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는 영화 '추격자'를 찍을 당시를 회상하며 신인 감독이었던 나홍진에 대해 언급했다.
25일 성시경의 유튜브에는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의 배우 하정우가 게스트로 출연했다.공개된 '성시경의 만날텐데 l 하정우 형의 필모그래피와 비하인드 대방출!' 영상에서 하정우는 지금까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설명했다.
이날 하정우는 섬뜩한 대사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추격자'에 합류한 계기를 언급했다. 연속적으로 두 영화의 펀딩이 엎어지면서 드라마 '히트' 오디션을 보고 출연했었던 과거를 덧붙이며 하정우는 "저예산 영화가 또 들어왔는데 그게 '추격자'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추격자'는 사실 많은 배우가 거절했던 영화였다고. 하정우는 "대본 봤는데 '미쳤다' 싶었다. 윤석이 형이 한다는 말을 듣고 '타짜의 아귀'가 한다니까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싶어서 했다. 나홍진 감독은 신인이었는데도 자신감이 거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와의 전쟁'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한 하정우는 "사실 민식이 형이 첫 번째 캐스팅이 아니었다. 다른 배우였다. 근데 그 배우가 안 하겠다고 고사를 한 거다. 그래서 그 배역을 민식이 형한테 줬는데 처음에 거절했다. 그래서 윤 감독이 나한테 '형이 노인 분장하고 그 역할 해'라고 했다. 근데 난 못 하겠다고 했다. 다시 윤 감독과 민식이 형을 찾아갔고, 승낙해 줘서 그 영화가 탄생했다"라고 밝혔다.
연기자뿐만 아니라 직접 연출하며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하정우는 '허삼관'의 흥행 실패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너무나 좋은 스태프와 소설 원작도 위화 선생님의 '허삼관 매혈기'를 19가지의 시나리오 버전을 가지고 내가 선택해서 각색하고 만들었다. 어쨌든 결과는 100만이 안 됐다"라고 씁쓸해했다.
이 말을 듣던 성시경은 "처음 흥행에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하정우는 "얼마 전에 '비공식 작전'도 있었지만 내가 100만이 안 된 작품이 별로 없다. 어렸을 때 저예산 영화 빼놓고는"이라고 이야기했다. 성시경은 "실패도 있어야지 난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계속 잘 되면 진짜 이상한 거다"라고 위로했다.
'허삼관' 이후 바로 최동훈 감독의 '암살' 촬영 현장에 갔었다는 하정우는 "너무 웃긴 건 '허삼관' 개봉 날 '암살'에서 제일 중요한 미쓰코시 백화점 장면을 찍는데 '허삼관' 스코어가 망했다. 현장 가기가 너무 쪽팔린 거다. 허삼관' 너무 잘 봤어. 이런 얘기를 하는데 막 화끈화끈 미치겠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정우는 '1947 보스톤'을 찍을 당시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1947 보스톤'을 찍는 상황이 해킹범에게 협박당하고 있었을 때라고 고백했던 것. 2019년 하정우는 자신의 휴대폰을 해킹한 해킹범으로부터 개인정보유출로 15억 가량을 요구했던 바 있다. 하지만 하정우는 직접 해킹범과 한 달간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며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어줬고, 결국 해킹범들은 구속됐다.
하정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해킹범과 딜을 하면서 촬영했다. 하루하루가 해킹범을 대처하면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몇 개월 동안 준비한 신인데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던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 안에 나의 눈을 보면서, 나의 그때 감정 연기를 보면서 '쟤 저 때 진짜 힘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손기정 선생님의 애절함과 절실함이 같은 감정으로, 궤가 같은 느낌으로 저기서 연기하고 있구나 싶어서 참 대견하다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해킹범과의 일화를 통해 하정우는 "지나고 나서 느꼈던 건 '한낱 개인의 하정우란 배우가 개인사를 겪고 있는데 그게 무너지지 않게 형님들이 날 끌어줄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영화를) 되게 올드하게 느낄 수도 있고, 결과론적으로는 이 영화가 백만도 안 될 수도 있다. 근데 다 떠나서 나한테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끝까지 찍을 수 있게 된 것에는 그런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반추했다.
한편, 하정우가 출연하는 영화 '1947 보스톤'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