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PC주의만 문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 관객들이 '인어공주'에 혹평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4일 개봉한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 먹구름이 끼었다. '인어공주'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4위로 가라앉으며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1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3위)에 밀렸다. 특히, 개봉 전 대규모 사전 유료 시사회를 개최한 '범죄도시3'가 2위에 당당히 랭크되면서 '인어공주'를 더욱 깊은 심해로 내몰고 있다.
'인어공주'는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에리얼 역에 캐스팅할 때부터 예견됐던 '블랙워싱'과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탓에 태생부터 논란을 품고 시작했다.할리 베일리가 연기한 흑인 에리얼은 원작인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 속 에리얼의 이미지를 왜곡, 많은 디즈니 팬들의 추억에 생채기를 내며 실망감을 자아냈다. 또, 모든 인종의 인간과 인어들이 한데 전시되는 엔딩신은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디즈니 PC주의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죽하면 이 엔딩을 두고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 '다양성'이란 콘셉트 아래 모든 인종들을 모아놨던 광고의 한 장면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논란을 일으킨 '블랙워싱'과 'PC주의'를 걷어내면 '인어공주'가 볼 만한 작품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인어공주'는 에리얼을 흑인으로 바꾸는 용단을 꾀했지만, 스토리는 원작의 변형 없이 그대로 따왔는데, 그 서사의 흐름이 너무도 평이해 특징이 없다.
한국 관객들이 '인어공주'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34년 만에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인어공주'가 어떻게 원작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계승 발전해 구현했는지 보고 싶고, 실제로 생동하는 추억 속 에리얼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 이번 '인어공주'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다.
'인어공주'가 상업 영화의 범주에 속한 이상,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이 한다. 영화적인 완성도가 높고 말 그대로 재미있다면 '블랙워싱'이나 'PC주의' 등 논란도 감안하고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인어공주'는 한국 관객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영화적 본질을 파괴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만 주장하고 있는 디즈니는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그 이유는 6.61(5/29 네이버 영화 기준)이라는 한국 관객들의 평점에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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