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악귀' 시청률 10% 돌파, 작품 완성도 호평
비현실적 오컬트물에 현실적 사회 문제 결합
주말극 1위 '킹더랜드', 시청률은 높지만 작품성은 '호불호'
'악귀' 스털컷./사진제공=SBS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마이너한 장르에 대중성을 입혔다. 초자연적인 오컬트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청춘들의 고단함과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녹아 있다. 작품성에 시청률까지 다 잡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는 SBS 금토드라마 '악귀'다.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믿고 보는 배우' 김태리, 오정세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악귀'. 그러나 공개 전 내부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다. 악귀를 다루는 소재가 넓은 시청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악귀'가 편성된 방송사와 시간대는 SBS 금토극. '모범택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등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견인한 시간대였기에 부담 역시 있었다.
'악귀' /사진제공=SBS


믿음은 확실했다. 방송 전부터 작품의 완성도는 제작진들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다소 잔인하고 무서운 소재가 대중들이 리모컨을 돌릴 만큼의 거부감만 주지 않는다면 성공할 거라는 자신도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공포 수위에 대한 질문에 "15세 관람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하면서도 "무섭지만 깨알 같은 재미가 있어서 끝났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악귀'의 자신감은 통했다.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로 전 세계에 'K 좀비'를 알렸던 김은희 작가가 '악귀로' 또 하나의 오컬트물 흥행을 써내렷다.'악귀'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건 비현실적인 죽음 속 청춘의 면면들과 사회적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청춘을 좀 먹는 악귀 같은 사회'라는 메시지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며 '악귀'를 단순히 악령을 퇴치하는 작품으로 보지 않게 했다.

'악귀' 스털컷./사진제공=SBS


1958년 장진리에서 염매(어린아이를 굶겨 죽여 귀신을 만드는 주술 행위)를 당해 죽임을 당한 여자아이 사연이 실화라는 것 역시 '악귀'에 현실성을 더해준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에 나왔던 1958년 당시 기사는 실제 기사였다"며 "실화였기 때문에 쓰면서도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는다. 그런 가슴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악귀'는 악령과 현실은 절묘하게 결합함과 동시에 산영(김태리 분)의 몸에 들어간 악귀의 정체 대한 떡밥들이 던져지며 미스터리한 흥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김태리, 오정세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극의 몰입도는 최상이다. 김태리는 순수한 구산영의 모습과 악귀에 씐 상반된 모습을 소름 끼치게 표현해내고 있다. 오정세 역시 절제된 표정 안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내며 극의 전개를 이끈다.

JTBC 킹더랜드 /


현재 주말극 시청률과 화제성은 '킹더랜드'가 가장 앞서있다. 뻔하고 유치한 신데렐라 이야기지만, 배우 임윤아와 이준호의 로맨스 케미가 드라마를 살리고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아랍 문화 왜곡 문제로 곤욕을 겪을 만큼, 작품적인 완성도는 민망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완성도와 흥행 모두를 본다면 '킹더랜드' 보다 '악귀'의 승리가 맞지 않을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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