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0.2% 시청률 '남과여', 화→금 편성 변경
"더 많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로 옮긴 것" 설명
'나혼산' 등 치열한 황금 금요일 시간대라는 아이러니
사진제공=채널A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화요드라마가 금요드라마로 탈바꿈됐다. 채널A '남과 여'가 4회 만에 돌연 편성 시간대를 변경하면서다. 재방송을 송출하던 비선호 시간대에 배치된 꼴이다. 시청률 상승을 위한 전략이라고 하지만, 0%대 시청률에 화제성도 없으니 그야말로 찬밥 신세라는 느낌을 지워내기 힘들다.

17일 '남과 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편성 변경을 알렸다. 4회 리뷰 기사 마지막에 '남과여는 화요일 밤 10시 30분 방송에서, 오는 26일 5회 방송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10분으로 편성을 옮긴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보통 드라마가 방송 중에 요일과 방송 시간 모두를 옮기는 건 흔치 않다. 앞서 ENA '악인전기'가 토일극에서 일월극으로 바뀐 바 있지만, 이 당시에도 '악인전기'가 0%대 낮은 시청률과 MBC '연인' 파트2 흥행을 의식해 옮긴 것 아니냐는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악인전기'는 편성 변경을 기사로 공식화했지만, '남과여'는 리뷰 끝머리에 흘리듯이 쓴 게 전부다. 검색해 찾아보지 않는 이상 '남과여'의 편성 변경을 알기 힘들다는 뜻이다.



'남과여' 측은 텐아시아에 편성 변경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이 좀 더 많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안방극장은 화요일 10시 30분보다 금요일 11시 10분대가 더욱 치열하다. 현재 월화드라마 1위를 지키고 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9시 드라마로 '남과여' 시작 전에 방송이 끝난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2 드라마 '환상연가'와 SBS 예능 '강심장VS'은 모두 2%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금요일 오후 10시대 드라마 경쟁이 끝난 뒤를 노린다고 하기엔, 최고 시청률 10%대를 육박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동시간대에 맞물렸다. TV조선 '미스터 로또' 역시 5%대 시청률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당초 금요일 오후 11시는 '남과여' 재방송 편성 시간대였다.

사진=채널A


'남과여'는 만난 지 7년째 되던 날 밤 모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이성 곁에 있던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사랑과 권태로움 속 방황하는 청춘들의 현실 공감 연애 이야기를 다룬 작품. 슈퍼주니어 이동해와 배우 이설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남과여'는 방송 전 이동해와 이설이 7년 장기 연애 커플로 등장한다고 해 관심을 받았다. 또 동명의 원작 웹툰이 네이버웹툰 평점 1위라는 기록을 세운 작품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드라마 시청층이 약한 채널의 한계와 주1회 방송이라는 리스크는 우려를 자아냈다.

결과는 첫 회부터 0.5%로 시작해 4회 만에 0.2%까지 추락했다. 채널A 드라마들이 최소 1~2%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성적이다.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연애관에 대해 말한다고 하지만, 드라마화 된 '남과여'는 연인이 각자 다른 이성과 모텔에 있는 모습을 마주했다는 충격적인 '오프닝 사건'을 제외하고는 밋밋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이동해를 제외한 배우들의 높지 않은 인지도 역시 극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남과여'에 대한 불명확한 정보 역시 작품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하게 한다. '남과여'는 총 12부작이지만 온라인상에는 16부작, 10부작으로 적힌 곳들이 많다.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남과여'는 처음부터 12부작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제대로 적힌 곳은 극히 드물다.

방송국 역시 더는 떨어질 곳 없는 시청률에 고민이 많을 터다. '남과여'의 요일과 시간대 변경이 신의 한수가 될지, 최악의 악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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