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궁민이 2021년에 이어 '2023 MBC 연기대상' 최고의 자리에 유력하다. 올해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한 금토드라마 '연인'을 이끈 일등공신이기 때문. 문제는 '연기대상' 자체다. 작품의 개수도 10개 미만에, 대부분 작품이 흥행에 참패해 트로피를 받을 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남궁민, 안은진 주연의 '연인'의 시작은 불안했다. MBC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지만, 미스캐스팅 논란이 일며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다. 시청률도 4회까지는 4~5%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4회에 병자호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긴박한 전개와 함께 캐릭터들의 매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7회 만에 10%를 돌파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화제성도 싹쓸이했다.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순위에 따르면, '연인'은 2주 연속 프로그램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도에서도 남궁민이 3주 연속 1위, 안은진은 2주 연속 2위에 올랐다. 주말극 '꼴찌'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오른 데는 남궁민의 공이 컸다. 그는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짙은 로맨스 눈빛을 발산하며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액션과 카리스마는 감탄을 자아냈다. '남궁민이 곧 장르'라는 호평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님을 '연인'을 통해서도 입증해냈다. 2023 MBC 연기대상 강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연인' 말고는 볼 것 없는 연기대상 드라마 라인업의 빈약함이다. 축제의 장이라고 하나, MBC는 올해 긴 시청률 부진으로 흥행작을 찾을 수가 없다. '꼭두의 계절', '조선변호사',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 모두 최저 시청률 1~2%대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일일드라마 '하늘의 인연'도 5%대로 KBS 일일극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기대를 걸어야 하는 건 방송 예정인 드라마들이다.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수요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판타지 로맨스극. 차은우와 박규영이 주연을 맡았다.
'연인' 후속작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이세영, 배인혁 주연으로,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의 계약결혼 스토리를 담는다.
두 작품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남궁민의 저력을 뛰어넘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연인' 출연자들이 많은 트로피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바, 연기대상이 '연인'만의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잔칫상에 차릴 것 없는 MBC의 고민이 깊어질 듯 싶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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