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뮤뱅' 임영웅 방송 횟수 0점, '문제없음'으로 결론
꾸준히 지적돼온 음방 차트 공정성 문제
불분명한 기준
잃어버린 신뢰
임영웅 /사진=텐아시아 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가수 임영웅이 '방송횟수 점수 0점'을 받아 순위 조작 의혹 논란이 있었던 KBS2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가 '문제없음'으로 결론 났다. 음악방송 차트 공정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온 바. 이번 의혹이 '문제없음'으로 결론 났음에도 어딘가 찜찜하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 5일 회의를 열고 '뮤직뱅크'의 지난해 5월 13일 방송분에 대해 위원 3명의 만장일치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1위 후보에 오른 임영웅의 방송 횟수 점수가 0점으로 집계돼 시청자들의 의혹을 자아냈다. 임영웅은 그룹 르세라핌과 1위 경쟁을 벌였다. 임영웅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의 디지털 음원 점수는 1148점, 방송 횟수 점수는 0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는 0점, 음반 점수는 5884점, 소셜 미디어 점수는 2점으로 총점 7035점이었다. 르세라핌 '피어리스'는 디지털 음원 점수 544점, 방송 횟수 점수 5348점, 시청자 선호도 점수 0점, 음반 점수 1955점, 소셜 미디어 점수 34점이었다. 임영웅에게 디지털 음원 점수, 음반 점수에 밀렸던 르세라핌이지만 방송 횟수 점수에서 5348점을 가져가며 총점 788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갓 데뷔했던 르세라핌도 임영웅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진=KBS2 '뮤직뱅크' 캡처
시청자들은 방송 횟수가 0점이라는 점에 KBS에 항의했다. 이에 당시 KBS 측은 점수 조작 의혹을 부인하며 "순위 집계 기간인 5월 2~8일에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서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송 횟수 점수가 0점으로 집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영웅의 팬들은 해당 기간 KBS 라디오 선곡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발견했다. 쿨FM '설레는 밤, 이윤정입니다'(4일), 해피FM '임백천의 백 뮤직'(4일), '김혜영과 함께'(7일)에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점수 중 라디오 부문은 KBS 쿨 FM의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다. 해당 7개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은 집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공지를 올렸다.

의혹 이후 경찰에서도 9개월여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방송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 집계에 경찰까지 나선 건 이례적이었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뮤직뱅크' 제작진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했으나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뮤직뱅크' 차트의 공정성 논란은 지난해 12월 또 한 차례 있었다. 지난해 7월 갓 데뷔한 신인 그룹 첫사랑이 '러브티콘'으로 1위 후보에 올라 베테랑 가수인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과 경쟁한 것. 윤하는 디지털 음원 점수에서 3587점을 얻었다. 하지만 러브티콘은 방송 횟수 점수에서 6324점을 얻었다. 심지어 음반 점수, 소셜 미디어 점수에서는 0점이었다. 하지만 월등히 높은 방송 횟수 점수로 인해 첫사랑이 총점 6407점을 얻어 윤하(4486점)를 이겼다. 방송 횟수는 해당 방송사의 TV, 라디오에 많이 등장할수록 유리한 것. '양치기 전략'만 있으면 1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송 횟수라는 항목의 공정성에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사진=KBS2 '뮤직뱅크' 홈페이지 캡처


음악 방송 차트 공정성 논란이 생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차트 집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임영웅 방송 점수 0점 논란' 당시 '뮤직뱅크' 1위는 디지털 음원, 방송 횟수, 시청자 선호도, 음반, 소셜미디어 합산돼 결정됐다. 현재는 시청자 선호도가 K팝 팬 투표 점수(뮤빗 어플)로 변경된 상태. 하지만 홈페이지를 보면 해당 부문별 반영도나 가중치, 디지털 음원‧음반‧소셜 미디어 점수 등은 어떤 방식으로 집계하는지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혼란이 야기되는 이유다.

비단 '뮤직뱅크'만의 문제는 아니다. MBC '음악중심'이나 SBS '인기가요'는 '뮤직뱅크'보다는 부문별 반영도와 집계 기간, 기준 등을 그나마 자세히 설명을 명시해뒀지만 얼핏 봐서는 음원 점수는 어떤 온라인 차트를 반영하는지, 소셜 미디어·SNS 점수는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는지 쉽게 찾기 어렵다.한때 음악방송들은 차트제를 폐지했던 때가 있었다. 순위에 얽매인 진행이 시청자들이 온전히 음악을 즐기는 일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과열한 경쟁은 없애고 다채로운 무대 구성으로 출연 가수들과 시청자들에게 모두 음악의 즐거움 그 자체를 선사하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잦은 결방, 녹화 방송 등으로 인해 순위를 집계하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순위제는 얼마 못 가 다시 부활했다. '인기가요'는 순위제였던 '뮤티즌송' 제도를 2012년 7월 없앴다가 8개월여만인 2013년 3월 순위제를 다시 도입했다. 2015년 10월 순위제를 폐지했던 '음악중심'도 2년 만인 2017년 4월 순위제를 부활시켰다. '뮤직뱅크'의 경우 순위제는 시행해왔지만, KBS는 연말 '가요대상'에서 결산 통합 1위 MVP 선정을 2010년 폐지하고 이름을 '가요대축제'로 바꿨다. 현재 MBC, SBS 역시 연말 가요 행사를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한다.



방송사들이 음악 방송의 순위제를 쉽게 놓을 수 없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재미와 관심도 면에서다. 순위제 시행은 적당한 긴장감을 주고 재미를 높인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1위에 올려놓기 위한 팬들의 투표 등을 이끌어내며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도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를 위해 사용되는 앱 다운로드가 늘어나는 등 수익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투표'처럼 해외 팬들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음악 방송마다 제각각인 순위 선정 방식과 신뢰할 수 없는 불분명한 기준은 시청자들에게 음악 방송 차트의 공신력을 잃게 된 이유다. 단순히 가수의 인기나 특정 방송 출연 횟수 등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방식을 마련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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