이트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지만, 연애 프로그램에서 방송 초반부터 특정 인물 사이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점을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었다.
9기 옥순의 태도 또한 시청자에게 지적당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회차에서 14기 옥순과 9기 옥순이 갈등을 나타냈다. 9기 옥순은 14기 옥순을 오해한 채 "자는 사람 깨우면서까지 뭐가 그리 급하냐"고 따져 물었다. 14기 옥순은 "자는 데 물어볼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기분 나빴다면 앞으로 깨우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9기 옥순은 "내가 어제 피곤해서 그럴 수 있다"며 화해의 운을 띄웠지만 14기 옥순은 "기분이 태도가 된 것 같다"며 불편해했다. 시청자는 9기 옥순의 무례한 점을 비판했고, 이후부턴 9기 옥순을 좋게 보지 않는 반응이 다수 있었다. 시청자는 남녀 간의 데이트보다 갈등이나 출연진의 인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세 달여간 걸친 방송이었지만, 최종회에서 결성된 커플은 고작 한 커플이었다. 심지어 본방송 후 공개된 유튜브 '나솔사계' 라이브에서는 남자 4호가 출연해 9기 옥순과 '현실 커플'이 아니란 상황을 밝혔다. 시청자 입장에선 12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눈물까지 흘리는 출연진의 큰 감정 소모를 느꼈는데, 결국 한 커플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는 사실에 허망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출연진이 경험한 건 '3박 4일'이었다. 이들의 말대로 40대 가까운 나이에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판단을 내리기엔 무리가 있는 기간이다.
프로그램 중 남자 1호와 14기 옥순 사이 달달한 순간이 있기야 했지만, '솔로민박 4'는 대체로 갈등과 불안의 정서 훨씬 돋보였다. 물론 '나솔사계' 시청자가 설레는 감정만을 느끼기 위해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건 아니다. 다수의 연애 프로그램 중 '나는솔로', '나솔사계'만의 매력이 인간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솔로민박 4'는 과할 정도로 분량을 질질 끌었다. 이번 특집을 마무리 짓고 '나솔사계'는 '한 번 더 특집'의 두 번째 이야기를 예고했다. 새로 시작되는 시즌에서는 시청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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